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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샘과 엄마 사이에 생기는 양가감정

2009.05.15 13:52

랄라 조회 수:1344 추천:179

엄마보다 젊은 것이 아프다고 하믄 안될 것 같아. 나는 늘 버틴다. 버틸때까정.

그런데 이눔의 내 몸은 언제나 한고비 파고를 타고 잠잠해지면 늘 후유증을 앓는다. 재서가 1시간 반이래도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하고 그 무서하던 수영도 이제 잼있다하고. 재서가 어린이집에 또 수영레슨에 적응하고 나니 내 몸은 긴장이 풀어지면서 무섭게 아프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지난 토요일 안토니아스 라인을 보고나서 마음을 실컷 씻김굿 한 것처럼 즐거운데 몸은 마음과 따로논다. 월요일부터 뻣뻣하게 굳어가는 내 목과 내 어깨. 마음은 이리 평화로운데 내 몸은 왜 이지경이지. 목을 들수도 돌릴 수도 없다. 쌤 생각이 간절하지만 난 가끔 엄마 앞에서 쌤 얘길 하기가 꺼려진다. 마치 엄마 앞에서 아버지에 대한 내 마음 내비치기가 꺼려지는 것처럼.

 

침 맞고 약 먹으러 가고 싶지만, 수업을 빠지는 것도 또 약을 지러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더군다나 재서 점심을 지어서 연희에 보내기로 한 것은 나니까. 그 점심을 해 넣는 것은 내 일이라는 생각에 감히 엄마한테 떠 넘길 엄두를 못내겠다.

 

수요일에 드디어 참을 수가 없다. 가까운 침과 물리치료를 하는 한의원에 가서 내 몸을 맞긴다. 엄마도 아는 이 한의원은 그냥 마음이 편하다. 엄마도 자주 와서 침을 맞고. 이 한의원에 오면 엄마 한테 미안한 마음도 안 생긴다. 그런데도 난 약초샘한테 가야하는데....., 약초샘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면 질수록 내 마음은 엄마한테 더 많이 미안해진다. 눈치도 보게된다.

 

전에는 오히려 이러지 않았는데 왜 요사인 왜 더 엄마 눈치가 보이는 것인지....., 할 수만 있다면 이 한의원에서 침과 물리치료로만 내 몸이 완쾌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 한의사는 시시콜콜 내 사연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약을 지으려는 의도도 없다. 나도 굳이 그에게 약을 지어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저렴한 침과 물리치료로만 내 몸이 회복되면 엄마한테 덜 미안할터인데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목의 뻣뻣함과 저림은 사흘내리 침을 맞고 부황을 뜨자 가라 앉은 것 같지만 기력이 떨어졌는지 오늘 드디어 온 몸에 몸살기가 돈다. 가래로 끓고. 침을 맞고 꽁꽁 거리다 연구소 나가는 나를 보고 엄마가 말한다. 야야 약은 니 쌤한테 지어 먹고 오너라......,

 

왜 쌤한테 가야하는 당위성을 이렇게 내 온몸으로 시위 하듯 증명을 해내며 기어이 엄마 입으로 그 소리를 듣고서야 쌤한테 갈 정당성을 부여받은 기분이 드는지....., 내 속에 있는 이 양가 감정이 참으로 이상하다.

 

난 울 엄마 진짜루 사랑하는데.....,

아버질 사랑할 때처럼

울 쌤을 사랑하는 마음이 짙어지면 짙어질 수록 엄마한테는 괜시리 미안해지고. 그래서 압지나 쌤한테 닿을랴치면 엄마 눈치를 슬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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