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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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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만찬을 읽는데....,

2009.05.12 09:39

랄라 조회 수:2330 추천:371



행복한 만찬을 읽는데, 안토니아스 라인의 만찬 장면과 함께 명호샘이 자꾸만자꾸만 떠오른다.

 

이건 명호샘의 소망이다.

 

이건 명호샘의 소망의 부적과도 같은 책이다.

 

사실 이 행복한 만찬은 이곳 약초밭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말해드리고 싶어졌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눈 앞에 끝도 없이 펼쳐진, 가슴 타악 트이는 너른 약초밭이 보인다.

 

주인장 안목대로,

 

이런저런 몸에 좋은 약초들이 즐비하고, 한켠엔 반드시 초지가 있다.

 

그 초지 위에 햇빛 가리개로 넉넉한 덩치 굵은 나무가 떠억 버티고 있다.

 

그 초지 위, 그 나무 아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사용될 성부른 길다란 식탁이 놓여져있다.

 

삼삼오오 약초밭 주인장의 라인에 속한 이들이 모여앉았다.

 

더러는 안목이 좋아 자기 자신을 귀히 사랑해주는 반쪽과 아이까지 챙겨들고 하하호호 즐겁게 그 만찬 식탁에 앉아았다. 그녀들은 다니엘이고, 데리사이고, 디디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자기에게 꼬옥 맞는 반쪽을 찾을 행운을 그녀들은 누렸다. 그래서 그녀들을 치어다보면 우리도 너무 행복해진다.

 

더러는 안목이 받쳐주지 못해(내 경우처럼) 아직은 한 몸 겨우 그녀에게 닿아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우리를 비난하지 않는다. 평가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줄 뿐이다. 하여 내 반쪽을 높힐 혹은 낮출 마음의 부담없이 그런대로 재활용의 희망을 안고 기꺼이 그녀의 만찬 식탁에 앉아있다.

 

더러는 너무 자신을 속이고 살다보니, 자기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를 지경에 이른 말그대로 아픈 여자들이 그래도 구원의 의지를 갖고 그 만찬 식탁에 앉아있다.(에겅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네. 엄밀히 말하면 이 밑에 단계에서 재활용의 의지를 안고 살아가는 단계로 격상한게 나다. 그러니 지금 아픈 몸을 이끌고 이 만찬에 참석하고 있는 여인들이여 희망을 가지시라. 어째튼)

 

그녀의 만찬 식탁에 앉으면 차암 마음이 편해진다.

 

잡지 책 속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처럼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지금 있는 모양 그대로, 그저 그녀가 좋아서 그녀 곁에서 즐겁게 인생을 나누면 된다.

 

행복한 반쪽을 찾은 그들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고, 또 그러하지 못한 경우에도 나 자신을 더 이상 책망하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내 안목이 그거 밖에 되지 않는다 해도 그 시기엔 그게 최선이었는지도 모를 일이기에.

 

그녀의 만찬의 식탁의 음식은 그녀를 닮아 소박하다.

 

삶은 감자,

삶은 고구마,

쑥개떡,

보리밥과 토장국

무와 배추 겉절이

시원한 다슬기탕

토란탕

왕멸치 퐁당 들어간 씨래기국

머구무침

죽순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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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음식을 그녀가 다 장만한 것은 아니다. 그녀를 닮아 만찬에 참석하는 우리들도 소박하다. 하여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하여 주욱 그 만찬식탁에 풀어 놓은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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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복한 만찬을 읽는 내내 그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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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간을 당해 어려움이 처하면 장총을 들고, 당당히 녀석 앞에 나아가 저주를 퍼울 수 있을 만큼 강한, 그러면서도 정작 당사자에겐 내 잘못이 아니라며  모든 것을 품어 앉는 엄마! 엄마! 엄마! 나는 그녀에게서 엄마를 느낀다. 그래서 그녀가 지켜봐 주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이 거친 세상 당당히 헤쳐나갈 수 있는게지.

 

P.S. 안토니아스 라인을 보고 행복한 만찬을 읽는데 떠 오르는 또 한 사람이 있다.

홍 남 례!

바로 울 엄마!

울 엄마를 언급하는게 내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동생, 남편, 아버지가 나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냈다.

이 약초밭에서.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거면 다 됐다 생각했는데.....,

내 마음 저 밑 바닥에 마지막 남아있는 차마 이 약초밭에서도 입도 벙긋 못할 존재!

가끔 조금씩 언급하기는 했어도 도대체 엄마에 대해서는 너무나 상반되는 감정이 내 안에 존재하고 있기에 어디서 부터 어떤 말을 해야할지 자알 모르겠다.

 

이 유 명 호

그 이름은 부르기만 해도 기운이 솟는데,

 

홍 남 례

그 이름을 부르면 왜 볼을 타고 주루룩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는 것인지.....,

왜 가끔은 가슴 답답해지면서 죽을 것처럼 숨이 막히는지.....,

왜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 오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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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내 엄마 홍남례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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