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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튜더와 안토니아스 라인

2009.05.09 23:14

랄라 조회 수:1813 추천:319





가까스로 씨네큐브를 찾았지만 이미 오후2시 타임 영화는 놓쳐버렸다. 현재 시각 3시! 다음 시간은 6시 15분 것! 혼자서 세시간여를 기다려야 하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오늘 이 영화를 기어이 보리라. 교보문고도 근처에 있고, 책이 아니더라도 광화문 빌딩 정원 숲은 벤츠에 앉아 하닐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안성맞춤이다. 쌤 추천을 기다리지 못하고 기어이 내가 고른책은 타샤튜더의 나의 정원과 타샤의 집이다. 자꾸만 끌리는 그 동화같은 책에 이미 마음이 홀딱 넘어가서 한권만 사도 될것을 기어이 두권씩이나 구입하고 말았다. 잠시후 선생님으로부터 온 메세지엔 공선옥님의 행복한 만찬! 그것까지도 마저사고 씨네큐브에 다시 도착하니 3시 45분!

 

나는 두시간 넘는 그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타샤튜더의 책을 읽어 보기로 한다. 예쁘고 귀엽고 공주같고. 쪼골쪼골 단단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과는 달리 책은 별달리 마음에 남는게 없다. 여성지 보는 기분으로 이리뒤적 저리뒤적. 사실 처음엔 타샤튜더으 나의 정원에 나오는 첫 몇장 머릿말에 "1971년, 내 나이 쉰여섯에 버몬트 주에 있는 이 땅을 구입했다"는 문구에 끌려 책을 집어 들었는데...., 볼수록 김이 빠진다. 그래도 비싸게 산책인데....., 어째튼 정직한 그녀의 손은 내 마음을 자꾸만 끌었다. 고집스럽게 모든 것을 손으로 일궈내는 그녀의 동화같은 삶!! 참 대단하네. 어째튼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쌤한테 당당하게 그런 문자를 날렸다. 선생님과 나는 통하는게 있다믄서. 마치 공선옥님의 책과 타샤튜더의 책이 동급이라도 되는냥. 어쩌면 선생님도 이런 타샤튜더 같은 전원생활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어째튼 타샤튜더의 두권의 책으로 지리한 두시간을 떼우고, 드디어 기다리던 안토니아스 라인을 보러 씨네큐브2관에 발을 들여놓았다. 생각보다 더 아담한 좌석이 내 마음을 끌었다. 선전같은 것도 없이 영화는 바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미친듯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울고 웃고. 1시간 40여분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영화를 다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다리가 휘청했다. 가슴이 덜덜 거리고. 손에 들고 있던 타샤튜더의 책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김 빠진 맥주처럼. 어디 휴지통이 있으면 집어 던져 넣고 싶은 심정!! 그리고 아까 선생님께 문자를 날렸던 기억도 어렴풋이 났다. 선생님도 타샤튜더와 같은 삶은 꿈꾸는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났다. 속으로 실소가 났다. 이런 바보같으니라고......,

 

회전문을 나서고 계단위로 올라서는데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타고 흘렀다. 쌤이 왜 나더러 문자까지 해가면서 이 영화 꼬옥 보라고 했는지......, 그리고 내 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타샤튜더 같은 삶에 대한 미련!! 만감이 교차하고 어지러웠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기어이 문자를 넣고 말았다. 쌤 어디계세요? 쌤을 꼬옥 만나야 할 것 같은데요. 즉각 전화가 왔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다시 또한번 아마득해진다. 어떻게 횡단보도를 건넜는지 어떻게 버스를 내렸는지. 나는 선생님이 내리라는 정거장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앞에서 나를 부르는 선생님을 잠시 못 알아본다. 보자마자 작지만 넉넉한 선생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이내 아이처럼 울어버린다.

 

타샤튜더와 안토니아스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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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않은 선생님 앞에 타샤튜더의 두권의 책을 비죽 내밀며 나는 믿도 끝도 없이 잘라 말한다. 쌤 안토니아스 라인을 보고 나니, 이 책이 김빠진 맥주가 되어 버렸어요. 선생님은 크게 웃으신다. 다독다독도 해주신다. 그래 그렇담 너는 뛰어 넘을 수 있다고. 잡지책 같은, 보여지는 삶이 김빠진 맥주처럼 느껴졌으니 넌 뛰어 넘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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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과 영화의 느낌을 나누며 한참을 그렇게 크게 웃었다. 오랫만에 큰 소리내어 웃어보는 웃음이다. 넘치는 충만감! 행복감은 이런 기분일 것이다. 쌤의 소망대로 넉넉한 안토니아스가 되시기를! 그녀가 마련하는 식탁 한자리는 기꺼이 내 자리마하고 당당히 차지하고 앉을 것이다. 때로는 안토니아가 되고, 때로는 다니엘이 되고, 때로는 데레사가 되고 사라가 되어서 말이다. 타샤튜더같은 삶이 아니라 진짜 랄라의 진솔한 삶을 쌤이랑 공유하며 이 세상 멋지게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

 

p.s. 집에 와서 신랑이랑 통화하고 놀란 사실!! 1995년 신랑이 이 영화를 나에게 보여 줬다고 하네요. 신랑은 어느 대목에서 내가 웃었었느지 어느 대목에서 울었었는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는 어쩌면 그렇게 새마깧게 그것을 잊을 수가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다니엘인게다. 나는 아이를 갖고 싶었던 거지 결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꽤 괜찮은 사람이니(울신랑이) 그 사람의 아이만을 낳고 싶었던 거지. 사실 섹스하고 애를 낳아보고 싶어서 수녀되겠다는 꿈을 접었는데. 그것은 백번 생각해도 잘한일! 어째튼 나는 다니엘처럼 말할 용기도 없었고, 그렇게 말했더라도 나는 안토니아스가 아닌 엄마한테 맞아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ㅋㅋㅋㅋ 아무튼 넘 멋진 영화다. 꼬옥 다시 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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