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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함 만이 사랑 일수 있다-아름다운 글 강추

2009.02.18 11:34

약초궁주 조회 수:1436 추천:191



이경자의 신작 소설
박수근 <빨래터>

책 제목은 소설여왕이신 박완서 샘이
지으셨다고 한다.

내가 구구절절 쓰면 뭐하리.
작가의 말이 너무 진솔하고 아름답고 좋아서
여기 그대로 퍼올려볼게.

 책 읽고 양구 박수근 박물관 여행
같이 가면 딱 좋겠네, 난 못가봤잔혀.

~~~~~~

“선(善)함 만이 사랑일 수 있다”



어느 날 문이당 출판사에서 신경림 선생님을 뵈었다.
“경자, 그 얘기 들었지?”
느닷없어서 알아듣지 못했다.
“박수근 써 봐. 잘 쓸 수 있을 거야.”
어안이 벙벙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싫기는커녕 슬며시 기뻤다.  
박수근이 누군가.

맨 처음 박수근의 화집을 보았을 때, 홀연해졌다. 이런 그림을 그린 화가를 소설로 쓰자면 이렇게까지 되진 못해도 흉내는 내야 하는데, 그러다 죽고말지! 더럭 겁이 나서 진심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정말 소설을 쓰다간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운명처럼 빠져들었고, 여기까지 왔다.  

몇 개의 계절이 지나가는 동안 한 사람만 珝▤玖?살았다.
그는 가여운 것에 울음을 참지 못하며, 겁이 아주 많은 천성을 타고 났다. 생명을 억누르거나 억눌리는 것, 무서운 것이나 무섭게 하는 것,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나 더 많이 가지려는 것, 다른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것에도 겁을 냈다. 무슨 일이 있거나 어떤 일을 할 땐 그 일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나, 손해가 나나, 짐작도 못하며 애당초 그런 감각도 없었다.

그런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나서 쉰한 해를 살다 갔는데, 그 사이 그의 천성이 삭혀내기 힘겹고, 무서운 일들이 많고 많았다.
나라는 일제 식민통치를 받았고,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했으며 농토는 홍수로 폐허가 됐다. 그의 나이 일곱 살에 닥친 환난이었다. 이후 죽는 날까지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곱 살에 보통학교에 들어간 그는 아홉 살에 처음으로 그림 그리는 행복감을 알았지만 가난 때문에 보통학교가 최종학력이 되고 말았다. 이후 그의 화가 수업은 ‘독학’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절대로 놓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인간성의 궁극적 가치여야 한다고 믿었던 것, ‘선함과 진실함’이었다. 선하고 진실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천국’이라는 것이었다. 천국이야말로 그가 지향하는 세상으로 ‘억압과 공포와 탐욕’이 없을 것이라 믿었다.  

그는 이젤을 살 돈이 없어서 캔버스를 눕혀놓고, 자신이 발견한 정신적 가치를 그려냈다.  그가 그려낸 그림들은 원숙기에 이를수록 울퉁불퉁한 부정형의 마티에르, 그 질감 덩어리들로 더덕더덕해진다. 그것은 그가 찾아낸 생명의 원형질이다. 원형질 위에 또 하나의 구체적인 삶을 그려낸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삽시간에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형상들이다.  

그의 부정형한 마티에르는 그가 우리에게 선물한 천국의 부호(符號)들이며 이 척박한 삶에서 손을 잡아주는 진정한 ‘위로’다. 캔버스의 사람들은 공동체적 유대감과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자연스러움은 가장 편안한 것이고, 편안한 것은 진실한 것이며, 진실은 소박함이며, 소박함은 순박이고, 순박은 선함이다.

선함만이 사랑일 수 있다.
  
그는 남달리 건장하게 타고난 체력을 모두 거덜 내고, 화가에게 가장 중요한 시력마저 잃었다. 그가 외눈으로 완성한 말년의 그림들을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지고 미어졌다. 생명을 던지지 않고 어떻게 거기에 가 닿을 것인가.
그러나 정작 당대엔 ‘버림받은 화가’로 우리 곁을 떠났다.  
  
“여보, 천국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
이승에서의 숨이 멎기 직전 그가 아내를 통해 우리에게 남긴 유언이다.  
이 어지럽고 중심을 놓친 시대에 우리 곁에 있어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박수근은 우리의 중심이며 고향이다. 미국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자기 전통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다른 문화의 장점도 제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구태여 그의 서러운 각성까지 빌리지 않더라도 박수근은 우리의 정신이며 전통의 뿌리이다.

  
그에게 아들이 있는데 그는 거대한 나무 아래서 양분도 잘 못 빨아들이고 햇볕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살아남았다. 그의 인생은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상처와 사랑을 품고 있어서 슬픔을 자아내게 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두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정체성의 합일점을 찾으려 애썼다.  
  
양구에 있는 박수근미술관 뒷동산의 묘지에 두 번 갔다. 존경과 그리움으로 절을 올렸다. 잘 쓸 수 있게 영혼으로 도움을 주십사 부탁드렸다. 삶과 죽음을 거둬내고 스스럼이 없어지는 느낌을 얻었다. 묘지의 잔디에서 마구 뒹굴고 싶었다.

지금 글을 쓰는 자리에서 고개를 들면 시선이 닿는 데마다 박수근의 그림들이 붙어있고 놓여있다. 물론 모두 복사 본들이다. 그러나 하나같이 반갑고 귀하다. 마치 해, 달, 별이나 나무, 풀, 새처럼 있는 그대로여서 맘이 편해진다.

예술가가 자신의 생명으로부터 짜낼 수 있는 마지막 진액까지 짜서, 긋고 칠하고 들여다보고 다시 칠하고 해서 이루어낸 생명감……. 거기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진실을 숨쉬게 한 박수근 선생님께 삼가 존경과 경외의 큰절을 올린다.
    
소설 <빨래터>의 문턱으로 안내해주신 신경림 선생님, 글을 쓰는 동안 격려해주신 박완서 선생님, 자긍심을 가지고 일한 문이당 임성규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례했을지 모를 집요한 취재를 참아주고, 소설이란 장르를 이해해준 박성남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모처럼, 살아있는 게 기쁘다.
소설 <빨래터>와의 추억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무지를 잊고 소설을 쓴다며 덤벼서 실수가 많을 줄 안다.
숨을 곳도 없는데 부끄러움을 어쩔까, 걱정이다.
                                                                  2009년 2월 이 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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