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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하나의 문장을 두고 언쟁이 벌어졌습니다.

"왜 사람들은 이해되는 것만 믿으려고 하지? 그건 믿음이 아니잖아.”

 

이 문장은 제 머릿속에서 쉽게 자리 잡지 못했고, 저는 문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따지고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된 부딪힘은 얼레에서 끊어진 연처럼, 꼬리에 불이 붙은 뱀처럼 이리저리 표류하기 시작했고, 상대방의 가치관, 논리구조, 역사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던 찰나, 잠시 겨루기를 멈추고 문장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1) ‘이해되는 것만’을 ‘믿는다’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2) ‘믿음’은 ‘이해되지 않는 것’도 ‘믿는 것’이다.

 

다음에 뒤따르는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3) 그것이 진짜 믿음인가? 그런 믿음은 가능한가?

 

이런 사고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처음 제시된 문장은 ‘믿음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고정된 명제나 강요가 아니라, 혼란과 답답함을 담은 호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믿음’이라는 것은 머릿속으로 잘 분해되고 해석된 대상에게 주어지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STRONG>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STRONG>

 

제가 위에 언급한 문장은 실험음악극 <발명왕>의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실험음악극이라는 타이틀답게 이 공연은 독백 형식의 연극인가 하면, 영상이 펼쳐지고, 영상 위로는 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흘러갑니다. 이 정체불명의 공연을 기획․연출한 뮤지션 dub은 “누군가에게 위에 나온 질문을 들었을 때 쉽게 대답하지 못했고, 상당 기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여전히 그 답을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결국 <발명왕>은 이 문장에서 시작되어 서서히 확장되어 가지만 물음에 대한 답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무엇이 믿음인지, 어떤 것이 진실인지, 그것을 믿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입니다.

 

모호한 지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실험음악극 <발명왕>은 인디밴드에서 활동하던 뮤지션 dub이 지상파 방송을 하면서 겪은 혼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극이지만, 이 모든 것이 ‘사실’ 일리는 없습니다. 홍대 클럽 공연 때마다 ‘자신의 공연은 소량의 거짓말과 다수의 허풍으로 이뤄져있다’고 말하는 dub의 멘트처럼, 이 공연은 진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이자 공상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가상인지 경계는 선명하지 않으며, 그것을 일일이 따지다보면 진짜 봐야할 것을 놓칠지도 모릅니다.

 

 

<STRONG>중심에서 벗어난 그 어딘가에서</STRONG>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저는 한 번도 제가 ‘중심’이라거나 ‘주류’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타고난 마이너리티 근성이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고, 지구를 중심으로 달이 돈다고 해서, 달은 지구보다 못하고, 지구는 태양보다 못하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면, 태양이 아닌 곳에 사는 모든 이들은 불행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구는 지구의 속도대로 살아가고, 달에게는 달의 속도에 맞는 삶이 있습니다. 중심이 아닌 곳에서 스스로를 긍정하는 것, 중심으로 파고들 궁리에서 벗어나 주변으로 떠나는 상상력과 결단력을 가질 때, 기존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중심에서 벗어난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주변부에서는 정해진 질서도, 영역도 없습니다. 각기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발휘해서 한데 얽어내는 동안 뭔가가 만들어지며, 음악극 <발명왕>은 바로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극중 dub을 연기한 배우 김태엽은 독립영화 감독이면서 자신의 영화에 직접 출연하는 배우이기도 한데요, 그는 이번 공연에서 주연배우인 동시에 연출 dub과 함께 한 영상 촬영에서 자신의 역량을 선보였습니다. 극단 로드스토리의 대표이자 이 공연의 프로듀서 장서암은 극중 주요 소품들을 직접 제작했고요, 공동대표이자 마임이스트인 백욱희는 각종 영상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2년여 동안 이 공연을 준비해 온 dub은 그야말로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했는데요, 연출과 영상, 대본 작업 외에도 음악 감독이면서 밴드와 함께 연주를 하는데다가 모든 곡이 자작곡이라니, 더 보탤 말이 없습니다.

 

기반이 없으니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글쎄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자신의 역량과 열정을 최대한 뿜어낼 수 있는 무대,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과정 속에서 기존에 없던 것이 만들어지는 것, 저는 그것이 공동 창작의 묘미라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서 만들어지는 것은 단순히 작품만이 아니라 관계이자 역사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할까요? 이 공연의 대본 작업에 참여한 제게는 그랬습니다.

 

<STRONG>국립극장에서 펼쳐지는 무규칙 삼종 경기</STRONG>

 

 

제멋대로 만들어진 이 공연이 국립극장에서 상연되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까 하는데요,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국립극장에서 펼쳐지는 무규칙 삼종 경기를 보러 오지 않으실래요? 연극과 영상, 밴드 음악이 어우러진 자유분방한 이 공연을 보신다면, 여기에 적힌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그랬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 달 11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공연 안내

 

11월 11일(수)에서 19일(목)까지, 평일 오후 8시, 주말 4시 7시 (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 예매 : 사랑티켓, 인터파크, 옥션

 

 

 

http://blog.naver.com/danz/80093454086

 

http://blog.naver.com/danz/8009476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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