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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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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이상하다!!

2009.11.13 02:03

랄라 조회 수:1222 추천:129

요즘 내가 이상하다.

연구소건 집이건 뒤져서 내게는 쓸모없는 물건들을 집어다가 '분양' 바구니를 만들어 놓고 분양하고 있다. 처음엔 스테이들러 노랑 색연필 13개부터 분양했다. 남직원이었던(지금은 퇴사) 친구에게 우리 아이들 쓰기 필기 도구로 굵직하고 또 6각이 되어 있는 스테이들러 색연필을 마련하라 했더니, 빨강, 파랑, 검정까지는 좋았는데 노랑세트도 구입해 놓고 나갔더라. 노랑은 참 써 놓고 나면 색이 애매하여 쓴 글자를 아이들이 알아 먹기 힘드니 연필 가격이 비싸 버리기도 아깝고. 또 문구점에 얘기 했더니 문구류는 절대로 교환 환불 안된다고. 하여 고심하다 분양을 했다.

 

"필요하신 분들은 가져가세요"

그날 하루 13자루 연필이 고스란히 어머님들 손에 넘어갔다. 두자루 챙겨가는 어머님께 물었다. 허 이 노랑 색연필 어디다 쓸라구여? 성경 읽을 때 가슴에 와닿는 부분 이 노란색으로 칠하면 좋잖아요! 아하~~ 연필로 퍼억 퍼억 밑줄치며 읽는 나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엷은 색의 색연필이 그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 나누어 주고 나니. 참 기분 좋아지더라.

 

하여 어제는 남대문 시장에서 목공예를 하시는 이모 덕분에 하나둘 가지게 된 한복천 다용도 지갑 일곱개를 분양했다. 그리고 또 오늘은 신랑이 집어온 물없이 손을 씻는 세정제 다섯개와 안쓰던 책갈피 그리고 과자봉지 잠그는거 하나! 이것들도 모두 제 임자를 찾아 갔다. 기분이 좋다.

 

집에 와서 또 분양할 꺼리를 찾았고. 잔뜩 쌓아서 한짐 가방에 넣었다. 머리끈, 뜯지 않은 공테입, 뜨지 않은 손톱깍기 도구, 미처 선물하지 못한 신생아옷, 차안에서 덮는 미니이불......, 내일도 또 분양해야지!!

 

그런데 내가 자꾸 왜 이러는 걸까!

자꾸만 나를 비우고 싶다.

꽈악꽈악 차 있는 서랍도 비우고 싶고. 입지 않고 몇년씩 걸어둔 옷장도 비우고 싶다. 분양하고 나니 속도 시원해졌는데 또 쓰아 하고 무언가 가슴을 쓸고 지나간다. 뭘까? 왜일까?

 

이럴땐 걍 똥똥한 신랑배 배고 자고 싶은데....,

늦는단다. 으이그.....,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하여 다시 불을 켜고 부시럭부시럭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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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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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글을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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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2009), [그건 사랑이었네], p.124~5

며칠 전 생일 카드를 사러 서점에 갔다가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문이 적혀 있는 예쁜 카드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주여,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게 해주시고

제가 할 수 없는 것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잇는 지혜를 주소서.

 

꼭 나에게 하는 소리 같았다. 혹시 하느님은 이 기도문을 통해 내게 간절히 당부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당분간 이 카드를 침대 위에 붙여두고 눈에 뛸 때마다 머리에 새겨야겠다. 가슴에도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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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빙긋이 웃는다.

내가 지금 뭘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최선 주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비우는 것이고,

내가 무엇을 체념해야하는지 그것을 흘려 보내려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정리해야만 한다.

텅텅텅~~

물론 절대로 목욕물과 함께 아기를 갖다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나는 더러워진 목욕물과 아기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만 한다.

이제 잘 수 있다.

신랑의 폭신한 배가 없어도 재서를 내 팔에 뉘고, 단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다.

녀석 엄마가 자꾸만 컴을 켰다 껐다 하니까 엄마 다리 배고 잘거라고 눕더니만 불편했는지 벌써 깔아놓은 이불에 가서 쌔근쌔근 잠들어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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