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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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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서 서울대 병원 다녀왔어요 ^.^

2009.12.16 19:02

랄라 조회 수:1240 추천:171

검사를 받는데에만 꼬박 일년이 걸렸네요.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24개월 즈음부터 녀석의 성향을 알았으니 검사 받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고 해야 옳을 거에요. 선생님 말씀대로 무조건 라벨을 붙여대는 현세태도 알고 있지만 어떡하던 객관적인 지표가 저에게 필요했어요. 하여 가장 무리수가 없을 것 같은 병원을 골랐구요. 경제적인 면에서나 또 치료중재에서나 현재로서는 대한민국에서는 서울대 만한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네요. 연세대학교병원이나 서울삼성병원은 진단만 받는게 기백이 넘게 깨져요. 그렇게 해서 진단을 받는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지요. 재서의 주된 문제는 ADHD이냐 아니면 자폐적성향이냐의 문제인데. 행동이 과하다고 무조건 ADHD로 볼 수는 없지요. 읽고 쓰기를 학습하는 면이나 수나 셈을 익히는 문제에서는 어려움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여 자폐스펙트럼의 범주로 재서를 넣어야 한다는 저의 잠정적인 결론에 도달했고. 그 객관적인 평가를 오늘에서야 한 셈이에요. 지난번 면접과는 달리 30여분의 놀이평가로 검사가 진행되었어요. 아이들이 오면 지금 재서를 맞이하는 선생님의 입장이었는데, 재서를 검사실로 들여보네고 복도에서 기다리는데 기분이 참 묘해요. 30분이 참으로 길기만 하더라구요.

 

자세한 소견은 나중에 페이퍼로 자세히 보고를 해주겠지만, 자폐성향이 많이 진하다는 결론을 내리시네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겠다 싶었어요. 어짜피 보고자 하는 지수가 있었고 그것만을 중점적으로 봤으니까. 적극적으로 자기 요구를 하지 않더라는 말에도 나름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지만 그도 하지 않았어요. 3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과제에만 집중하는 재서를 보면 그 분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좋아하는 것에 필이 꽂히면 그것에 괴력의 집중력을 보이는 재서를 익히 아는지라 장난감들에 눈이 팔려 치료자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 자폐적 성향이 강하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그럴 수 있다 생각해요. 논쟁의 필요는 없지요. 그분이 그런 잣대를 가지고 있으니. 학업 성취능력을 보기위해 다음달 18일에 지능검사까지 하기로 했네요. 참 많이 기네요. 검사한번 받기가. 4월에 전화예약해서 8월말에 담당 교수님 면접 한번에, 물론 9월에 자폐성검사와 심리평가가 모두 잡혀있던 것을 제가 12월로 미루긴 했지만(재서 유치원 적응을 위해서. 이것은 참 잘했다 싶어요.). 아마도 PDD(전반적발달장애3급)으로 진단이 나올 것입니다. 말로 자기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아이들. 그러나 자기 생각을 디테일하게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뭉텅그려 그렇게 진단을 하니까. 평가자도 그런 말을 이미 언급했구요.

 

사실 재서를 돕기 위한 도움을 구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네요. 재서 집이 연남동인데 그 근처에 마땅한 기관을 연계 받지도 못했구요. 그나마 소개 받는 곳들이 모두 강남에 위치한 언어교육원들이라. 난감하고. 또 그 언어교육을 받고자 지금의 유치원 교육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사회성 증진이 꼬옥 필요한 아이라는 결론을 저도 또 서울대 측에서도 내렸다면 지금의 유치원 이상 좋은 사회적 경험을 할 장을 만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재서또래의 정상아동 2, 3명과 재서 이렇게 소그룹 활동이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라는 말을 했지만 그것은 정말 이론적인 얘기에 불과해요. 정상적인 아이들이 그런 프로그램에 나와 줄리도 만무하고, 또 참여한다해도 그 아이들이 재서를 참아줄리는 없다는 것이지요. 소그룹 수업을 위해 공동육아도 시도해 보았지만 그것도 쳐지는 아이를 품어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는 공동체에서는 역부족이구요. 저도 할 수 있음직한 소리를 하시는 평가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왔네요.

 

다리품 팔아, 재서 유치원을 있는 그대로의 재서를 품어주는 일반 유치원을 만났노라고 하자 평가자가 너무 좋아하는 거에요. 처음에는 장애아 통합어린이집에 다니냐고 하여, 아니라고 하지만 서울대에 검사를 예약해 놓은 즈음에 재서를 있는 그대로 말하고 그 아이를 품어주기로 한 유치원을 만났다고. 그 사회경험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노라고. 하여 모든 서울대 검사 일정이 미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사실 맥이 좀 빠지더라구요. 내후년 진학에 대한 것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이야기만 들었네요. 뭐 그쪽 입장에서는 그렇게 밖에 얘기 해 줄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재서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특수학급을 선택할지 특수학교를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이런 답이라면 이미 저도 내리고 있는 답이었는데.

 

어떤 심리였을까요. 굳이 이렇게 이미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확인해야만 했던.

모든 장애아 부모님들이 밟는 수순을 저는 왜 밟고 있는 것일까요?

중요한 것은 올초 그 막막했던 마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재서에게 어떠한 꼬리표를 붙이던 재서는 재서니까.

결국 서울대에서는 6개월 단위나 1년 단위로 재서의 진전 과정을 평가받는 도움은 받을 수 있겠지만 하여 나름의 지표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하루하루 해내야 하는 것은 저와 재서라는 것을 새삼 느껴요.

 

초등학교를 결정하는 것도 제가 해야하고,

또 그곳에서 해내야 하는 것도 재서이고,

그런데 정말 참 이상해요.

죽을 것처럼 막막했는데....,

왜 막막하지 않은건지.

이제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왜 자꾸만 드는 것인지.

 

물론 쌤^.^

전 서울대 도움도 받을거에요.

적극적으로!

약물만 빼고요.

약을 먹자는 것은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러나 정보의 도움은 받을거에요.

그곳의 노하우가 재서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네요.

그러나 또 하나 무조건 그곳을 믿지 만은 않을거에요.

우선은 저를 믿어야지요.

또 재서를 믿어야하구요.

어떤 모양이건, 재서는 지금 한해한해 또 한달한달 틀림없이 발달하고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재서를 어떻게 도와주느냐 하는 것일 거에요.

예전에는 넘어지거나 실패하는것 모든 것을 다 막아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알아요. 그럴 수 없어요.

그런데 넘어지거나 실패하면 이제는 재서를 꼬옥 안아주어야겠다고.

제가 녀석의 곁에 머무는 그 마지막까지 녀석을 힘껏 응원해주겠다고 그런 마음이 들어요.

세상의 모든 엄마가 다 위와 같겠지만,

제 경우엔 이 마음을 얻기까지 참 많이 힘들었네요.

쌔앰~~

나중에 이런 책 함 쓰고 싶어요.

"무지하게 모성이 없는 여자가 애를 낳아 키우고 사는 법"

여자는 무조건 모성이 넘쳐나고,

아만 낳으면 무조건 하해와 같은 사랑을 아이에게 부어 줄 수 있을 것이었다고 생각한 저는 참 어리석은 바보였어요.

나를 버리고 내 사랑을 아이에게 나누어 주는게 참으로 힘들지만,

조금씩 천천히 하면 자기 중심적이던 사람도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고백하게 되니까요.

쌤 말씀대로

저에게 귀한 인생의 기술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재서는 세상에, 제 곁에 왔다 그런 생각 자꾸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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