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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결혼 그리고 새로운 마인드맵

2010.01.17 11:04

평화이룸 조회 수:1699 추천:260

제 블로그에 치유를 위한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라 구구절절 길어요.ㅎㅎ

그래두 함 가져와봤어요. 혹여 결혼하려고 하는 분들 계시면 약간의 도움이 될까 해서요.^^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가 아직 비혼이면 나는 기혼인 경우보다 훨씬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왜냐면 비혼일 때 결혼에 대한 마인드맵을 어느 정도 그려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혼일 경우에는 보통 고부간의 갈등이나 그야말로 '시'자 붙은 사람들과의 관계문제가 인생

고비에 한몫을 하게되기 때문에 그 관계정리를 하다보면 상처투성이 어린아이를 맞닥드리곤

하고, 매우 오랜시간에 걸쳐 그 아이의 세상보는 관점을 교정해야만 하고, 가장 직접적인 관련

을 가지는 배우자가 대동되기도 하며, 친정부모나 시부모까지 상담을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비혼일 경우에는 부모형제관계를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가족이란 무엇인지, 결혼이라는

공동체는 또 무엇인지를 스스로 새롭게 재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보다 명확해진 지도

를 가지고 결혼이라는 모험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럽다. 그렇다고 완벽하다

거나, 완전히 준비가 되었다거나 라고 말할수는 없는 노릇, 다만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가족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자기 바운더리를 스스로 잘 만들며, 부드럽게 거절하는 법이라던지,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기 등등 크고 작은 스킬까지도 스스로 가지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룸은 외며느리다. 신혼 때부터, 아니, 결혼 전부터 아주 몹시 '싸가지'가 안계신 며느리감이었다.

내 스스로를 그렇게 강하게 표현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시부모님의 반응이 그걸 말해주었기에...

도대체 무슨생각으로 남편은 나를 아내로 맞이했는지 어떨 때는 남편이 참 희안하기도 했다.여튼

이룸은 대책없이 온순하지 않은, 뭐든 그저 숙이고 순종하지 않는 이상스럽고 말을 잘 안 듣는 이해

불가의 며느리였다. 훗날 시어머니의 나에대한 회상을 바탕으로....ㅎㅎㅎ결혼을 하면서 나는

남편에게 이야기했었다. 내가 진심으로 부모를 대하길 원한다면 나를 그냥 내버려둬보라고. 진심

아닌 것은 가짜니까 한계가 있고, 겉보기엔 예의바르고 좋아보일지 몰라도 금새 바닥나는 일이 될

것이라고...그랬더니 남편은 나의 모든 생각을 존중해주었다.  일년에 한번 전화를 할까 말까 해도

단 한번도 뭐란적이 없다. 난 정말 해를 거듭해도 시어머니가 보고 싶다거 나 목소리가 듣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는 즐겁게 받지만, 내가 정말 그분들이 그리워질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 또한 부모와 분리가 잘 된 사람이어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

려는 의지가 강했다. 독립적으로 하나의 가정을 이룬 것에 대해서 아주 분명 한 생각을 가지고있

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이것이 이룸이 결혼하게 된 까닭임) 우린 결혼과 동시에 새로운

지도에 길을 냈다.하나부터 열까지 어 설프거나 뭔가 실수를 거듭하더라도 굉장히 고무적으로

조정해나가면서 우리들만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부모를 경시하거나 하지

않았으며,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은 그대로 깊게 흘렀다. 다만 새로운 지도 아래 분주히 길을 내

며 '가족'이라는 새 그림을 열심으로 그리게 된 것이었다. 집을 살 때도 대출을 좀 받을지언정

부모에게 바라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오는 것도 정중히 거절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여러

모습 때문에 그를 존경하고 크게 본다. 우리는 스스로 감당해나가는 힘들고 고된 기쁨을 만끽

하며 살아가게 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집에 놀러오셨는데, 아들이 설겆이를 하려는 찬라에 도저히

안스러워 못보시겠다는 듯 버럭~하시면서 돈 벌어오는 사람 손에 물을 묻힌다고 나무라셨다.

난 웃음이 났다. 그냥 그 상황이 누구나 있을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주섬주섬

고무장갑을 끼시고 당신이 하시겠다고 말리는 아들을 밀쳐내고 설겆이를 자청하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며느리들이 할수 있는 멘트인 '어머니 그러지 마세요. 제가 할께요.'를 하지 않고

그저 뭐가 어쨌든간에 남편과 함께 빙긋이 웃으면서 어머니가 정말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시라

는 말씀을 드렸을 뿐이었다. 주방은 살벌한듯 소란스럽고 그릇이 깨질것처럼 우당탕탕 소리가

나는 설겆이의 장이 되었다.ㅎㅎㅎ그 뒤로는 아들과 아들의 부인이 사는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참견하는 일이 없어지셨다.^^요는 이것이다. 그들의 사는 방식에 그들이 문제라고 생각지

않으면 만사 오케이~라는 것을 이해하셨다는 것. 그랬다. 우리는 우리의 룰에서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기꺼이 행복한 마음으로 누가 설겆이를 하던 똥기저귀를 빨던 별로 이상할 것도,

문제될 것도 없이 평온하고 충만했다. 그것을 다만 원가족인 부모님이 불편해하실 뿐이었는데,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었기에 부모님 선에서 정리를 하시면 되는 것이었다. 시누이는 나에게

부모님이 자주 오시지도 않는데 그 때만이라도 며느리로써 하는 척이라도 하면 안되겠느냐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런건 더 큰 문제를 만든다고...새로운 질서 안에서 새로운 지도를 그려가

는 모습 그 자체가 온전히 진짜이고 그 것을 이해하는 것에 무리가 따를지 모르겠지만, 진실을

왜곡해가면서 연출을 하는 연극은 어렵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마무리되었다. 나는 뭐가 어떻든

시어머니를 미워하거나, 나쁜사람이라고 하면서 욕하거나 흉보는 일은 없다. 서로 잘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가식적으로 그런척, 어떤척 할 수 없는 노릇이라는 것 외에는 그분들이

내 배우자의 원가족이라는 사실을 감사히 받아들인다. 나는 친정과도 그런 관계맺음을 하고있다.

누구 하나 미워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가장 자기답게 자신들의 삶을 살아나가길 마음 밑바닥에서

우러나는 마음으로 바라고 기원한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를 일이지만, 시어머니를 특별한 어떤 존재로 모시지 않는 것이 나의

시어머니 존중법이다. 뭐든 너무 특별해질 수록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기마련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너무 냉정한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집에 오시면 친구처럼

다정하다. 나에겐 시어머니가 신기하게도 이 시대의 한 여성, 감정적인 어떤 것도 벌어지지

않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존재이다. 그녀 또한 나의 또다른 모습이고, 동시대를 얼마간

함께 살아나갈 어른이시다. 결혼생활 10년이 지나던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집에 오셨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난 니가 처음엔 너무 기가막였어. 뭐 저런게 다 있나 싶었지. 어른이 말

하면 그냥 순종하고듣는게 아니라 듣기 거북하다고하지를 않나, 이러면 싫다, 저러면 좋다

자기 의견이 있고, 친절하지도 않고 그래서 싸가지 없는 막돼먹은애라고 생각했지. 근데 여

지껏 지내보니 난 니가 이렇게 편할수가없다. 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꽁하거나 상처를 받는

게 아니라 다 듣고는 금새 풀어버리더라. 다음에 만나면 쟤가 어떨까 했는데도 활짝 웃으면

서 엄마~~하며 반기고...그런데 또 여전히 전화 안하고 지가 마음 내키면 보고싶다고 전화

하고...넌 그냥 겉과 속이 같고 솔직한 애였어. 그래서 너한텐 무슨 말이던지 다 하게된다.

내가 오죽하면 딸한테도 못한 얘기들을 너한테 하겠냐. 이젠 너를 이해한다.' 라고...그런

말씀을 하시길래 나도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나에게 인생을 나보다 훨 앞서서 사신 선배님

이시고, 스스로의 힘도 가지고계신 개별적인 존재이시기에 시어머니 이전에 그냥 인생선배

쯤으로 뵌다고. 어머니께서는 다른 며느리들과 비교도 하시고 그랬지만, 난 단 한번도 다른

시어머니들과 비교해본적이 없다고. 그 이유는 나에겐 그저 어머님이 자신의 삶을 잘 살아

내시는 여성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앞으로도 더 잘해드린다는 말은 못드리지만, 내가 무

엇을 할 때는 모두 진심에서 하는 것임엔 틀림 없다고...또한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어머니

아들과 살면서 뭐가 어쨌든 많이 웃으면서 아주 정답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효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씀을 드렸다.^^가끔 친정엄마와 시엄마께서 집에 놀러오시면 말씀을 하신다.

'너희 집에는 웃음꽃이 만발하는구나. 너의 집에 오면 사람 사는 것 같다.' 하신다. 물론 갈

등도 있고, 굴곡도 있지만, 우리 가족은 매우 잘 웃고 많이 평화롭다. 가끔, 아주 가끔씩 시

누이나 시엄마 보고 싶어서 진심으로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 전화를 드리는 일이 나는 즐겁다.

왜냐면 진심으로 사람과 닿는 느낌은 정말 소중하고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난 며느리라

기보다는 아주 화끈한 인연으로 이어진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테두리를 너무 두르기 때문에 지나치게 간섭하게 되고, 진심 아닌 것을 강요하

게 되고, 주면 받고 싶게 되고, 되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러니 범위를 넓

혀야한다. 내 선에서 그렇게 해야만 온전히 그 대상을 하나의 인격체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내 시어머니, 내 시누이가 아니라 내가 만나게 된 지인, 나와 같이 고유한 자신만

의 세계를 가진 독립적인 존재,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듯이, 그 존재 또한 그러할 것

이라는 것, 누구든 어떤 의견이든 그건 그 자신으로써는 옳다는 것. 다른이들에게는 되는데

시부모에게는 안된다는 사람이 많다. 그건 시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문제다.

어차피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살아왔으며, 나 또한 나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같은 맥락인

데도 나는 옳고 그들은 틀리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난 시어머니나 시누이에 대

해서 어떤 의견도 갖지 않으려고한다. 싫거나 좋거나로 말하지 않는다.싫은 상황과 좋은 상황

만이 존재하지 사람이라는 인격체는 거기에서 객관적으로 분리를 해야한다.싫은 상황과 좋은

상황은 내가 내 내면에서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타인의 인격과는 무관하다.부드럽고 인자하며

이해심 많고 아주 독립적인 나의 남편을 낳으신 분, 난 내가 그녀를 특별대우하지 않는 것이

참으로 대견하다. 그저 나이든 언니처럼, 집에 오면 다리 베고 누울 수도 있고, 가끔은젖가슴도

만질 수 있는 시엄마가 계서서 감사하다. 그녀도 나를 특별대우 하지 않아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아들을 며느리의 남편 쯤으로 여기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가...ㅎㅎㅎ

 

결혼 그 안으로의 모험을 떠나려면, 우선 기존의 지도에 새로운 길을 내야한다. 혹은 새로운

지도를 새로운 공동체의 질서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야한다. 새로운 지도에서 새로운 인연이

맺어지고 새로운 그림들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건 그 안의 인연들이 어떠냐

보다는 내가 어떠냐에 따라서 그 그림은 완전히 달라진다. 중요한건 결혼이라는 묘한 모험의

세계로 들어갈 때는 좋은사람이 되어 야겠다, 사랑 받는 며느리가 되어야겠다 등등의 가장 상처

받기 쉬운 슬로건은 걸지 말아야 한다. 그냥 '자기 자신'이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자기 자신을

따듯하게 데워가는데 힘을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따듯한 손이 덥석 누군가를 잡아줄 날이

온다.^^ 나는 신혼 초에 공교롭게도 나쁜며눌 이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봐줄만한 며눌이

되어버렸다. 사실 나는 여전히 그대로 나인데 말이다. 따듯한 포옹이 자연스러워졌기에 시누이,

시엄마와 포옹하는 일이 참으로 포근하고 좋다.

 

결혼과 함께 고부간의 갈등 혹은 장모 사위간의 갈등, 시집식구들간의 갈등 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결혼이라는 선택에 따르는 절반의 책임'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조금 덜 괴롭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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