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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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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그리고 좋은 공감 습관

2010.11.10 14:28

랄라 조회 수:947 추천:128

약초밭에서 좀 놀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랄라가 동안 남편과 못살겠다 못살겠다 그러면서 살아온거. 죽을 것 같을때 위안 받으려 이 놀이터에 사연 털어 놓았을 때 쌤이 만약 참아라 참는게 미덕이다 이렇게 충고했더라면 아마도 나는 쌤 곁을 홀연히 떠났을 것이다. 약초샘이 나한테 하신 처방은 참아라 참는게 미덕이다 그런게 아니었다. 쌤은 내 억울함을 들어주시면서 격려하시면서 꼭 한가지 더 하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지혜가 담긴 책들을 추천해 주셨다는 것이다. 일단은 들어주셔서 위로감을 얻었고, 그 후 진정된 마음으로 샘이 추선해주신 지혜서들을 읽다보면 그곳엔 늘 타인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자기자신이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들이었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상대방 때문에 못살것 같지만 실상은 상대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어야 하고, 상대의 문제를 끌어 안지는 못해도 상대의 문제에 흔들리지 않는 주체는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내 머릿속에는 이혼이라는 두글자가 늘 떠나지 않았다. 약오르고 억울하고 그래서 상대에게 복수해주기 위해서라도 내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도 떠나버리리라 하는 생각들. 그게 내 가슴팍을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그런데 13년차를 맞이하는 2010년 오늘 나는 이제 내 머릿속에서 이혼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리지 않는다. 억울함을 가슴에 묻어주지 않고 호소하는 기술도 배웠고, 말하기 치사하다 생활비 내가 내버리고 분해하는 마음도 내려 놓았다. 대신 있는 그대로 사실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기술을 배웠다. 적어도 내가 기여하는 바를 상대가 알았으면 하는. 듣기 싫어도 같이 사는 사람이 무엇을 기여하는지 정도는 알아야겠기에.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분노의 감정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사실적 진술을 시작하면서 기대하지 않았는 생활기여분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안은 상대방은 완전히 틀렸다는 전제에서 말을 시작했었기 때문에 늘 끝은 싸움으로 끝났었는데 내가 상대방이 틀렸다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지금 이러저러한 것들을 분담하자니 힘이 든다는 사실만을 전달했더니 조용히 듣고 그가 분담할 수 있는 것들을 분담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참 그렇게 열렬하게 이루고 싶어서 안달복달 싸울때는 돌아오지 않는 보상들이 하나둘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참 어이도 없으면서 이런거였나 하는 생각들이 든다.

 

김치가 어떻게 밥상머리에 올라오는지도 몰랐던 영섭씨! 친정엄마가 이번에도 조용히 자기가 소리없이 김장을 담아내시려고 한다. 작년에는 내가 김장비를 드렸는데, 올해는 어떨까 하고 그에게 말을 꺼내 봤다. 이건 왠걸 너무도 쉽고 어이없게 퇴근하면 내가 장모님께 김장비를 드린다고 하지 않은가! 왜 어째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그가 변했나? 내가 변했나? 아무튼 아주 바람직한 현상들이 우리집에서 하나씩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다.

 

p.s. '공중그네'부터 였던거 같다. 쌤이 추천해주시는 책들을 재서아빠도 조용히 읽어내기 시작한 시기가. 그것이 '심야식당'으로 이어지더니, 이번에 '스님의 주례사'로 이어진다. 공감꺼리가 생기면서 친밀해지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공유할 것들이 늘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것 같다. 위의 일화가 나는 이런 책들을 읽어낸 것들이 작용하기도 했다고 믿는다. 읽고 많은 일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소소한 한가지라도 변화시켜 나갈 때 이런 차분한 평화가 집안에 내리기도 하는 것 같다. 아내와 남편이 같이 읽어낼 책들이 조금더 많았으면 좋겠다. 내 입을 통해서 말하면 정제되지 못한 말솜씨 때문에 싸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좋은 책들을 같이 읽으면 공감하는 바가 커져서 소소한 일상을 타협하고 조정해나가는 힘이 되어가는 것 같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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