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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늙음을 알리지 말라

2010.02.18 17:44

해민엄마 조회 수:1378 추천:226



선생님, 입양모임에 쓴 일기를 옮겨왔습니다.

최근 저희 모자의 모습입니다.

사진속 제가 50년은 젊게 나와서 감동입니다^^

*******

 

얼마전 해민이가 물었다.

'나는 다섯살이지. 엄마는 몇살이야?'

엄마의 엄청난 나이를 말해주자 잠시 침묵이 흐르는 고로

해민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물었다.

'어때?(엄마 나이를 어찌 생각하냐는 뜻)'

'조금 늙어(좀 늙은 것 같다는 뜻).'

오...숫자 개념이 10까지밖에 없는데도 이해력이 높다!

 

그러고 나서 어젯밤, 잠들기 싫어 칭얼거리던 녀석이

느닷없이 엄마의 늙음을 갖고 시비를 건다.

'늙은 엄마 싫어~ 늙은 엄마 싫다고~'

우습기도 하고 마땅히 쉬운 표현도 안 떠올라 되는대로 설교를 했다.

'해민아, 늙은 엄마는 젊은 엄마보다 생각도 깊고

삶의 지혜도 많은 거야.

항상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야.'

다섯살짜리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뭔가 조금은 전달되려니~

 

근데 의문이다. 정말 늙은 엄마가 젊은 엄마보다 지혜로울까?

엠팩의 젊은 엄마들을 보며 감탄한 적이 많았다.

저 나이에 저런 지혜를 갖고 있다니, 하고...

그러나 나도 젊었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건 마치 '내가 화성에서 태어났으면'하는 바람과도 같기 때문이다.

나의 30대는 아이를 키우기엔 너무도 까마득하게 저렴한 정신연령이었으니.

 

그래서 늙은 엄마로서 나만의 장점을 찾아보니 하나쯤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젊은 시절을 보내왔던 엄혹했던 시대가 전해 준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그 시기를 건너왔던 사람들만의 공통된 정서가 어떤 힘을 준다는 생각도 든다.

 

흥! 그러나 일상 속의 나는 늙음이 무색하게

서툴고 엉터리 같은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해민이의 기억 속에 젊은 엄마의 모습이 없다는 것도

일종의 상실이 될 수 있겠다.

그래서 오늘 해민이와 데이트를 하며 도넛 집에서 살짝 위장된 사진을 찍었다.

최대한 해민이 얼굴 뒤에서 가려서

오동통한 아줌마 얼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홋홋.

 

실은 아드님 자랑은 지금부터다.

엄마의 늙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내 메시지를 읽었음일까?

오늘 나눈 대화는 다음과 같다.

'해민아, 늙은 엄마가 좋아, 젊은 엄마가 좋아?'

잠시 뜸 들인 후 해민이의 답,

'내 엄마가 좋아.' 그리고 덧붙인다.

'해민이 엄마.'

 

휴...이 녀석을 어찌 키워야 할꼬?

황새 아들 따라가느라 뱁새 엄마 작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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