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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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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시

2010.03.18 22:39

은수 조회 수:1246 추천:98

 

어제 동생이 퇴근해서 들어오더니

 

같이 일하는 주방 쉐프님이 위에 탈이 나도 단단히 났단다

 

재미교포로 가족은 미국에 있고 혼자 한국에 나와 살고 있는데

 

이양반 외로움때문인지  폭식에 폭음을 자주 한단다

 

그러다 어제그저께 화요일에 출근을 못했다고 한다 40통이 넘는 전화를 해도

 

안받아서 집으로 사장이 찾아가보니 이사람 열이 40도를 오르내리며 혼자 피쏟고 혼수상태더란다

 

 끌어다 응급실에서 살려놓으니

 

거기서도 피를 토하더란다 결국 반 초죽음 상태에서 간신히 의식은 돌아왔으나

 

아무것도 먹도 못하고 빌빌 거린단다 그게 안쓰러운 내동생

 

" 언니 내일 나 미음좀 끓여줘 그양반 그냥 두면 사람 상할꺼같어 내일 내시경 검사하고

 

온다는데 그럼 아무것도 못먹잖어 미음이라도 먹여야 사람 꼴이라도 유지할거 같어 "

 

이런다  그래 얼마나 외로울까 난  같은 한국땅에서 살면서도 엄마가 늘 그리웠는데

 

이사람은 이억만리나 떨어진곳에 혼자 있으니 외롭고 지쳐서 몸이 상했구나 싶었다

 

현미쌀과 현미 찹쌀을 불려서 아침에 3수저 정도 따로 건져내서

 

믹서에 물을 넣고 곱게 갈았다  아무리 미음이라지만 글도 쌀건지가 들어간것이 좋을거 같아서

 

빡빡한 미음을 끓였다 눌지 않게 잘 저어서 식힌다음 통에 담았다

 

" 가서 너무 걸죽하다 싶으면 물을 좀더 넣고 한번끓여서 여러번 나누어마시라고해

 

위가 상하면 사람 승질나빠지니까   무리하게 먹지 말고 ..."

 

 학원을 가면서 당부했는데 어떻게 됐는지는 아직모른다

 

또 요새 동생은 현미밥을 제것 말고 같이 일하는 직원거 까지 싸나르고 있다

 

사연은 같이 일하는 언니가 2살이 자기보다 많단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부모님불화로

 

정서적으로도 불안하고 유대관계또한 원만치 않아  자살시도까지 한 사람이란다

 

사연을 들어보니 산전 수전 공중전을 겪은 사람이란다 이사람을 보면서 동생은 자기 과거를 보고

 

있는듯했다 진실로 이사람을 돕고싶다고도 했다 지금의 자신을 도와준 예전 매니저님 생각도 난다고 했다

 

엄마가 해주는 밥대신 햅반을 먹고 소풍 도시락은 통조림 3종세트였던 사람이었단다

 

그래서 집밥 집에서 해준음식을 좋아한단다  동생이 싸간 밥을 아주 맛있게 먹는모습을 보고

 

동생이 밥을 넉넉히 싸달라고 한다  아예 동생 밥풀때 따로 밥을 또하나 푼다

 

그럼 동생은 가게로 나르고...

 

그사람들은 내동생과 쿵짝이 잘맞는지 가게에 오면 살맛나고 생기가 돈다고

 

태어나 첨으로 행복하고 살맛난다 한단다

 

두사람다 얼굴도 모르지만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살기위해 살고 있는데 이사람들은 그 먹는일이 외롭고 슬픈것 같다

 

나도 먹고 살기 위해  일했지만 정작 내밥은 재대로 챙겨먹도 못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네...

 

" 언니 이사람들 만나면서 느낀것인데 어쩜 저위에 계신양반이

 

당신보시기에 하도 안쓰러워서 나하고 인연이 닿은거같아

 

인생 밑바닥까지 내려왔으니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나란 사람 만나서 좀 쉬어가며

 

기려회복하라고 말야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 막말로 그사람들 나보다 잘났거든 .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거 다부질 없어보여 그냥 질기게 살아가는것은 내가 그들보다 나은거같어

 

그사람들 보다 많이 배우지도 않았고 갖고 있는게 많지도 않지만 그래도 난 가족이란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서  좋다  뭘바라고  그사람들한테 잘하는것은 아냐

 

그냥 그사람들 있는그대로  봐주고 들어주고 싶어 그러다 자기들이 다시 힘이 나면

 

일어서겠지 난 딱 그때가지만이고 ㅋㅋㅋㅋ"

 

이러고 웃는다    오지랍 넓은 동생덕에 나도 오지랍 넓게 밥퍼나르고 있지 않은가...

 

돈이 많이 드는것도 아니고 내밥할때 조금 더해서   수저하나 더놓는다는 생각을 하니

 

것도 나뿌지 않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밥보시를 하고 있다고

 

왜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 회사다닐때 난 남들 밥해먹이는것을 좋아했다

 

그냥 음식만들고 남들 먹이는거 좋아해서 했더니 한후배가 그런다

 

" 언니 나중에 우리 저승가서 만나면 내가 저승사자 앞에서 증인 서줄께

 

언니가 세상에 있을때 남들한테 밥해먹인거 물떠먹인거 다 증언해서 언니가 좋은데로 갈수 있게 말야

 

다른것은 몰라도 그때 저승사자가 지상에있을때 너 베풀기를 얼마나 했냐 물어보면

 

꼭 그렇게 말할께 "

 

이게 좋은 소리야 나뿐소리야 ?

 

울엄마도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수양딸 들여서 10년넘게 엄마밥먹여 키웠다

 

그내림이 나에게 또 내동생에게 내려오나?

 

여하간 오지랍 넓은 동생 덕에 당분간은 열심히 현미밥해서 나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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