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오늘은 간만에 주유소 얘기 좀 할게요. 오늘(아 어제군요)은 제가 야간근무를 했어요. 제가 일주일에 하루는 야간근무를 합니다.

 

그 뭐냐..주유소란 곳이 어차피 다른데서 휘발유, 경유, 실내등유를 받아서 일반인들에게 파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주유소에는 항상 꽤 큰 탱크로리(100드럼 용량, 2만리터)가 주유소 탱크에 휘발유, 경유, 실내등유(이제 실내등유는 겨울 지났으니까 뭐...근데 아직도 추워서 실내등유를 사가는 손님들이 있습니다.)를  붓지요. 아 이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구요...

 

우리 주유소에 휘발유 탱크로리를 몰고 오는 기사님이 몇 분 계신데 그중에 한 분이 나이 좀 드신 분이 계십니다. 언뜻 봐도 60 다 되어가는 혹시 넘었을지도 모르죠.(탱크로리 기사도 자기 차량 몰고 다니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오늘은 제가 야간 근무할 때 오셨는데 평소 때는 그냥 뭐 날씨 얘기, 그냥 간단한 인사정도 하시고 우리 주유소 탱크에다가 호스 연결하고 휘발유 붓고,붓는 동안 주유소 근처를 배회하시거나 아님 추우면 잠깐 사무실에 들어오셔서 난로 쬐시다가 커피 한 잔 타서 드시는 분이거든요. 그리고 제가 용차비(13만 2천원)를 드리면 고맙습니다. 하면서 받으시고 볼 일 다 마치면 곧바로 돌아가시는 분입니다.

 

그런데..이분이 오늘 사무실에 들어오셔서 난로 쬐시면서(오늘 추웠잖아요.) 천안함 얘기를 하시더군요, 아직 못 찾은 6명 있잖아요. 언론에서는 '산화자'라고 표현하던데..그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또 근무 교대 시간에 교대하려던 병사들이 많이 살았더라..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그냥 뭐 맞장구 쳐주며(저도 추워서 사무실에서 몸 좀 녹이고 있었거든요.)  그냥 건성으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직 못 찾았다고 하던데..그 사람들 산화자라고 하지요? 찾기 어렵나 봐요. 속옷 차림의 시체가 많았다고 하던데 아마 다들 잠을 자고 있거나 쉬고 있었나 봐요. " 

 

그분은 제 얘기를 듣고 또 그 6명 끝내 못 찾나봐요...이렇게 얘기하시더군요. 

 

그런데..알고보니까..그분의 조카가 이번에 천안함에 타고 있던 군인이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직 못 찾은 6명중의 한 명이라고 하더군요. 그분은 자기 조카 얘기인데 아주 담담하게 말씀하셔서 저도 좀 놀랬습니다만...어쨌든 그런 사정을 알고 나니까 여러가지 감정이 뒤죽박죽 되더군요.

 

전 그냥 그분이 시사적인 얘기를 꺼내길래 제가 아는 만큼만 말씀드리며 뭐랄까...일종의 얘기 거리로 삼은것이었거든요. 솔직히, 어찌보면 우리 그런거 많이 하잖아요? 사건, 사고 등을 가지고 심각하게 진중하게 얘기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얘기 거리를 바탕으로 서로의 속마음도 알아가며 친목(?)을 도모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냥 (심각한 얘기지만) 천안함 피해자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분과 천안함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말문을 연 것이었거든요. 그런데..그분의 조카가 천안함에 타고 있던 승무원이었다니..뭐 그분에게 몹쓸 짓 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경우에 없이 말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되니까요. 그냥...있는 그대로(언론에서 들은대로) 얘기를 꺼낸 것인데..그런데 그냥 좀 불편해지더군요. 그분이랑 얘기 몇 마디 하면서도 그분도 그렇게 불쾌해하는 기색은 아니었구 그냥 담담하게 얘기하셨지만 그분께 그냥 좀 아주 좀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암튼요...그냥 뭐 좀 감정이 약간 불편하면서도 복잡합니다요...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48 내 사는게 비겁해서 미치겠다. [6] 약초궁주 2010.04.29 1154
» 오늘(아 이제 어제 밤 이군요.) 주유소에서 제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 [2] 유재언 2010.04.29 1087
946 둘째딸 세민이에요. [4] file 익모초 2010.04.28 1345
945 책읽기-4월 월말 결산 [5] 약초궁주 2010.04.28 1309
944 주저리 주저리 [5] 연꽃밭 2010.04.27 1095
943 대안사회운동은 왜 하는가? 버들치 2010.04.27 1100
942 떠날 사람을 부러워하다 [3] 랄라 2010.04.26 1104
941 이상한데 꽂히긴 했는데 이게 정말 해보고싶다 정말 내밥벌이가 될까? [6] 은수 2010.04.24 1412
940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요^^ [3] 신선생 2010.04.24 1030
939 꽃감상 하시와용 [1] file 은수 2010.04.24 1074
938 같은 것을 본다는거 [4] 랄라 2010.04.23 1132
937 휴대폰사진 인터넷으로 올리는 방법좀 아시는분!! [4] 은수 2010.04.22 2301
936 재서의 손나무와 거북친구 기쁨이 [3] file 랄라 2010.04.21 1502
935 재서의 여친과 남친들 [4] file 랄라 2010.04.21 1180
934 30일 금욜, 저녁에 인사동 벙개! [11] 약초궁주 2010.04.21 1839
933 공부 머리 만들기 [2] 은수 2010.04.20 1155
932 책 한 권 추천할게요, " 꼴찌도 행복한 교실 " [3] file 유재언 2010.04.19 1263
931 나 인터파크가 너무 조아 [1] 랄라 2010.04.16 1094
930 백수생활 1년만의 깨달음 (시사인, 김현진 칼럼) [3] 약초궁주 2010.04.16 1324
929 [re] 이부라는 마술적 캐릭터 [1] 약초궁주 2010.04.16 1303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