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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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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딸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그녀  - 이명옥기자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의 저자인 한의사 이유명호씨.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2003년 6월 여성신문사에 다니던 나는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몸무게가 16㎏이나 불었다. 관절에도 무리가 와 한방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여성신문> 칼럼 중 '살풀이 다이어트'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살에게 말을 걸어봐>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의 저자인 한의사 이유명호님이었다.

"뭐 살에게 말을 걸어? 다이어트가 아니라 몸과 화해하는 살풀이가 먼저라고?"

꽁지머리에 화사한 꽃무늬 옷을 즐겨 입어 '꽃가라' 혹은 '꽁지머리 한의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그에게 슬그머니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당시는 '살풀이 다이어트'가 무엇인지 더 궁금하기도 했다.

살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 책으로 먼저 만난 이유명호

그의 홈페이지 '약초밭'(www.yakchobat.com)에 들어가 살풀이 다이어트에 관한 글을 읽어보니 여느 다이어트 클리닉과는 달랐다. 그는 다른 한의사들처럼 비만치료를 위해 복부에 침을 놓지도 않고, 특별히 식욕을 억제시키거나 저하시키는 한약을 처방해 주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의 저서 <살에게 말을 걸어봐>를 읽으니 역시나 그는 아예 일반적인 비만 클리닉은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책에는 '모래주머니를 사서 다리와 팔에 달고 걸어라' '아침마다 자신의 몸에게 인사를 하며 그동안 몸을 무시하고 혹사한 것을 사과하라' '몸에게 늘 고마움을 표하라' 등 알 수 없는 이야기들만 가득했다.

'다른 한의사들과는 전혀 다른 사고를 지닌 그이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게 그의 홈페이지를 자주 드나들던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들, 이런저런 마음의 병과 싸워 당당히 이긴 사람들의 나눔공간인 '우아사-우리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게시판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 영화 상영회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닌, 일생에 단 3번 온다는 소중한 기회 중 하나를 잡은 것이었다.

그의 곁에는 늘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유쾌한 사람들이 한 소대씩 몰려다니곤 해서 어디서든 그를 금세 식별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그를 알아본 나는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여성신문사 다니고 있는데요. 살풀이 다이어트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그는 나를 쳐다보더니 "아, 그러세요? 살 안 빼도 되겠는데 왜 다이어트를 해요?"라며 친근하게 말을 받아 주었다.

좌절과 분노 아닌 나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

이후 그의 홈페이지 '우아사' 게시판에서 글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나와는 아주 다른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하며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영혼과 몸이 조화를 이룬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 나는 그들의 당당함이 부러우면서도 나의 초라한 모습과 열등감에 얼마나 상심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도 처음부터 자신들의 내적 가치나 아름다움을 자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우아사'를 통해 인생의 동반자들을 만나 서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알려주고 서로를 북돋워 주면서 나날이 우아하고 더욱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어 갔던 것이다.

당시 나는 영혼의 틈새마다 빽빽하게 끼었던 비계 덩어리인 무기력, 나태, 이기심, 열등감 때문에 늘 좌절하고 자신에게 화를 내며 분노하고 있었다.

그에게 붙여진 별칭 '살풀이 대장'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왜 자신에게 분노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폭식으로 자기를 학대하는지, 몸을 한껏 사리고 고상한 척하는 이면에 얼마나 큰 자기 연민과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또 내 실체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해 주었다.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그를 만나는 순간 내 피폐하고 메말랐던 영혼은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 생의 1/3은 자신을 위해, 1/3은 가족을 위해, 1/3은 사회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철칙을 지닌 사람이었고 몸과 마음을 다해 그 신념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를 만나면서 난 난생 처음 '대한민국 여성축제'를 통해 대중 앞에 서는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그를 따라다니며 장애인 여성단체, 호주제폐지시민의모임, 소수자 인권단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그러면서 내 안의 이기심과 무력감이라는 비계도 어느덧 조금씩 튼튼한 근육으로 바뀌어 갔다.

세상에는 나만 가진 것, 배운 것, 든든한 배경이 없는 게 아니었다. 난 비록 못 가졌지만 책을 읽는 데 굶주려 본 적도, 배를 곯아 본 적도 없었으며 한데서 잠을 자거나 생계를 위해 10시간 이상씩 육체노동을 해 본 적이 없질 않은가?

"언젠간 내가 널 벼랑에서 밀 거야, 그때 훨훨 날아가렴"

▲ 사회적 모녀관계인 우리, 닮았나요?
ⓒ2006 '가상의 딸전'

도움이 필요한 곳이 세상에는 넘치고 넘쳐난다는 것을 안 후 비록 가진 것 없어 금전적인 후원은 할 수 없었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 필요한 곳은 어디든 가서 몸으로 때우고 보고 들은 것을 기사로 써 알리기 시작했다. '민들레 국수집', '막달레나의 집', '비둘기집' 등을 소개할 때마다 반응이 왔고 나의 보람도 커져갔다.

그러면서 알게 됐다. 세상은 말없이 실천하는 사람들의 피와 땀, 눈물로 조금씩 진화했다는 것을. 일생 동안 남의 눈물과 희생에 단 한 번도 동참해본 적 없이 그들이 이뤄낸 영광의 자리에, 그들이 변화시킨 삶에 편승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를.

그가 말했었다.

"사람은 말이야 진화를 해야 해. 너도 무엇이 가장 너다우면서도 보람 있는 것일지 잘 생각해 봐."

내가 신통찮은 필력으로 쓴 기사에 한없는 격려를 보내주고, 카메라가 없는 내게 카메라와 카메라 기법이 담긴 책까지 선물하면서 성장하기를 기대하던 분.

그는 "앞으로 1년만 더 너를 지켜 볼게. 내가 언젠가는 벼랑에서 밀어 떨어뜨릴 날이 올 거야. 내가 벼랑에서 밀면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다 잘 날더라."

난 과연 언제쯤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딸, 그리고 동생이 될 수 있을까?

그가 벼랑에서 밀어 찬란히 날개를 단 사람 중에는 국민사회자 최광기도 있고, 장애인으로 국회의원이 된 이도 있고, 특수교육을 하는 멋진 선생님도 있다.

그렇게 그는 사회적 유전자를 나누어 한 가족이 된 수많은 언니, 동생, 딸들에게 언제나 희망을 주는 우리들의 '짱'이며 영혼의 동반자(Soul-mate)이다.

수많은 딸들 진화시킨 그는 진정한 '소울 메이트'

열렬한 다독가인 그는 바쁜 진료 틈틈이 다방면의 책을 읽고 권한다. 틈만 나면 우리 국토에 바람의 딸 한비야처럼 발도장을 찍고 수많은 시민단체와 여성계 행사, 각종 강연을 다닌다. 지금은 세 번째 책을 출산하기 위한 마지막 진통을 하고 있다. 그런 그를 보면 그의 하루는 48시간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이다.

자연스러운 몸을 존중하는 그는 바비인형을 강요하는 남성 중심적인 미인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몸을 변형시키는 것을 철저히 반대한다. 그를 만나면서 나 역시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난 그간 억지로 감량한 몸이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와 원하던 '몸짱'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우아사'의 자매들처럼 향기 나는 사람인 '마음짱'이 꼭 되고 말리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게 다 그와 그의 책 덕분이다.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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