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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안에 깃든다는 것

이연정

딸아너는 보았니?


캥거루가 새끼손가락만 한 새끼를 낳으면

새끼는 혼자 힘으로 어미 배를 기어 올라가야 한단다

배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야만

엄마 젖꼭지를 물고 자랄 수 있기 때문이지.


새끼 캥거루의 첫 등산은 만만치 않단다.

앞발로 어미의 털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하지.


어미 방에 이르는 길은 메마르고 거친 길이다.

그곳을 찾지 못한 새끼는 끝내 죽기도 하는

찾았을 땐 기어코 눈물이 흐를 것이야.


따뜻한 엄마의 방은

온기가 가득하고 달콤한 젖이 흐르는 곳이다.


딸아품 안에 깃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어미 방에 둥지를 튼 너는

상심에 젖어 있거나

기쁨에 들떠 있을 때나

늘 네 존재를 알려 주었다.


중략


그렇게 너는

성장의 길에서 세상을 잡으려 날을 바짝 세우며

혼자 힘으로 길을 열어 가고 있었다.


세상이 바로 엄마 방이다

그곳에 이르는 길은

한 번도 걸어 본 적 엇는 메마르고 거친,

때론 인적 없어 무섭고 외로운 길이지만

네가 찾은 그 길 끝엔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고

달콤한 젖이 흐를 것이다.


딸아품 안에 깃든다는 것은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너를 놓아주는 것이다.

너를 내 품에 앙은 줄 알았으나

네 품에 내가 안긴 것을 깨닫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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