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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할머니의 새해소원

이가을

                         한국작가회의 회보중에서~~


이제 늙어 가족도 다 떠나고 할머니 혼자 남았지.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 살림살이를 알고 있었지.

일손이 부족한 집에 지나가는 척 들러서

오늘은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 나왔는데 여기서 콩타작이나 

거들면 폐가 안 될라나 몰라.”

하며 일손을 거들고 아이를 업고 밭매러 가는 아낙을 보면

그 아이 이리 줘 보우손주를 안아 본지가 언젠지어디 보자

그 녀석 한번 장부답게 생겼네.”

하며 아낙이 밭을 다 매도록 아기를 돌봐 주었어.


입성이 남루한 사람을 보면 할머니는 입을만한 옷을 한 벌 주며 

이 옷이 내겐 안 맞는데 입어 보우옷이란 맞는 사람이 임자지.”

하며 미안해하지 않게 주었어.

무엇이든지 할머니는 다른 사람이 쓸모없다고 하는 것들을 얻어다

 아주 쓸모 있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지.


솜씨 있는 석수장이가 돌을 보면 그 돌로 무엇을 깍으면 될지 알듯이 

할머니는 하찮은 낡은 물건이라도 보면 쓸만한 귀한 물건으로 바꿔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은 물건을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이야.

할머니는 오래 입어 팔꿈치 둘레가 얇아진 쉐타를 풀어 살살 끓는 물 

주전자 김을 쐬어 새 실로 만들어 아기들 예쁜 쉐터나,허리 시린 노인들  조끼를 뜨고,더러는 방울 달린 털모자를 떠서 추운 날 귀가 빨갛게 언 채 노는 아이들 머리에 씌어 주곤 했지.


또 낡아 못 입게 된 헌옷은 성한 곳만 골라 사방 한 뼘만 되면 잘라서 모아 예쁜 조각이불을 만들어 이불이  모자라는 아이가 있는 집에 주었어.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할머니는 무엇이나 들어 주었고 마을 사람들이 안 쓰는 것은 무엇이든지 기쁘게 받아 필요한 사람이 다시 쓰게 했어마을 사람들은 할머니를 무엇이든지 할머니라고 부르며 좋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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