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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고맙습니다.~ 김해자 시

2022.12.15 13:30

약초궁주 조회 수:39

가죽가방

김해자


자궁을 들어냈다말하는

여자의 웃음에서 만져지는 비릿한 핏덩어리

슬픔은 이렇듯 형이하학적이다


나이 먹을수록 여자의 복부는 부풀어갔다

봉분처럼 동그랗게 솟아오른 허리 아래,여자는

뭐든 쑤셔넣기에 안성맞춤인 가방을 숨기고 다녔다

먹다 남긴 음식도 욱여넣고 빨래 던져놓듯 아무렇게나

내뱉은 욕설과 발길질 지고 싶지 않았던 짐조차

꾹꾹 눌러 담은 여자의 가방은 속을 채우자

옆으로 뒤로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숨기 좋은 질 좋은 가방 속에서 종유석 같은

암덩이가 자랐다...중략

속에서 집어삼킨 슬픔이 숨어서

암각화를 완성해갔다


한때 타오르던 아궁이였던 그곳은

한때 차오르는 우물이었던 그곳은

한때 고귀한 탯줄로 이어지던 그곳은


....중략


타오르던 아궁이. 차오르는 우물

고귀한 탯줄로 이어주던 자궁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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