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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안준철 (한국작가회보 중에서)


 아내 심부름으로 동네 슈퍼에 파 한단 사러 나왔다가 

만난 바람 한 점에도 왜 이리 살고 싶어지는지

잔돈을 네게 건네준 계산대 아가씨에게도,

손에 들고 나온 파에게도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밭에서 파를 뽑아냈을 농부의 팔뚝이며

농부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을 땀방울이며

어디선가 불어와 땀을 씻어준 바람에게도 고개 숙여 경배하고 싶은지!

 좋다는 말로는 모자라다좋으다!


글만 읽어도 군소리 없이 흔쾌히 두부 파를 사러 가는

남편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릴 때 맏딸이라는 이유로 심부름 많이 했다.

정말 싫어했는데...진작 알았으면 어치피 갔다올 거

마음이 달라졌을텐데 ㅋㅋ


찌개용 두부. 돼지고기. 

밤중에는 컴컴한 굴다리 밑 리어카 에서

땅콩 심부름.....요즘 음식배달환경 기준으로 보자면

가족 모두가 배민 이었던 시대...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나도 이런 마음으로 산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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