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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어르신

2016.09.09 12:53

이룸 조회 수:335

어느 겨울..
공동주택 특성상 주민대표를 맡게 된 우리 집에 같은 건물에 사시는 어르신께서 술과 담배 냄새를 풍기며 찾아와 현관 문을 두드리셨다. 문을 열어주자마자 삿대질을 하시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신다. 무슨 얘기인지 모를지경으로 소리를 지르시며 욕을 하시는데 공동회의 때 내놓은 자신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하시는 듯 했다. 그런 상황에서 '네, 그러시군요. 아하,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하다가..

겨울이라서 추운데 어르신이 현관에 서서 쌍욕을 하시는게 안타까워 잠시 말을 중단시키고 안으로 들어오시라고 청했다. 아이는 두려워서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렸지만 일단 어르신이 추우시니 모셔야 한다고 하고 거실 소파에 모신 후 유자차 한 잔을 타서 대접해드리고는 하시던 욕을 계속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차를 드신 후 몇마디 하시더니 잠잠해지시다가 늦어서 가봐야겠다시며 일어나시길래 내일 다시 오셔서 하시고 싶은 욕을 하시라고 권했다. 무심히 댁으로 가신 어르신이 며칠 후 다짜고짜 또 문을 두드리신다. 이번에도 현관에서 욕을 하시길래 또 안으로 모셨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욕하시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후 한 번 정도 더 잠시 오셔서 뭐라뭐라 중얼거리신 후에는 다시는 오지 않으셨다.

얼마 있다 공동회의가 우리 집에서 있었고 그때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던 그 어르신의 고집 때문에 불만이 곪아터져 싸움이 크게 날 판이었으며, 여지없이 어르신은 이러쿵 저러쿵 욕쟁이의 위용을 구가하며 고집을 부리셨다. 그때 내가 어르신께 가장 조화로운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자기 잇권을 잠시 내려놓고 귀기울여 듣고 배려해보자고 제안하자 어르신이 갑자기 저항 없이 그러자고 수긍을 하셨다. 술 취한 상태라지만 그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과 태도에 모두 어리둥절 했다. 모든 논의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후 세탁소에서 마주친 어르신이 내게 구십도로 인사를 하셨다. 세탁소 주인아저씨가 어리둥절 하시고 이룸 또한 어리둥절 했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할 만큼의 알콜을 드시고도 그런 매무새로 격하게 인사를 해주신다. 그는 온 마을에서 불통신사였지만, 그와의 소통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이 키워드였다. 그렇다고 무시하는게 아니다. 조용한 응대로서 구십도로 맞인사를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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