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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마시는가...

2016.09.06 16:56

이룸 조회 수:288

작년 겨울 화실에서 그림 클래스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다. 모처럼의 파티여서 화기애애한 축제분위기 속에 선물 받았던 와인을 한 병 오픈 해서 한 모금씩 나눴다. 와인 맛과 향이 일품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신의 물방울이라는 칭호가 감돌았다. 그 흥겨운 말미에 와인에 얽힌 이야기를 잠시 하게 되었다. 왜냐면 삶은 매 순간이 배움 속이기에 그 안에서도 이치를 보아 이해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우선 와인의 족적을 밝히기로 했다.


「언젠가 화실에 학부모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손에는 모 백화점 마크가 박힌 선물용 와인 한 병이 들려있었다.

'이거 저희 집에 선물 들어온 와인인데요. 저희는 아시다시피 기독교라서 알콜은 입에도 안 대고 선물로 받은 술은 양주던 와인이던 계수대에 부어버리거든요. 이것도 계수대 수쳇구멍에 부을까 하다가 혹시 여기서 필요하실까 싶어 가져와봤어요.'라고 만연한 미소를 띄며 와인을 내미셨다.

그 와인을 감사하게 받아들고 파티 때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좀 나누고 학부형은 돌아갔다. 그리고 화실 한 쪽에서 파티의 날까지 고이 모셔져 있었다.」

이러한 과정 이야기를 파티에 온 사람들에게 하자 모두 다 어안이 벙벙해서 기분 나쁘다는 듯 그 학부형의 말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어떤 이는 포도주 맛 떨어진다, 뭐 그런 재수 없는 인간이 다 있나, 자기 안 먹는건 남도 주지 말 일이다, 말도 참 지저분하게도 하신다 등등등 한 마디씩 늘어놓았다.

그 상황에서...

"여러분, 포도주가 다만 백화점에서 그 집으로 갔다가 여기로 왔다는 사실 외에는 전부 비본질이 아닐까요? 포도주 맛과 향을 음미하며 찬사 속에 맛있게 마셨잖아요? 여러분들의 반응을 잘 살펴보세요. 언어는 포도주 포장지만도 못한 껍질입니다. 껍질 씹어서 드신건 아니지요? 또한 그녀가 볼품 없는 태도를 취하든, 아름다운 태도를 취하든 그녀의 인품은 그녀의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모두 조용해졌다.

길 가다 우연히 그 학부형을 뵈면 와인 아주 잘 즐겼다는 인사를 했다. 그건 그녀의 인품과 상관 없이 사실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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