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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아빠 할머니 성당 데려다 줘야지.

2016.03.09 16:44

랄라 조회 수:501 추천:14

나는 늘 성질만 내는데.....,
울 엄마 젤로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들이다.

나서부터 12년간 밤낮으로 진짜 키워준 엄마가 외할머니이기 때문에 아들은 나한테 하지 않는 애정표현을 할머니한테 다 한다. 내가 성질내는 진짜 이유는 순전히 싼값에 엄마 써 먹는 나쁜년이라 양심 콕콕으로 죄책감 때문이다. 나쁜 딸년. 물론 내 남편도 육아 힘든거 집안일 거들지 않고 바깥으로 동안 많이도 내뺐었다.

그런 엄마가 명호샘 말씀대로 남김없이 쓰시다 왼쪽회전골 인대가 노환으로 녹아버렸다. 완전히 팔을 들어올릴 수 없는 지경이 와서야 엄마는 내게 자기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렸다. 물이차서 혼자서 고쳐보려고 동분서주를 4개월 이상 하신 후였다. 어깨 인대가 다 녹아서 썪은 물이 고이기를 4개월 아픈게 없다고 혼자서 동네 한의원이며 정형외과 전전하신걸 추석연휴에서야 알게되었다. 나는 그런 엄마가 가엾어서 또 지랄을 떨었다. 왜 미련을 떠느냐고. 연대병원! 가망이 없단다 노환이라.

즉시 동사무소로 달려갔다. 장애아 가르치는 교사로 장애아 키우는 엄마. 딸년이 직장생활하다 어떻게 들어간 대학인데 엄마는 딸이 전공살리지 못하고 집에서 눌러 앉을까봐 묵묵히 내 역할을 대신해줬다. 막상 일이 닥치니 눈물도 안났다. 달려갔다. 도와달라고 나라에. 아들은 경증이라 3급. 활동보조라는거 해줄 수도 없는데 호소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안되면 서울시청 앞이라도 달려가 1인시위라도 할 각오였다. 다행히 작년부터 법령이 바꿔어서 희망은 있단다. 동사무서 사회복지사 또 실사 나온 보건복지부 사람들한테 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도움을 구했다. 엄마를 대신할 사람을 구하고 일을 넘기는데 3개월이 걸렸다.

남편은 항상 실질적 지원을 하지 않는데도 시댁 부모가 우리를 지원해 줄거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시댁어른들은 과감히 엄마가 정밀검사를 받는 단하루도 내 아들을 봐주지 않았다. 그날 드디어 남편은 분노했다. 장모님이 어떤 상황인데 지금 하루도 아들을 못 봐주냐고. 시어머니는 자기 몸이 힘들다고 징징거렸고 시압지는 그런 시엄니를 등에 업고 드디어 연남동 일은 연남동서 알아서 하라는 말을 내리셨다. 연남동서 알아서 하라는 말 그말을 자기 아들에게 직접 날리시기를 그 얼마나 고대했던가. 나는 원래 그런 사람들이란걸 알아서 분노하지 않았는데 그 오랜 세월 내가 개거품 물고 힘들어할때마다 분노하지 않던 남편이 드뎌 자기 부모님께 분노했다. 참으로 일찍이도 하는 분노이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해줘서 감사하다고 해줘야하나 이걸. 어째튼 그날 이후로 조금은 남편 태도가 달라졌다.

엄마의 노환을 나는 아들과 남편을 집안일을 분담하는 명분으로 사용했다. 그들이 뺀질거릴 때마다 나는 분노 터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들한테도 너를 도와주다 이제 할머니는 늙고 힘이 없어졌으니 음식쓰레기 버리는거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것 정도는 네가 하라고. 청소기 돌리는거 대걸레질 정도도 네가 하라고. 물론 남편에게는 맛난 음식 사드리기 숙제를 줬다. 운전할 줄 아니까 한달에 한번 정도는 맛난 음식 사드려도 되지 않느냐고. 남편과 아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들이 봐도 울엄마 넘 장렬하고 또 너무 안쓰럽고 그러니까.

그런 문화가 형성되어가고 있는데 4주전부터 울아들 아빠한테 한가지 더 추가했다.
"아빠, 이제 할머니 성당 데려다줘야지."
이건 정말 내가 아들에게 시킨게 아니다. 꼬부랑깽깽 할머니가 진심으로 가여웠는지. 올겨울 유난히 추워 아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아니면 성심이 발하여 그러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일요일 아침 9시미사로 움직이는 할머니를 위해서 늦잠 자려는 남편을 일요일 7시반부터 닥달이다.
"아빠, 할머니 성당 데려다 주자."
그렇게 해서 지난주도, 지지난주도, 지지지난주도 울엄마는 사위 차를 타고 정말 13년만에 처음으로 성당 미사를 다녀오시고 계신다.
그게 뭐라고 해벌쭉 좋아서 웃으신다.

나는 물론 토요일 일요일은 완전 아들을 나와 남편이 전담해서 보는 것으로 주말만큼을 손주로부터 엄마를 해방시켜 드렸다. 남편은 더 나가 한달에 한번 정도는 나를 동원하지 않고도 아들과 함께 캠핑을 다녀보겠다고 한다. 물론 아직 한번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리해보라고 한다. 나도 좀 쉬어야하니까. 남편을 육아공동체 파트너로 변화시키는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그의 기여는 미흡하다. 그러나 아주 작은 변화에도 나는 큰 격려를 하고 싶다. 작은 실행이 자꾸만 쌓이다 보면 그것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시댁은 더욱 선을 긋고 본인들의 입으로 연남동 일은 연남동에서 알아서 하라고 한만큼 발산동 일은 발산동에서 알아서 하시길 바란다. 효자효부노릇 안한다고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걸 생각하면 분한 마음 아직도 있지만 어째튼 엄마를 계기로 그리 말씀 하셨으니 그 또한 나에게 명분을 제공한게 아닌가! 그래요 연남동 일은 연남동에서 알아서 잘 할테니까 제발 발산동 일은 발산동에서 잘 알아서 앞으로도 잘 사시기를!

엄마 아픈걸 나는 또 친정 언니들과 오빠들에게도 기여 명분으로 사용했다. 기여 명분은 돈이 아니다. 자주 연락하고 또 자주 얼굴 보일 것! 넉넉한 형편들은 아니지만 다들 먹고 살만큼은 되니까 기회가 될 때마다 만난 것 사드리라고. 착한 언니들 오빠는 물론 내 말을 잘 따라들 주고 있다. 사실 재서 봐서 그렇게 된거라고 화살을 내게 쏠 수도 있는데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다. 오히려 죄책감 갖지 말라고 늙어서 그리 되신걸 너나 내아들때문에 그런게 아니라고 위로한다. 고맙다 그런 언니들 오빠라서.

봄이 되면 곧 봄이지만 조금 더 따땃해지면 사람을 불러 옥상을 좀 깨끗이 정리하고 야외테이블 올리고 왕창 큰 고무다라이 사서 아주 작은 텃밭을 만들려고 한다. 바지런한 엄마인데 상추 고추라도 키우면서 소일거리 삼으라고. 물론 아직은 엄마 앞에서 입도 안 떼고 있다. 말나오면 헛돈 쓴다고 또 난리난리 하실게 뻔하기 때문이다.

용돈 들어오면 그 돈으로 한약 해 잡숫고 하면 좋은데 울엄마는 용돈 들어오면 손주들 용돈으로 다 퍼주신다. 설에 들어온 용돈들도 고스란히 다 손녀손주들에게 남김없이 돌려주시는 울엄마! 명호샘 말씀대로 그런 엄마를 친정엄마로 뒀으니 난 천복인데 그런 엄마가 진짜 가여워 나는 괜히 성질은 낸다. 퇴근하고 들어가면 아들 책상머리 옆에 벌서듯 앉아 계시는 엄마를 보면 버럭! 제발 누워서 팅가팅가 텔레비젼 보고 계시면 안돼냐고. 사위도 없는데 울엄마가 정말 빈둥빈둥 그리 지냈으면 좋겠는데 평생 일이 몸에 밴 엄마는 손주가 아까워 자기 방에 누워 그냥 텔레비젼 보시는 법이 없다. 뭐하고 있나 닳기라도 하듯 손주를 보고 또 보고. 어제도 지랄 떨었는데 오늘도 또 불편한 모습으로 앉아계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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