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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 인도에서의 법문

2016.02.12 08:08

평화이룸 조회 수:607 추천:24

“또 하나 질문 드리겠습니다. 부모님의 의견이 딸을 대할 때와 아들을 대할 때가 다릅니다.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건 현실이고 문화적인 차이예요. 부처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남자만 출가할 수 있었고 여자는 스님이 될 수 없었어요.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 여자도 출가해서 수행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러나 부처님의 어머니와 부인을 비롯한 여성들이 처음 출가를 요청했을 때 부처님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사회적인 분위기와 문화가 여성이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은 나무 밑에서 혼자 수행할 수 있지만, 여성이 나무 밑에서 헐벗고 수행하고 있으면 남자들이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기 때문에 출가해서 수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어요. 이렇게 조건이 다르니까 허락을 할 수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출가를 처음 청했을 때는 승낙하지 않았어요.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승낙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부처님이 카필라바스투에서 바이샬리로 가셨어요. 그러자 이 여성들이 바이샬리까지 따라가서 출가를 또 요청했어요. 그래서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여자는 수행하면 해탈할 수 없느냐고, 즉 열반에 이를 수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부처님이 ‘있다’고 답하셨습니다.

인도 전통에서는 여자는 해탈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여자는 붓다가 될 수 없고, 전륜성왕이 될 수 없고, 인드라가 될 수 없고, 브라만이 될 수 없고, 자재천왕이 될 수 없다.’ 당시 전통은 여자는 이렇게 다섯 가지가 될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있다’라고 말씀하신 거예요. ‘그런데 왜 허락하지 않으십니까?’라고 아난존자가 다시 묻자 부처님이 비로소 출가를 허락하셨어요. 대신 8가지 조건을 붙였습니다.

왜 카필라바스투에서는 허락하지 않다가 바이샬리에서는 허락을 하고, 또 8가지 조건을 붙였을까요? 당시 인도에서 제일 진보적인 도시가 바이샬리였습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했지만 바이샬리 사람들은 그래도 여성의 출가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에 부처님이 거기에서 허락하신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제한을 두신 이유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 당시에 여성 출가 수행자인 비구니가 생겼어요. 남성 출가 수행자인 비구가 생긴 지 20년 쯤 지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치적으로는 똑같지만 사회 현실적으로는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 부처님이 시간을 좀 끌다가 바이샬리라는 진보적인 도시에서야 비로소 허락하신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년이 지나자 비구니 제도가 없어져버렸어요. 그래서 남방 불교에서는 비구니 제도가 없습니다. 인도 사회의 여성 차별 때문에 여성의 출가를 인도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원래 허락하지 않았는데 아난다가 자꾸 이야기해서 허락을 했기 때문에 여성 출가는 무효다’ 이렇게 주장을 했어요. (모두 웃음)

그러니 인도의 이런 사회 문화적 배경 때문에 부모가 딸이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다소 꺼려하는 것은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해는 하되 ‘내가 어떻게 할 거냐’는 내가 결정할 일이에요. 여기 통역해주는 쁘리앙카가 이렇게  집을 나와서 수행을 하는 데도 집안에서 반대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에서 봉사를 하고 있을 때 오빠가 찾아와서 혁대를 풀어 때린 적까지 있습니다. 외국 사람과 같이 있어서 물들었다는 비난도 들었어요. 이렇게 저항이 많았습니다. 쁘리앙카의 조카도 함께 봉사를 했었는데, 조카는 집안에서 억지로 결혼을 시켜서 결국 나갔어요. 그래도 쁘리앙카는 부모와 갈등하면서도 끝까지 남았습니다. (모두 박수)


지금은 관계가 다시 좋아졌어요. 결혼시키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돈도 안 들고 좋잖아요. (모두 웃음)

그러니까 이런 인도 사회에서 여성이 조금 자유롭게 지내려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조금 더 이겨내는 힘이 강해야 해요.

그렇다고 이런 인도 문화를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문화는 서로 다릅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에 따라 실천하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건 비난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여성이 혼자서 독립할 수 있도록 제일 먼저 길을 열어준 사람이 붓다예요. 여자는 세 가지에 묶여 있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보호자고, 결혼하면 남편이 보호자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이 보호자예요. 그런데 비구니가 됐다는 것은 남자 없이 자기 이름을 가질 수 있는 거예요. 여성이 독립적 인간임을 최초로 선언한 분이 붓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붓다의 나라인 인도는 위대한 나라예요, 하하.” (웃음)



인도에서의 법륜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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