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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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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서 쩔쩔매다가....

2014.12.30 16:14

약초궁주 조회 수:832 추천:94







정신과 샘인  정헤신 박사가
보따리를 쌌다.
부부가 아예  안산으로 숙소를 옮기고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단원고 아이들을
위한 심리치유공간을 연것이다.

맘으로 간다간다 하면서
올해가 지나도록 못갔다.

할수없이  몸대신 필료물품만
보냈다.

미안해서 쩔쩔매고 있다....
고맙다고 말하는것조차 빈말같아
하기 어렵다고.

오늘 한겨레 이명수 대표가
쓴글....내맘을 아는지..이렇게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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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의 사람그물]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대표



‘당황하지 않고 빡! 끝!’이라는 대사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개그코너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거기서 끝나는 경우는 한번도 없다. 늘 그 말을 내뱉은 허당조폭의 비참으로 끝을 맺는다. 이유는 단 한가지. 싸움을 몸이 아니라 책으로 배워서 그렇다.


살다 보면 실천이 중요한 순간에 이론을 앞세워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때 육아백과사전을 두번만 완독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며 직원들을 닦달하신 재벌 회장님도 계셨다. 실화지만 그게 얼마나 코미디였는지 이젠 모두 안다.


키가 180 이하인 남자는 연애 상대가 아니라거나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젊은 시절의 다짐도 말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람 사이에서는 그런 조건이나 다짐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숱한 화학작용이 있어서 그렇다.


누군가를 돕는 현장에서도 그런 현상은 예외가 없다. 요즘은 힘든 일이 있거나 기쁜 일이 있어도 마음 놓고 그런 표시를 못 하겠다는 푸념을 많이 한다. 봄소풍 떠난 아이들이 수장되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봤던 부모들의 억울한 울음이 그치지 않았고, 이 추위에 70m 굴뚝에 오른 해고노동자가 있고, 송전탑 밑에서 목에 쇠사슬을 감고 있는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먹는 것도, 즐거운 영화를 보는 것도, 어떤 땐 따뜻한 실내공간조차 불편하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그런 일에 관심조차 없는 삶이 아니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제대로 살기 위해서 감수해야 할 건강한 불편함이다.
하지만 눈물 흘리는 이들과 함께 현장에서 비를 맞고, 밥을 해 먹이고, 마음을 포개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안절부절못한다. 몇 가지 이유에서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 내가 누굴 도울 자격이 있는가,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닌데. 고통스러운 현장에 왔다가 내가 더 위로를 받고 가는 때가 있는데 그래도 되나? 내가 이기적인 건 아닌가?’ 이론적으로만 맞는 말이다. 실제는 전혀 다르다.
고작 사흘 진도체육관에서 화장실 청소를 했을 뿐이지만 그걸 보고 어느 유가족 아빠가 얼마나 살 힘을 얻었는지 몰라서 그렇다.


난로 곁에서 그저 굴뚝만 올려보다가 돌아갔을 뿐이지만 그게 굴뚝 위에 있는 중년 사내 둘에게 밤새 추위를 견디게 하는 얼마나 뜨거운 난로가 되었는지 몰라서 그렇다.
꼭 무언가를 해야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때론 모르는 척 가만히 함께 있어주기만 해도 위로가 된다. 힘이 된다. 사람 마음이 그렇다. 거대한 슬픔과 고통의 현장에는 자기가 가진 자격증으로 뭘 해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험에 의하면 그런 이들은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들은 고통 그 자체보다 자기 자격증의 효용성에 더 주목하고 자격증만큼 대접받으려 한다. 외려 내가 도울 자격이 있을까요, 주춤거리고 미안해하는 이들이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끝까지.


폭우처럼 눈물 흘리는 이들을 도울 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 는 바로 그것을 하면 된다. 그것이 눈물이든 기도든. 그러다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잠깐 뒤로 빠져 있다가 다시 오면 된다. 초지일관해야 자격이 있는 거 아니다.


오랫동안 2진에 있다가 지금 맨 앞에서 몸을 보태고 마음을 포개는 이들을 나는 숱하게 알고 있다. 그들이 지치면 뒤로 물러나 있던 당신이 다시 앞으로 오면 된다. 그런 순간에 내가 1진으로 나오지 않고 미적거릴까 봐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론적인 걱정에 불과하다. 그런 건강한 불안을 가진 것으로 충분하다.


지금 눈물 흘리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담요를 덮어주고 기도를 하는 모든 이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대들의 축복받은 삶에 응원과 존경을 보낸다.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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