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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서 퍼온 칼럼.




[이명수의 사람그물] 어떤 생일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대표



생일은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세상과 이별하면 생일은 사라진다고 하지만 아이 잃은 엄마들에겐 예외다. 탯줄을 자르며 처음 만났던 아이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는 아이와 심리적 탯줄이 끊어지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와 이별했다지만 아이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없다.


다른 형태로 다른 차원으로 반드시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엄마가 여기 있어서다. 0.5초 만에 눈물을 쏟게 하는 것도 아이 얘기고 부모를 생기있게 만드는 것도 아이 얘기다. 아이 잃은 부모에게 아이는 고통의 원천인 동시에 삶의 원천이다.



아이의 생일은 부모의 고통과 기쁨이 최대치로 올라오는 순간이다. 아이의 존재를 확신하면서도 타인과 세상으로부터 아이의 죽음과 부재를 수시로 확인받는 절망 속에서 생일상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이의 생일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치유적 개입이 필요한 중요한 지점이다. 아이의 생일 모임이 치유적으로 진행되면 두렵고 버거운 숙제가 아이를 생생하게 느끼는 선물이 된다.


‘치유공간 이웃’에선 한 달에 몇 번 이젠 별이 된 아이들의 생일 모임을 갖는다. 몇 주에 걸쳐 아이의 형제와 친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편지를 쓴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중심으로 생일상을 준비하고 아이의 사진, 공책, 선물, 풍선 등으로 생일 분위기도 낸다.


갓난아기 적부터의 사진으로 영상앨범도 제작한다. 그 몇주 동안 시인은 아이에게 집중해 아이의 육성인 듯한 생일시를 써내려간다.
그렇게 아이를 잘 아는 이들이 모여서 함께 그리워하고 기억을 공유하다 보면 부모는 사람들 안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아이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잊혀지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구나. 너무 짧아서 무의미하게 끝난 거였을까봐 안타까웠는데 그러지 않았구나. 위로받고 안도한다. 엄마들에겐 아이가 ‘엄마, 나 잘 있어’라는 말을 한번만 해주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는 소원이 있다. 그걸 생일 모임에서 다른 사람을 통해서 느낄 수 있으면 또 얼마간 견딜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엔 두 개의 트랙이 있다. 하나는 철저한 진상규명에 대한 것으로 정치사회적 맥락에서의 접근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심리치유적 맥락에서 세월호 참사에 접근하는 관점이다. 그게 있어야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때까지 고꾸라지지 않고 갈 수 있다. 전투로 치면 보급부대나 야전병원쯤의 역할이다.


심리치유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부모들이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부모들은 그동안 아이와의 낭떠러지 같은 이별과 슬픔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진상규명을 위해 거리로 내몰렸고 막말에 대응해야 했다. 부모들에게 아이를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진상규명의 먼 길을 가기 위한 힘도 생긴다.


부모들에게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에 현관문을 열지 않고 버티는 일은 투쟁에 가깝다. 자식이 하나뿐이었던 부모가 그 자식을 잃고 ‘왜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사나’에 대해서 답을 내는 일은 죽음에 가까운 고통이다. 그럴 때 함께해주는 일이 치유다. ‘이웃’에서 생일 모임을 하는 건 그런 치유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지금 안산에서는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들, 작가들, 심리치유자들이 물에 잠긴 세월호 유가족들의 손을 필사적으로 맞잡고 있다. 가족들이 더 이상 물속에 가라앉지 않도록 같이 물에 잠겨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표도 안 나고 얼핏 한가해 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러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이 거대한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그나마 견뎌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대표


심리적 난민 상태....
이웃은 안산시  단원구 와동 선부로253  홍원빌딩 3층
<치유공간 이웃>
올해 가기전에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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