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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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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사랑은 삶의 사랑.....

음식영화 보기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어떤 음식을 잘 만드세요?” 그 답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지표, 라고 음식인류학은 말한다. 에너지 공급원이자 맛의 쾌감으로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주는 음식은 삶의 핵심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옛 말처럼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것은 삶의 묘미이다. 그런 점에서 음식영화는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시각적 쾌감의 향연이다.



개인적으로 내 인생의 영화를 꼽는다면 단연코 <바베트의 만찬>(가브리엘 악셀,1987)이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이 사는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걸작이다.



춥고 빈곤한 덴마크 바닷가 작은 마을. 금욕적 신앙생활이 지배하는 이곳에 바베트가 숨어 들어오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프랑스혁명기, 격랑 속에 은신처가 필요해 이 마을에 흘러 들어온 바베트는 봉급을 안받는 조건으로 두 자매의 가정부가 된다. 루터교 목사로 이 마을의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두 자매는 노인들을 돌보며 독신자로 늙어간다.



검소한 음식으로 살아가던 자매들은 바베트의 음식으로 미각에 점차 눈떠간다. 그러던 중 바베트가 복권 만프랑에 당첨되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한몫 잡은 그녀가 곧 프랑스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목사의 기일 만찬을 복권으로 번 돈으로 준비하겠노라고 그녀는 간청한다. 배를 타고 프랑스로 간 그녀는 온갖 먹거리들을 한 수레 실어온다.


이제 음식만들기 풍경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음식 끓는 소리와 달아오른 오븐을 드나드는 그릇들... 빛을 반사하는 잔 속에 담긴 부르고뉴 와인, 메추리에 6가지 소스를 얹은 ‘카이유 엉 사르코파주’, 캐비어를 얹은 블러디 드미로프, 여성용 축하주로 유명한 뵈브 클리코 샴페인의 거품등등..


생전 처음 보는 음식 재료 운반을 지켜보며, 자매들은 마녀의 음식이라고 여겨 사람들에게 음식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고 먹어주길 당부한다. 평생 신앙에 젖어 육체의 쾌감을 억압하며 살아오던 사람들은 만찬을 나누며 맛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느껴본다.


근엄하고 침울하던 목사관은 바베트의 만찬에서 웃음과 감탄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화한다. 서로 험담을 하던 마음조차 와인과 함께 하는 맛에 취해 녹아버린다. 손에 손잡고 달빛 아래 강강술래하며 만찬장을 떠나는 이들에게 힐링으로서 음식이 어떤 것인지 다가온다.


평생 먹고살 돈을 만찬에 다 쓴채 마을에 남기로 한 바베트는 이렇게 말한다. “이 돈을 다 써도 가난하지 않아요. 진정한 예술가는 절대 가난하지 않으니까요,”라고. 음식이야말로 예술 중의 예술이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대나무숲을 나는 멋진 무술영화 <와호장룡>의 리안이 만든 <음식남녀>(1994)는 같이 음식을 나누는 식구의 의미를 찡한 웃음 속에 전해준다. 대만 최고 요리사 주선생은 이제 늙어 가끔 출장요리를 나가며 늙어간다.


나이드니 미각도 부진해져 요리 인생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세 딸들에게 코스요리를 해 먹이는 아버지이다. 성장한 딸들을 아버지 곁을 떠나 독립해 가는데,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한 둘째만 아버지 곁에 남기로 한다. 그런데 어느 때보다 잘 차려진 식구 만찬에서 아버지는 딸들을 놀래키는 선언을 하며 음식을 나누는 식구의 의미를 깨우쳐준다.


두시간에 걸쳐 백여가지 중국요리가 화려한 시각적 미감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애인을 데려와 임신을 알리고 떠나는 셋째의 폭탄선언과 함께 하는 밥상에 나오는 ‘훠궈(火锅)’는 샤브샤브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고기와 채소류 온갖 재료를 취향대로 넣어먹는 이 음식은 제각각 독립된 인생길을 가는 딸들과 아버지의 식구-되기를 보여주는 멋진 장면이다.



허영만작가의 ‘식객’은 2002년 ‘어머니의 쌀’을 시작으로 연재되어 인기폭발이 이어져 음식만화의 전설을 달성했다. 단행본 출간에 이어 온라인 연재로 인기를 끈 음식만화는 영화 <식객>(2007, 전윤수)으로 탄생했다.


한국 최고의 맛을 상징하는 ‘운암정’의 대를 잇기 위해 후대 요리사를 선출하는 요리경연장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음식에 마음을 담는 천재 요리사 성찬과 승부욕에 사로잡힌 요리사 봉주 사이의 대결 과제는 황복회이다. 심사위원들이 식중독에 걸리는 불상사도 벌어져 갈등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굳이 이런 희귀한 요리가 아니어도 지글대는 삼겹살 요리와 아픈 사연을 가진 밥솥에 찐 고구마와 동치미같은 정겨운 음식도 등장한다. 그러나 최고의 요리사 뽑기라는 드라마 구성 속에서 열정의 요리장면과 음식을 즐겁게 나누는 부분이 생략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밖에도 수많은 음식영화들이 다양한 문화 차이와 시각적 미감을 달래줄 것이다. 사는게 팍팍하고 허전할수록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숨김없는 사랑은 없다”라는 미식가의 나라인 프랑스 음악가 쇼송의 인간통찰이 마음에 다가온다.


유지나 2014/10/02


유지나 교수가 글을 쓴후
식탐마녀이자 풍류가인인  꽁지머리 언니에게
메일로 보내왔음.

숨길수 없는 음식에 대한사랑을 익히 아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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