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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군대, 정말 변해야 한다




김선주 언론인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나를 주변에선 이해하지 못한다. 그게 누구든 병역면제였다고 밝혀지면 무조건 군대를 교묘하게 피한 재주 좋은 놈으로 치부하고 상종하길 꺼리는 것이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평소에 집단논리나 군대문화, 명령과 복종이 지켜져야 유지되는 조직을 싫어하면서 어찌 군대 가는 걸 선으로, 그렇지 않은 것을 악으로 치부하는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인 줄 나도 안다.


군대에서 사고가 나면 나는 진저리를 친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내 아들이었을 수도 있었다고 상상이 되어서다. 군대 가기 싫어 하루하루 미루는 두 아들을 그야말로 단호하게 군대에 처넣은 내가 아들들이 병역을 마칠 동안 가슴 조였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몸이 저린다.




해병대에 갔다가 옷과 살이 떨어지지 않게 피투성이가 되어 시체처럼 누워 있던 오빠를 붙들고 울던 어머니, 공군 사병으로 갔다가 얻어맞고 고막이 터져 한쪽 귀가 시원찮은 시동생을 보면서도 한번도 내 아들들을 병역 의무에서 해방시켜 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작은아들은 최전방에서 근무했다. 초소에서 면회를 신청하면 어디론가 연락해서 한시간 동안 지프를 타고 나오는 아들을 여관에서 데리고 자야 했다. 부대원 전부를 먹일 만큼 싸온 음식을 흘깃 바라보고는 아들은 모기 피가 덕지덕지 붙은 여관방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온갖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안 하고 잠만 자던 아들을 보면서 ‘아들 면회 가는 날’에 대한 환상은 사라졌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활달하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웃고 떠드는 사병의 모습이 아니었다. 모든 게 힘들고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이왕지사 자연을 즐겨라 나무도 하늘도 눈도 즐겨라 하면 자연은 즐기는 대상이 아니고 작업의 대상일 뿐이라고 했다.



경계초소의 대기부대였다. 돌발상황이 났을 때 투입되는 부대였다. 가끔 경계초소에 근무하던 친구들 가운데 문제가 있으면 자신의 부대로 오는데 그들을 폭탄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한참 지내다 보면 실제로 폭탄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아들은 이번 사고를 보며 안타깝고 아까워했다. 참는 김에 석달만 참지. 그러다 보면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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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군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헐레벌떡 달려간 병원에 아들은 누워 있었다. 여름 내내 나무 베고 풀 뽑고 참호 파는 작업 중 벌레에 물렸는데 그게 덧나 복사뼈부터 무릎까지 뼈가 참혹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렇게 될 때까지 부대에서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한탄보다 총기사고가 난 것도 아니니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다. 의사든 누구든 책임있는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아들은 부모가 누구에겐가 따질까봐 불안했는지 본인의 피부가 좋지 않았던 탓이라 했고 2주일 병원에 있다가 부대로 돌아갔다.


군대가 좋아졌다고 한다. 변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큰아들은 큰아들대로 작은아들은 작은아들대로 자기가 근무할 때는 어땠는데 지금은 어떻다더라는 이야기다. 모두 자기 군대생활 할 때보다는 좋아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그러니까 아홉살부터 스물네살까지의 청소년 가운데 자살충동을 느끼는 비율이 열명 중 한명을 넘고 가출 경험은 그보다 더 많다. 군대 사망사고의 60% 이상이 자살사고다. 청소년 인구는 점점 줄어들어 군대의 인원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해졌다. 모병제, 군대 축소 이야기도 간단치 않다.



어쩔 수 없이 징병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모든 군대조직과 문화가 확실하게 완전히 변해야 한다. 세상과 세태의 변화 속도에 군대가 따라가고 있는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한다. 자기 자신의 기준으로 군대가 변했다고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건사고가 날 때마다 개인적인 성향으로 치부해버리면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아 죽거나 다친 사병들의 존재는 무엇이 되며 허무하게 아들을 잃은 부모들에겐 이 비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라고 할 것인가.
장가도 안 갔으면서 제 아들은 군대에 안 보내겠다고 떳떳이 말하는 아들을 착잡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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