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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힘들면 노래하자, '벤다 빌릴리'처럼
유지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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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9일(화) 00:00

매일매일 접하는 소식은 슬프고 놀랍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3 삶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 삶의 만족도는 하위권이다. 특히 사회 공동체 지지감이 매우 낮고, 소득격차 문제가 두드러진다.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부분에서 우리 사회는 매우 뒤떨어진다. 그러노라니 자살률이 OECD 1위인 것과 앞뒤가 맞는다. 글 쓰는 이 시각에도 인터넷에선 노인 빈곤율 상승 1위와 ‘고독사’ 문제가 뜨고 있다.

다행히도 한국은 세계 90여 개 국의 자유권 국가로 분류된다. 그러나 세계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96개 국 중 64위,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니 이 또한 아프다.

경제력과 학력 대비 삶의 질 분야에서 전방위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이중적 초상화는 들여다볼수록 서글프다. 이중성의 간극은 그럴싸한 ‘겉태만들기’에 매진하는 성형공화국 메커니즘에 기대 사는 것처럼 보여 처량하기조차 하다.

막막한 마음으로 낙엽을 밟다가 만난 콩고 영화 ‘벤다 빌릴리!’는 마음에 꽂힌다. 이 다큐는 놀이의 힘, 호모루덴스의 용기로 쳐지는 어깨를 세우고 나아가라고 격려해준다.

장애인 밴드 ‘벤다 빌릴리’는 거리를 누비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비포장도로에 휠체어로 다니기에 거리의 아이들이 끌어주며 공동체로 살아간다.

이들의 음악놀이 삶에 감복한 프랑스 기자 둘이 초저예산 다큐로 이들의 분투를 중계해 준다. 일단 리듬이 시작되면 일상의 아픔은 흥이 되어 구경꾼을 감염시키는 마력을 발휘한다.

솔직담백한 노랫말은 해학의 묘미로 심장을 두드린다.

“마르가리타, 내 누이여/ 우린 한 가족이었지. 가난으로 우린 흩어졌네/ 누이는 강 저편에, 난 이편에/ 우리를 연결하는 건 이동통신뿐.” “오래 살고 싶으면 몸 사리고 살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려주기도 한다.

“지도자들은 우리에게 무심하지/ 하늘이 무너져도 우리는 꿋꿋하네/ 우리끼리 의지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아프리카여 깨어나라! 라고 절규하며 함께 먹고사는 공동체의 힘을 발휘한다. 노래하다 흥이 오르면 마비된 두 발 대신 두 손으로 신명 나는 춤까지 곁들여 열광의 도가니를 만든다.

화재로 중단된 녹음 실패로 흩어졌던 이들은 다시 만나 야외동물원에서 녹음에 성공한다. 앨범 제목은 ‘트레 트레 호르(매우 매우 강한)’. 이들이 유튜브에 소개되고, 유럽 투어에서 월드뮤직 스타로 떠오른다.

공연을 보노라면, 노예로 끌려간 아프리카인의 아픔이 미대륙에 탄생시킨 블루스와 소울, R&B, 레게의 뿌리를 접하는 멜랑꼴리한 황홀마저 느끼게 된다.

굶주린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 파파 리키로부터 분유 깡통 기타의 창조자인 소년 가장 로제의 비장한 흥겨움은 예술적 신명으로 세상을 울린다. 무엇보다 이들의 생명력이 길거리 연대에서 나온다는 점은 큰 격려이다.

팁: 깐느영화제에서 30분 이상 기립박수를 받은 이 영화는 서울의 두 극장에서만 개봉돼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유튜브에 ‘벤다 빌릴리(Benda Bilili)’를 두드려 ‘음악-놀이’의 힘을 즐겨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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