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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나는 빼고, 누군가 하겠지…


김선주 언론인


토요일 오후, 늦가을 찬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거리에 나섰다.
난생처음이다. 워낙 개인적인 성격이라 아무리 옳고 급박한 일이라 해도 집단적으로 거리에 나가 행진을 하거나 구호를 외치는 일은 내 평생 결코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동대문 훈련원공원에서 시청 앞까지 비 오는 거리를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참여연대가 주최한 민주주의 되찾기 거리행진이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해도 해도 너무한다.’ ‘특검도입 진상규명.’ 주최 쪽이 마련한 구호는 두 가지였다.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이 나를 비 오는 거리로 내보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중에 교민들이 벌인 시위를 보고 ‘사진 채증해서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거리행진 한번 해보자. 사진 채증해서 톡톡히 치르게 하겠다는 대가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가 검사 생활을 오래 하면서 자신의 의견과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잡아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한 경험이 있거나 믿는 구석이 있지 않다면 헌법을 유린하는 그토록 오만방자한 발언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분노에 가슴이 떨려왔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되찾기라는 구호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느냐 불복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무효나 대선이 다시 치러지는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가정보원·국방부·국가보훈처·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등의 대선개입이 낱낱이 밝혀지더라도 적어도 당락에는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길 바랐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보고 싶었다.


외국에서 오래 살았던 친구가 옆에서 같이 걸었다. 그는 5·16 군사쿠데타를 겪지 않은 세대다. 그는 자기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공권력의 폭압적인 사태 가운데 유신·광주 다음으로 이번 대선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꼽았다.


어딘가에 우글우글 모여 지시를 받고 돈을 받고 영혼이 없는 댓글을 달고 있는 풍경을 상상하면 괴기영화처럼 공포심이 느껴진다며 세계 선거 역사상 초유의 새로운 부정선거 유형으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덕 본 것이 없다며 법과 원칙만을 되뇌고 있다. 국가행정의 중추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것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그 수장이 대통령이다. 박근혜 정권이 이 모든 일의 주역이었다거나 지시를 했다는 증거는 아직 어디에도 없다.

그것이 아주 미약하거나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해도 국가기관이 국민의 세금을 쓰면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그것으로 이익을 본 것이 없다고 하여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존심도 없는가. 40년 가까이 기다려 얻게 된 대통령 자리가 국가기관의 전방위 선거개입 도움으로 얻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털끝만큼이라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일 거다. 그러나 진정한 자존심이란 무엇인가.

자신이 덕 본 게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전 정권과 선을 긋고 다시는 헌법을 유린하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철저한 수사를 하도록 해서 지금의 국면을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찬비가 온몸으로 파고드는 두 시간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때 이승만 대통령 생일이면 운동장에 모여 대통령 찬가를 부른 적도 있었지만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4·19 혁명, 뒤이은 군사쿠데타, 유신과 광주항쟁, 6·29를 거치며 나는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리고 항상 역사에 빚을 졌다고 생각해왔다.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목숨을 내건 사람, 감옥에 간 사람, 집단학살을 당한 사람, 독립운동으로 풍비박산이 된 사람, 그런 희생으로 얻은 민주주의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 숟가락만 하나 얹고 살았다. 나는 빼고 누군가 하겠지 하며 뒤에서 구경만 해왔다.

앞으로 민주주의 되찾기 행진이라면 어디든지 한쪽 구석에서 걸으리라 결심했다. 나는 빼고 누군가 하겠지 하는 생각을 이제 그만해야겠다. 내가 해야 누군가도 한다고 마음을 바꾸어 먹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잃는 거보다 민주주의를 잃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일 테니까.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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