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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우주적으로 사유하며 땅 위에 살기

 

한 여성이 정처없이 우주 미아로 떠돈다. 그저 떠도는게 아니다. 자살시도를 할 정도로 고통스럽게 부유하며 악전고투를 벌인다. 생사와 시공이 하나로 돌아가는 간단한 서사와 광대한 우주 풍광은 간담을 서늘하게 자극한다. 강렬하고 광대하며 미세한 <그래비티>는 극장가를 강타하며 우주를 보여준다.

 

오랜 세월 대우주와 소우주를 하나로 돌리는 영화를 상상해 온 알폰소 쿠아론감독은 <아바타> 성공 이후, 할리우드 대제작사 워너 브라더스의 투자로 우주적 생사론을 그려낸다. 지구의 삶에 대한 애착이 없는 회의적인 한 여성, 우주 허블 망원경 수리에 전념하는 그녀는 라이언 스톤 (산드라 블록). 사자와 돌! 강력한 이름처럼 그녀의 몸 또한 단단한 허벅지 근육을 비롯하여 움직이는 생명체 몸으로 견고하다.

 

근질거리는 여배우 몸 이미지로 넘쳐나는 영화세상에서 쿠아론감독이 여성의 몸을 인간의 몸으로 보여준 게 고맙기조차 하다. “멜로를 넣어야 해, 모성애를 강조해야 해...” 등등, 여성을 욕망대상으로 삼는 영화관습에 편승하여 흥행을 노리는 워너 브라더스의 간청을 상당부분 무시하며 단순간결한 깊이로 승부수를 띄운 <그래비티>SF영화의 매혹에 또 하나의 정점을 찍는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프로메테우스>로 이어지는 인류의 기원 탐구, 광활한 우주 저편 시공이 하나로 돌아가는 웜홀을 지나 우주 생명체와 접속하는 <콘택트>의 황홀, 우주 저편 파괴자 인류를 깨우쳐주는 우주 대자연의 매혹 <아바타>의 접신 경지! 그 뒤를 <그래비티>는 한 여성의 고독한 투쟁으로 우주와 지구를 연결한다.

 

중력으로 땅 위에서 하늘 저 멀리 우주를 보면서도 지구란 푸른 별을 오염으로 뿌옇게 만드는 우리에게 우주적 사유는 SF영화만의 몫은 아니다. 이를테면 댓글 논란에 대단한 드라마를 연출한 이번 국정감사 한편에서 우리의 세금으로 우주로 간 이소연의 향방이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 및 유인 우주기술 확보를 위해 256억원 가량이 투자되었다. 그 결실인 이박사가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는 것은 우주적 과업이 일회성으로 추락한 것이라는 비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글을 쓰는 이 순간, 1130일 오전 650분경 3단계 태양흑점 폭발 현상 발생을 했다고 밝히는 속보가 뜨고 있다. 이번 폭발은 지난 25일 이후 5일 동안 연이어 총 4회 발생한 것으로 지구자기장 교란 상태로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래비티(중력) 속에서 사는 오늘도 하늘 저편 멀리 바라보며 우주적 사유를 하는 해방감도 맛 볼 우주적 자유와 권리가 지구적 존재인 나와 당신에게도 있다.

: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우주론, <무로부터의 우주> (로렌스 크라우스지음, 박병철옮김)도 우주적 사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유지나, <동대신문> ‘유지나의 문화산책’, 1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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