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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자의 산골표류기 ( 공감백배!!)

2013.09.06 13:31

약초궁주 조회 수:1032 추천:85

월간 참여연대 에서 잼나서 베꼈음돠

인생을 사는 짭잘한 지혜 번뜩!!!

아~ 까먹지 말자말자!

 

 

도시여자의 산골표류기 (어르신편)

도시여자

나 너무 불편해, 그런데 말야...

서른여덟 살이야. 굳이 나이를 밝히는 이유는 정확히 내 나이의 두 배 즉, 70대 어르신들과 한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야. 50, 60대 분들도 거의 안 계셔. 그러니 남자랑 나는 이 마을에서 중간세대 없는 ‘어린이’라고나 할까? 저번에 살던 마을에서는 산골유학을 계기로 어르신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았는데, 지금 마을에서는 딱히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어. 이사 온지 만 2년이 되었는데 난 혼자 잘 노는 외톨이야. 내 성격상 먼저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안부를 묻지도 않아. 지나칠 때 인사만 할 뿐이지. 마을행사에도 잘 안가. 남자만 보내.

 

 

나도 노력이란 것을 해봤어. 떡을 돌린다, 인사를 드린다며 마을회관에도 찾아가고 했었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세대차이, 문화차이, 성차이 등등 차이 투성이야. 여자인 내가 생각이나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도, 운전하는 것도, 쓰레기를 태우지 않는 것도 다 못마땅해 하셔. 게다가 난 농사일은 하나도 안하지, 그렇다고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지.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니지, 남의 아이들을 키우지. 난 이곳에서 흉이 너무 많은 여자야.

 

나 너무 불편해. 마을에서 시집살이 할 생각 없거든. 그래서 난 마을에 살지만 마을에서의 일상을 공유하지는 않아. 다들 나랑 같이 사는 남자를 딱하게 쳐다봐. 가끔 마주치면 “오늘도 서방은 열심히 일하더라. 새참 좀 갖다 줬어.”하셔. 난 “네. 농사일하는 것 정말 좋아하나 봐요.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라고 말하고 그만이야. ‘너도 좀 돌아다니지만 말고 일 좀 해라’ 라는 의미시겠지? 그러던 우리에게도 공통점이 있었으니…

 

 

“80세까지 더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싶어”

몇 달 전 어느 밤이었어. 쐬주를 글라스에 드시는 내 나이 두 배인 여자 어르신을 발견한 거야. 그 분은 어르신 친구들에게 소문을 적극적으로 내셔서 젊은 나랑 술마시는 것이 하나의 큰 자랑이 되었다고 해. 며칠 전이야. 마을에 낯선 남자가 한 명 나타났는데, 담소를 나누던 여자 어르신들에게 불쾌감과 공포를 준 모양이야. 여자 어르신들은 집에 가지 못하고 한 집에 모여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쐬주를 마시며 불안을 달래고 계셨어. 그러다가 나를 부르셨어. 물론 처음부터 간절히 원하신 대상은 젊고 건강한 나의 남자였지. 하지만 난, 남자는 하루의 노동이 피곤해 일찍 잠들었다고 강하게 말했지. 처음에는 너무 아쉬워하셨지만, 현실을 인정하시고 꿩 대신 닭이라고 나와 함께 술로 밤을 찢게 된 거야.

 

 

시간이 지나자 어르신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는데 말이야. 아… 그게 말이야. 과거에 살아온 이야기가 아니라, 마을에 시집온 이야기가 아니라, 남편과 시댁 욕이 아니라, 농사일을 얼마나 힘들게 해 오셨는지가 아니라, 과거의 소녀 같은 모습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곳에서 당신들의 사랑이야기를 해주셨어. 이야기가 눈이 부시다는 느낌 알아? 한 올 한 올 이야기가 풀어헤쳐지는데 눈이 부셔서 황홀한 느낌. 그리고 80살이 되기 전까지 더욱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말씀하셨어. 쑥스러워하시지 않고. 두눈 번쩍이며 강하게 말이야. 멋진 언니들이라고 소리치고 싶었었어. 더 싸가지 없는 년이라고 소문날까봐 차마 그러지는 못했지.

 

 

내 나이 서른여덟이야. 내 나이만큼 더 사는 것이 행복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그 순간순간의 이야기가 눈이 부실만큼 보석이 되게 살고 싶어. 과거에 어땠고, 미래에 어떠하고 싶다가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가 빛이 나게 말이야. 그리고 열심히, 바쁘게, 정직하게, 기분좋게, 행복하게, 한 점 부끄럼 없이, 착하게… 이런 수식어하고는 거리가 먼 삶 말이야. 나의 이야기로 살아가는 하루를 살겠다고 ‘으라차차’ 해보는 거야.

나. 답.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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