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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독사 (김해자-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이상했다 중)2013.07.16 14:02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미싱사. 미술놀이 교사. 일용직 농사꾼. 시인. 엄마. 울보...다치기쟁이. 웃보. 현장따라댕기기 - 김해자 산문집
책을 받으며 나는 모두 다 상했다로 읽었다. ㅋㅋ 출판사는 1인 혼자 만드는 <아비요>. 이소룡의 콧방귀;와 함께 문지르며 내는 기합소리 그 아비요란다.
별이 된 독사
“별명이……” “네. 독사였슴다.” “그렇다면 문신도 혹시 독사……” “아닙니다. 쌍룡임다. 양쪽 두 마리씩 네 마리였슴다.” 키득거리던 강의실에 일제히 폭소가 터져나왔다. 사실 웃을 대목은 아니지만 이미 형성된 공감대가 있어선지 대답하는 자도 질문하는 자도 듣고 있는 자들도 모두 개의치 않았다.
여섯 번 수감에 17년 옥살이. 제 나이 딱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그는, 내가 자연스레 “별이”라 부르면 당연스럽게 “네” 하고 대답했다. 손이 베일 정도로 잘 다린 먼지 한 톨 안 묻은 검은 바지에 눈부시게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그는 이력이 의심스러울 만치 긴 속눈썹이 드리운 맑은 눈을 지녔다. 그는 정말이지 별 같았다.
여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살며 숱하게 배를 곯던 별이는 중학교 갈 무렵 ‘조직’에 엮여 제 말마따나 “징글징글하고도 숱하게 나쁜 짓”을 하고 소년원을 들락거렸다. 조직의 3인자까지 올라가 그 바닥에서 출세한 후 이어진 마지막 징역은 길고 혹독했다.
30명이나 되는 동생들 살리려 세 명이 사건을 뒤집어쓴 다음 둘마저 내보내고 홀로 7년을 견뎠다 했다. 그야말로 조직의 쓴맛을 볼 대로 다 본 다음, 바늘로 심은 황룡을 바늘로 다시 파내는 고통을 견디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청년이다.
그날 강의는 2인 1조로, 한 사람은 어머니가 되고 한 사람은 아기가 되어 번갈아가며 따라 그리기를 했다. 한참 열심히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던 별이의 손동작이 갑자기 멈추었다. 살짝 훔쳐봤더니 그의 눈시울이 불거져 있었다.
잠깐 나갔다 오라고 손짓을 하니 별이 먼저 조용히 나가고 짝 노릇하던 누이도 강의실을 나갔다. 잠시 후, 눈이 부어 돌아온 둘은 열심히 무언가를 썼다.
“어머니, 저는 불효자입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어머니…… 어머니…….” 둘은 수식어보다 어머니라는 명사가 더 많은,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쓰고 있었던 게다.
잠시 후, 이어 붙인 전지 위에 심장수술을 몇 번 한 형이 눕고 나머지가 몸의 외곽선을 따라 크레파스로 선을 그리고, 각자 아픈 데를 표시했다.
누구는 ‘발목에 실밥’을 그리고 누구는 ‘번개가 치는 머리’를 그리고 누구는 ‘지진 난 등뼈’를 그리고 누구는 ‘도끼질이 진행 중인 정강이와 복사뼈’를 그렸다.
드디어 한 사람 속에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들어간 몸을 벽에 걸었는데 상처와 환부를 둘러싼 육신에 풀과 나무와 꽃이 만발해 있는 게 아닌가! 우와,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거의 보이지도 않게 작게 쓴 ‘분홍글씨’가 여기저기 박혀 있는 것이었다. 춤추며 분홍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글자들!
별이 짓이었다. 그는 제가 겪은 아픔 대신 동생과 형 그리고 누이 들의 통증부위를 따라다녔던 것이다. 아프지 말라고, 아파도 잘 견디라고, 힘들어도 부디 행복하라고…… 별은 속삭이며 날아다녔던 거다.
첫 번째 이야기
_행복 실험실을 열다
봄의 설법
마이쑥과 마이뽕 씨는 일이 놀이였다
나무, 아미타불
어루만지다
쑥쑥 씨는 한숨을 쉬었다
농부는 구슬땀으로 무엇을 엮었을까
풀벌레 가사를 받아 적다
꽃은 왜 끝에서 피나
얻어먹고 사는 재미
갈무리하는 달
찾아가는 재활용 미싱사
두 번째 이야기
_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나무와 말하는 여자
참새 세 마리는 무슨 관계였을까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쿠킹호일과 놀다
글은 뭔 놈의 글?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아버지는 어디 있을까
세 번 사는 인생
소년 소녀는 늙지 않는다
별이 된 독사
장대와 쭈끈녀
아나고와 망둥어
세 번째 이야기
_백수百手의 명상록
죽은 나무에 물주기
침묵과 말의 동거
저마다 다른 인생대본
능선에서 중얼거리다
매직스펀지 양과 쇠수세미 씨
현재라는 선물
어디선가 빛이
스미골과 골룸 사이
불을 피우다
입 없는 말
거울처럼 텅 비어라
네 번째 이야기
_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왜 대신 받아들이기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진화는 우리 영혼이 선택한 것
걸어다니는 책들
내가 먹는 것이 나다
신의 언어, 짐승의 언어
바보들의 밤
허물 속에서 허물 벗기
걱정 마세요
내게서 어제의 나를 찾지 마오
마지막 봄 동백
그랑께, 그랑께이
다섯 번째 이야기
_미래에게서 온 연애편지
죽을 만큼 천천히
바람이 불어오는 쪽
별과 꽃과 해인 당신
나는 지금 항해 중
내 안에 말없는 붓다가 산다
두 시간도 길었습니다
이보다 더 많은 걸 어찌 바라겠습니까
피항
당신이 등을 내주었던 것처럼
삼백 사백 하얀 밤
삶에 경배를!
죽음과 소멸을 받아들이는 사랑
사실명제로서의 대화
사랑은 이해를 넘어선다
노래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여섯 번째 이야기
_스스로 그러하게
멀리 내다보면 쉼표가 따라온다
스스로 그러하게
작은 것들로도 충분하다
내게 사윗감을 고르라면
아, 그런가요!
걸음아, 나 살려라
오늘도 배운다
잠시 생을 내려놓고 싶을 때
제로로 돌아가자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쓰레기 밭에서 꽃이 피다
발문_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껴안고 견디는 본성의 아름다움_한창훈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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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역쉬 절창이었다.
동글게 말고 앉아 있으면
솜뭉치같은 작은 여자 김해자에게
바치는 오빠같은 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