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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를 베껴 올린다.

이게 동화일까??????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책중에서~~~~

내가 쓴 동화

주치의는 연휴를 넘기기 어려울 것 같으니 준비를 하라고 했고, 저녁 면회 시간에 지인들이 대거 면회를 왔다. 보호자대기실 직원이 열 살도 안 된 어린이가 면회를 왔는데 들여보내도 괜찮은지 문의전화를 했다. 원칙적으로 중환자실 면회는 13살 이상이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받을 충격이나 감염문제 때문이다. 담당간호사는 판단하기 어려웠는지 나에게 전화를 넘겨주었다. 다행히 나는 이미 환자의 가족관계를 파악한 상태였다. 열 살도 안 되었다는 아이, 틀림없이 가족 관계표에 기재되어 있던 환자의 아들이다!

 

중환자를 목격하는 충격이나 감염 위험이 엄마의 죽음이 주는 충격보다 크기야 할까? 자신은 없었지만 비교적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기도에 열심이던 보호자들을 믿기로 했다. 임종을 앞둔 엄마 앞에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니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상황을 잘 설명했을 것이다.

 

“들여보내주세요.”

“애가 여섯 살이라는데……. 보내요?”

그래도 불안한지 대기실 직원은 거듭 확인을 했다.

“네, 괜찮아요. 제가 지켜보고 얼른 내보낼게요.”

그러고는 다른 환자의 보호자를 응대하기 위하여 자리를 떴다.

 

잠시 후 흐느끼며 기도하는 어른들 틈에서 까치발을 하고 침대에 매달려 있는 아이 한 명이 눈에 띄었다. 환자의 침대는 아이의 키만큼 올려져 있고,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어른들은 각자 자기 슬픔에 빠져 있는지 혹은 기도나 작별인사를 하느라 경황이 없는지 아이를 돌아보지 않고 있었다. 체위 변경을 하느라 자주 환자를 들어 옮기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허리를 구부리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쓸 수 있도록 침대를 최대한 높이 올려두었다.

 어른들로부터 이미 들은 얘기가 있는지 아이는 까치발을 한 채 환자에게 닿아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키보다 높은 침대 위에 미동 없이 누워 있는 환자가 보이지 않을 텐데도 아이는 그 환자가 엄마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숨을 죽이고 기척 없이 다가갔다. 그리고 좀 떨어진 거리에서 팔만 길게 뻗어 침대 발치에 걸려 있는 높낮이 조절 버튼을 눌렀다. 환자와 가족들의 작별인사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였다. 그런데 소리 없이 내려오는 침대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가 금방 가는 실눈으로 바뀌었다. 표정에 놀라움과 경이로움이 보이는 것 같았다.

 순간 나는 내가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가 하늘 높이로 떠나가던 엄마가 돌아오는 광경을 보고 있음을 직감했다. 머리 위에 떠 있던 침대가 스스로 움직여 엄마를 눈앞에 데려다주었거나 엄마가 자신의 소리를 듣고 돌아와준 것일 터이다. 아이는 마음 속으로 간절하게 엄마를 부르고 있었을 것이고, 엄마가 그 소리에 응답해준 것이겠지. 아이는 여섯 살이니 충분히 있을 만한 상상이었다.

 

나는 짧은 동화 하나를 보고 있었다. 나조차도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동화를…….

하늘나라로 떠나는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아이가 있다. 엄마가 타고 있던 침대가 스르르 내려오더니, 품을 열고 아이를 부르고 있다. 정말이다!

 

침대가 충분히 낮아지자 아이는 기다렸

다는 듯이 잽싸게 침대 위로 기어올랐다. 주춤거림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아이는 곧장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다. 사실은 아이가 포개어지듯 제 몸을 던져 엄마를 감싸 안았다. 환자의 코와 입 안에 호스가 삽입되어 있고, 그 호스를 고정하기 위한 반창고가 겹겹이 붙어 있는데다 얼굴은 잔뜩 부어 있었다. 게다가 각막을 보호하기 위해 눈까지 거즈로 덮은 상태라 평소의 엄마 모습이 남아 있지 않았을 텐데도 아이는 낯설어하는 기색이나 망설임이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환자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짧은 팔로 부은 환자의 몸을 감싸 안은 아이의 작은 몸이 십자가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멀찍이서 지켜보던 나는 감추지도 않고 눈물을 흘렸다. 슬프지만 참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가파른 고개마다 그 포옹을 기억하지 않을까? 어쩌면 아이는 일찍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보다는 자신의 손짓에 되돌아온 자신을 안아준 엄마 품을 더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 순간의 내 희망사항이었다. 나는 그 아이가 건장한 어른으로 가는 길에 디딤돌 하나를 놓아준 듯 혼자 눈물겨웠다. 그 순간을 중환자실에서 내가 한 ‘아주 중요한 일’로 기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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