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잘 다녀오세요. 밀린 숙제 풀 듯이 사이트 휘이 둘러 보고 답글 다네요. 그녀를 내보내고,새로운 그녀를 맞은지 벌써 한달. 잘못된 계약관계 후유증이 꽤 컸습니다. 올 여름휴가는 일영, 장흥 계곡으로 가볍게 대체했습니다. 3박4일 동안, 대신 온전히 우리 가족들만 보낸 것 있지요. 누군가를 내보내고 나니 책임감은 더 커집니다. 제 울타리 속에서 일어난 일인만큼 제 책임여부를 묻는 여론이 먼저 들끓더라고요. 뭐 그 여론의 화살을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짜피 제가 채용한 사람이고 제가 빨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니 비난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인생 공부는 왜 이리 끝도 없는지. 다행히 새로 들어온 교사가 마음 따뜻한 사람이라 이제 다소 일에 전념하고 있는 중이에요. 동안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옆반 사람 눈치만 본 바보같은 짓거리를 계속했는데 소신껏 제 역할과 교재개발에 열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찾아 뵌다 말씀드린게 꽤 되었는데 제손으로 누굴 내보내니 책임감은 배로 늘어 일찍 출근하게 되고 그럽니다. 8월 9월은 몰입해서 일을 해야 연구소 정상궤도에 들어가지 않겠나 싶어요. 워낙 큰 구설수에 올랐던지라. 후유증이 좀 있습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참 재서는 오늘 자전거 보조바퀴를 떼고 홍제천을 지나 망원지구 그리고 가양대교까지 질주하는 쾌거를 맛보았습니다. 재미없고 지겨운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재서에게 자전거 하나는 배우게 해줘야지 하면서 끌고 다닌게 4년은 넘은듯해요. 다 안된다고 배우겠냐고 위험하게 왜 끌고 다니냐고 그랬었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지속했어요. 첨에는 노란 중앙선을 자꾸만 넘어가고, 조금만 힘들어도 징징대어서 제가 제 자전거 재서 자전거 둘다 미는 상황이 왕왕 있었어요. 손목 발목 허리가 자꾸 아팠던 것도 다 이때문이었거든요. 그래도 사내녀석 에너지 발산할 길은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묵묵히 홍제천을 지나 망원지구 미니스탑까지 왕복하기를 4년! 어느정도 균형감이 생긴 것같아 오늘 자전거포가서 보조바퀴 떼고 받침대 달아줬는데 글쎄 너무 자전거를 잘 타는거에요. 물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속도 조절 못해서 가벼운 찰과상을 입기는 했지만 이제 저랑 즐길만 합니다. 이쯤되고 나니 재서빠는 내일 아침 한강에 데리고 나가겠다고 자기가 들떴습니다. 칫 어려운 것 제가 다 해놓으면 지가 먼저 좋아라하네 하는 마음도 들지만 이제 아빠랑 즐길 취미 하나 열어줬구나 싶어 저 스스로가 대견하고 그렇습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지속하면 무언가를 배워내는 재서! 더 많이 믿고 격려해주고 그리고 포기하지 말고 화내지 말고 즐겁게 가르쳐주자 합니다. 사실 자전가 타기는 제가 잘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르칠 때 스트레스 덜 받고 지속할 수 있어서 오늘과 같은 날이 온 것 같아요. 쌤! 보조바퀴 띤 아들녀석을 앞세우고 한강변 달리는 기분 정말 끝내줘요. 늘 제 뒤만 졸졸 따라오면서 엄마엄마엄마 목이 터져라 절 부르던 녀석이 이제는 제 앞에서 달립니다. 엄마가 이젠 날 따라와하면서 말이지요.
아들녀석 덕분에 느리고 천천히 발전해갑니다. 연구소도 너무 더디게 발전하는 것 같아 답답했었는데 좋아요. 선생님~~ 저요. 무발화 자폐성 아이들이 행복하게 단어를 깨치고, 문장을 읽고 결국에는 책을 읽어내는 아이들로 도와주는 비약없는 박정화교육과정을 완성할거에요. PECS라는 프로그램을 조금 넘어서고 있어요. PECS는 단어를 깨닫는 과정의 프로그램이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들을 토대로 그 동요들에서 발췌되는 의미단위 문장말하기 교재를 하나하나 개발하고 있어요. 문장의 단어 하나하나에 다 그림을 넣어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더디지만 자기들이 즐겨듣던 동요에서 발췌되는 문장이기 때문에 학습효과는 아주 커요. 단어로 요구되는 말문을 열고, 동요로 비롯된 문장 말하기를 시작하여 읽고 쓰고 말하도록 하면 시중의 어느 언어치료실에 가든 괜찮은 수준으로 아이들을 끌어올리는거에요. 한땀한땀 수를 놓듯 제 연구소 교재들은 포토샵으로 한컷한컷 만들어야하지만 이게 제 운명이려니 하렵니다. 앞에서 재서자전거가르치기도 4년만에 포기하지 않고 해냈잖아요. 인내심하나는 끝내주는 저 같아요. 그 무식한 짓거리를 해내려고요. 잔꾀부리지 않고 그냥 묵묵히 무소의 뿔처럼 정말 가렵니다. 저 요새 이런 마음 먹으면서 살고 있어요. 쌤께는 묻지도 않고 '안철수의 생각'도 읽으면서 말입니다. 도대체 그사람은 뭐라하는지 궁금해져서 안 읽을 수가 없었네요. 조국교수의 생각, 김어준총수의 생각, 주진우기자의 생각, 그리고 안철수의 생각! 제 일도 해야하지만 한표를 행사해야하는 국민으로써의 생각도 정리해야할 즈음이 다가오는 시점이잖아요. 아무튼 저 요새 이러고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