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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클리셰-강추 (빨간사과아님)

2012.08.07 10:32

약초궁주 조회 수:1280 추천:100

한겨레에서 명칼럼 퍼왔다.

한겨레 오피니언 땡큐/ 김호님 복받으실뀨~~~~

[김호의 궁지] 사과의 ‘클리셰’

다음 표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1)“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2)“책임을 통감한다”; (3)“죄송하게 생각한다”; (4)“송구스럽다.” 모두 사과의 ‘클리셰’이다. 클리셰란 ‘거북이처럼 느린’이나 ‘총알처럼 빠른’과 같은 상투적이고 판에 박은 표현을 말한다.
 

이런 ‘상투어’들의 문제점은 단순한 반복이라기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사과에서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사과가 예외 없이 클리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사과의지’가 약하고, 대부분 ‘어쩔 수 없어 하는’ 사과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과의 핵심어는 무엇일까? 박사과정에서 ‘공개 사과’를 주제로 5년여를 씨름해오면서 가장 매력을 느낀 학자는 미국 뉴햄프셔대학의 닉 스미스 교수다. 그는 뉴욕의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로 일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철학 공부를 한 뒤, 교수로 변신해 ‘사과’를 연구하고 있다. 변호사에서 철학자로의 전환도 흥미롭지만, 직업적으로 사과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변호사 출신이 ‘사과’를 연구 주제로 잡은 것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는 ‘완벽한 사과’를 만드는 다양한 조건들을 철학적으로 연구하여 발표했는데, 그 책의 제목이 <내가 틀렸었다>(I was wrong)이다. 사과의 핵심은 자신이 틀렸고 잘못했으며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과에 있어 상투어와 핵심어를 구분하는 작업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사과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미안하다’, ‘죄송하다’를 사과로 착각하는 것이다.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장을 나열하는 것으로 자신이 사과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표현은 유감의 표시이자, 사과를 ‘시작’할 때 사용하는 클리셰일 뿐이다. 유감 표명만으로는 진정한 사과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둘의 구분이 애매해지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는 사과를 했다고 ‘주장’하고, 피해를 입은 쪽은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단순한 유감 표명과 사과의 차이는 책임 인정의 여부다.
 

한발 더 나아가 일부 리더들은 ‘실수가(잘못이) 있었다’ 등으로 주어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사과 아닌 사과’로 슬쩍 넘어가기도 하는데, 심리학자인 엘리엇 에런슨과 캐럴 태브리스가 날카롭게 지적했듯 이는 ‘실수나 잘못은 있었는지 모르지만 내 책임은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의 표현일 뿐이다.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전 중국 국가주석 마오쩌둥의 딸이면서 어떤 특혜도 누리지 않은 리너가 시인 고(故) 아이칭의 부인 가오잉 여사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마오쩌둥은 아이칭을 ‘우파’로 분류해 아이칭 일가에게 많은 고초를 치르게 한 바 있다. 리너는 “아버님이 생전에 많은 과오를 저지르셨다”고 사과했다.
 

여기에서 리너가 “피해 입으신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라 하지 않고, 자신의 아버지를 가리켜 “과오를 저지르셨다”라고 사과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남을 때려 놓고 “네가 아파서 미안해”와 “내가 때려서 미안해”는 다르다. 전자는 ‘피해’에 대해서 사과하면서 누구의 잘못인지 명확히 하지 않는 심리가 드러난 것인 반면, 후자는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한 것이다. 가오잉은 “이미 지난 일이니 마음에 두실 필요 없습니다”라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국가 최고의 ‘리더’를 뽑는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다양한 실수와 잘못이 ‘타의’에 의해 드러날 것이다. 클리셰로 얼버무리는 ‘루저’의 사과가 아닌 진정한 ‘리더’의 사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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