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별미 놓치고 가면 후회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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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2㎞로, 국내 최대 규모인 신안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일부. |
아름다운 바다와 민어탕·해초밥상 등
지역명물음식 함께 즐기는 섬 여행지 6곳
“복달임에 민어탕은 일품
도미찜은 하수 보신탕은 이품”
한국은 섬나라다. 4400여개의 섬을 거느린 섬 왕국이다. 휴가철을 맞아, 시인 강제윤(인문학습원 섬학교 교장)씨가 ‘휴가철에 가볼 만한 맛이 있는 섬’ 6곳을 소개한다. 강씨는 7년째 국내 250여개 섬들을 걸어서 여행해 온, 섬 여행·풍물 전문가다.
우리 땅이 좁다고 느껴지는가? 섬으로 가보라. 우리 바다는 충분히 드넓다. 섬에는 우리를 유혹하는 아름다운 풍경과 맛깔스런 음식들이 기다린다. 국내 최대 해수욕장도 섬에 있고, 가장 완만한 해변도 섬에 있다. 사랑을 더 단단하게 다져준다는 하트 모양 해변 같은 이색 해변도 수두룩하다. 어부의 아내가 차린 해초 밥상이나 민어탕 같은 여름 별미는 섬 여정을 한결 풍요롭게 해줄 터다.
■ 신안 임자도 한국 최대 해수욕장은 어딜까. 서해안 최대라는 대천해수욕장이 3.5㎞, 동해안 최대 경포해수욕장이 6㎞. 그런데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는 무려 12㎞나 되는 백사장이 있다. 한국 최장 해수욕장, 대광해변이다. 해변은 사막처럼 광활하다. 지질학자들은 임자도가 중동에서나 볼 수 있는 사막 지형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백사장은 끝이 없고, 그 너른 해변에서는 누구든 자신만의 해수욕장을 가질 수 있다.
임자도는 여름 보양식 민어의 고장이기도 하다. “복달임에 민어탕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하품”이라 했다. 옛날 서울의 양반들은 여름철 삼복더위를 나는 데 민어를 으뜸으로 꼽았다. 민어는 여성들에게 특히 좋아 해산한 산모들도 꼭 민어탕을 먹었다. 민어 껍질과 부레도 별미다. 부레는 날것으로도 먹지만 예전에는 속을 채워 순대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가구 제작에는 민어 부레를 끓인 민어풀을 접착제로 썼었다. “민어 껍질에 밥 싸먹다 전답 다 팔았다”는 식담이 있을 정도로 민어 맛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민어는 여름 민어를 최고로 꼽는데, 요즘 그 본고장 임자도 바다가 민어떼 울음소리로 시끄럽다. 민어는 새우를 가장 좋아한다. 임자도 바다는 새우 어장이기도 하다. 전장포마을은 한국 최대의 새우젓 산지. 그 귀한 민어로 보양도 하고, 해수욕도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임자면사무소 (061)275-3004.
신안 도초도·비금도 바위는 사람에게 앉을 자리만 주는 게 아니다. 바위도 옷을 입고 사는데 사람이 배고프다고 칭얼대면 자기 옷까지 벗어 먹이로 내준다. 신안 도초도에 가면 그 ‘바위옷’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바위옷은 해안가 바위에 이끼처럼 붙어 사는 해초다. 숟가락이나 전복 껍질로 긁어서 채취한 뒤 묵을 만들어 먹는다. 도초도에서는 바옷이라 한다. 도초도의 바옷 묵은 우무와는 달리 차지고 단단하다.
신안 도초도
해초로 만든 바옷묵
‘차지고 단단’ 매혹적인 맛
바옷은 결혼식 등의 잔치음식으로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예전에는 마을에서 “잔칫집이 있으면 한 다라씩 쒀다 품앗이하고” 그랬다. “길게 두 도막씩 잘라서 썰어 올리면 질로 잘 묵는 게 이거여.” 어느 해 도초도 동네 혼례식 날이었다. 피로연을 위해 바옷 묵을 쑤었다. 신랑이 유혹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집어 허겁지겁 먹었다. 그걸 본 신랑 친구가 “아무리 먹고 싶어도 그렇지 새신랑이 손으로 집어 묵냐”고 타박했다. 그러자 신랑이 말했다. “그럼 느그는 손으로 안 묵고 발로 처묵냐.” 바옷은 새신랑이 염치를 잊게 할 정도로 매혹적인 맛이다.
병어회나 조림, 장어탕도 감칠맛 난다. 도초도와 비금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두 섬은 천일염의 메카다. 서울에서 식당을 하는 사람들은 더러 비금·도초도에서 여름휴가를 즐긴 뒤 1년 동안 쓸 천일염을 가득 싣고 돌아간다. 도초도에서는 그 귀하다는 검정소도 볼 수 있다. 도초도의 ‘시목’(枾木)해변, 비금도의 명사십리·원평·하누넘 해변 등 두 섬엔 해수욕장이 10곳도 넘는다. 특히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던 하누넘해변은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연인들에게 사랑받는다. 연인들이 하누넘에 가면 헤어지지 않고 ‘영원히 심장에 남는 사람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도초면사무소 (061)275-6696, 비금면사무소 (061)275-5231.
■ 통영 연화도·우도 경남 통영시 우도 앞바다에는 ‘가슴 뚫린 섬’이 하나 있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도 다들 가슴에 구멍 하나씩 있지 않은가. 섬의 한가운데가 뻥 뚫린 구멍섬(穴島). 휑한 바람 드나드는 구멍섬 앞에 서면, 지친 삶을 다소나마 위로받는 느낌이다.
우도에는 또 소문난 밥상이 있다. 한 어가에서 어부의 아내가 차려내는 해초 밥상을 만날 수 있다. 톳·서실·가사리·불티 등으로 만든 해초나물과 따개비·거북손·문어무침·생선전 등 통영 바다의 모든 맛을 담아낸다. 황제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입맛 까다로운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도 기막힌 맛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연화도와 우도는 어깨 기대고 있는 형제 섬이다. 연화도에서 전화를 하면 우도에서 해초 밥상을 차려놓고 작은 통통배로 실으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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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우도 민박집에서 내는 해초 밥상 |
연화도 산 정상에 올라 통영 바다를 둘러보는 맛도 각별하다. 연화도 부둣가에서 20여분. 연화봉 정상에선 통영 앞바다 섬들이 연화장 세계처럼 펼쳐진다. 연화봉에는 사명대사의 수행 터도 있다. 마을에 내려오면 연화도 할머니들이 손수 빚은 막걸리를 툇마루에 걸터앉아 맛볼 수도 있다. 연화도에서는 고등어 양식을 한다. 막 건져 올린 싱싱한 고등어회는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물놀이를 원한다면 동두마을의 아담한 해수욕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연대도나 욕지도도 가까우니 금상첨화다. 욕지면사무소 (055)650-3580.
■ 완도 소안도 한때 남해의 모스크바로 불렸던 섬. 전남 완도군 소안도는 면 단위로는 애국지사(57명)가 가장 많이 나온 ‘항일의 섬’이다. 일제시대에는 함경도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독립운동의 메카였다. 1920년대에는 6000여명의 주민 중 800명 이상이 ‘불령선인’으로 낙인찍혀 일제의 감시를 받았고 감옥을 큰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때 감옥에 간 주민들을 생각하며 섬사람들은 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고 잠을 잤다. 경찰에게 말을 하지 않는 ‘불언동맹’ 등으로 일제의 폭압에 맞섰다. 소안항 입구에는 항일운동기념탑이 우뚝 서 있다. 이런 역사적 전통 때문에 소안도 사람들은 지금도 어느 섬보다 단결력이 강하다. 친일파의 후예들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소안도는 진정한 독립의 성지다. 7월21~22일에는 항일문화축제도 열린다.
소안도에 가면 누구나 직접 자신의 손으로 잡은 물고기를 먹을 수 있다. 소안도 월항리 바다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갯벌에 개매기(걸그물)를 막는다. 사람들은 그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아볼 수 있다. 또 낙지와 조개 캐는 체험도 진행한다. 잡은 물고기는 부녀회 회원들이 즉석 회를 떠준다.
완도는 전복의 고장이기도 하다. 소안도 바다에서 대량 양식하는 전복을 싼값에 맛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인 미라리·맹선리 상록수림 그늘에서 쉬는 것도 좋고, 맹선리와 진산리를 잇는 옛길인 ‘빤스(팬티)고개’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라리·진산리·부상리 해수욕장 등 크고 작은 해변이 많아, 한적한 물가에서 유유자적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소안면사무소 (061)550-6541.
글·사진 강제윤(시인, 인문학습원 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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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극성수기 피해야 유유자적
섬 여행도 극성수기인 7월 말에서 8월 초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 일주일만 아니면 비교적 한가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 소안도행 배는 완도 화흥포항에서 출발한다. 1시간 간격으로 12회 운항, 40분 소요(매표소 061-555-1010). 맨손고기잡이 체험은 7월21일과 8월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바로 옆 섬 노화도 북고리에서도 8월2·18일 체험 가능(노화읍사무소 061-550-6264).
▣ 비금도·도초도행 쾌속선은 목포항(061-240-6060)에서 하루 4회 운항, 50분 소요. 카페리는 목포항과 북항(도초농협 061-243-7916)에서 각 3회, 압해읍 송공항(061-244-0005)에서 2회 운항.
▣ 연화도·우도행 배는 통영항에서 출항. 50분 소요. 연화도는 하루 5회, 우도는 1회 운항(동해해운 055-641-6181). 배로 3분 거리인 연화도에서 우도는 대절선(055-642-6714)을 이용해 손쉽게 오갈 수 있다.
▣ 임자도행 배는 지도읍 점암에서 카페리호가 1시간 간격으로 운항, 15분 소요(농협매표소 061-275-7303). 지도읍 송도 위판장에 가면 즉석에서 떠주는 민어회를 맛볼 수 있고, 갓 잡아온 수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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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밥상. 연화도 산정상.
꼭 가보고싶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