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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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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을 따라하는 엄마~

2012.07.10 11:30

약초궁주 조회 수:1412 추천:118

낮엔 비교적 괜찮다가도

저녁 무렵이면 엄마의 멘붕이 시작된다.

얼굴이 벌개지고 버럭 화를 낸다.

목소리가 같이 높아지는 나에 비해

아들은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할머니 수준을 맞춘다.

유머를 섞어 가며 놀려가며.

아유~~유여사. 그랬쪄...해가며.

 

 

밤이 깊을수록. 안절부절하는 엄마.

안정제는 거부하고 뇨실금 팬티도 거부.

쌩으로 날밤을 새시다가, 새벽녘 허기져서

간식이나. 밥달라 허겁지겁 드시고

지쳐서 아침잠을 주무신다.

 

말과 생각은 멀쩡하고 기억도 괜찮은데

행동은 5세 아이랑 비슷해져간다.

어젠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데일뻔...

양치한 칫솔은 여지없이 그대로 내팽겨친다.

다행히 식욕만은 왕성해서 과식을 걱정하니 불행중 다행.~~

 

 

내가 걸으러 나간 동안. 아들에게 하시는 말.

-자살할거야. 죽는게 나아.

-할머니 이십년 동안 죽지 못해 산다 그러셨어.

자살로 협박하지 마. 우린 다 할머니 도와드리려고

가족들이 애쓰는데 못되게 굴면 맘대료 하쇼.

-요양원 할머니들도 다 죽고싶다고 그랬어.

-말만 그러지. 아무도 죽은 사람 없잖아.

-이맇게사는니 죽는게 나아.

-그럼 자식 세명에게 모두 전화해서 약사오라 그래.

-...에휴 묵묵부답.

 

 

이 장면은 25년전 애들 아빠가 그의 90할머니랑 나눈

대화랑 똑같다.

딸과 사위 손녀 손자까지 몽땅 의약가족인 시집이었지만

눈 안보이고 앉은뱅이로 팔십부터 구십까지 방에서만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고 사신 시조모.

화가 나시면 맨날 의사인 딸을 욕하며

나쁜년이 약도 안사다준다고 역정을 내시는게 레파토리.

 

어느날. 모두 외출한 조용한 시간.

할머니의 단골푸념이 흘러나오자 이때구나 하고.

-할머니 소원대로 이 약 구해온거예요. 하며 손에 쥐어드리자 --미친놈. 하면서 손을 탁 하고 내치셨다는 집안의 전설.

맨날 어둡다고 촛불을 켜라해서 가족들은 질겁했지만.

그분의 고독한 암흑속 10년은 아무도 짐작할수 없다.

어린 손녀며느리가 인간적으로 뭘 알수 있었으,랴.

시집살이의 어려움 탓만 했지. 진심으로 그분을 이해하기엔

거리가 멀었다.

 

 

책과 티비에 열광하던 엄마가

이젠 화면도 당신의 여행사진도 ...아무것도 보지 않으신다.

틀어놓고 왕왕거리는 사람 소리로 주위 고독을 몰아낸뿐.

밤에 침대에 우두커니 일어나 앉아 계신 모습을 보면

외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집에 오시면 꼭 나랑 같이 주무셨는데

사위 어려워 요강 머리맡에 갖다 놓고

어린 내가 잠에서 깨어나면 한밤에 깜깜한데

일어나 앉으셔서 담배만 뻐끔뻐끔 피우신던...

어두워도 빨갛게 달아오른 담뱃불로

당신의 기척을 알아채던. 손녀는 할머니 나이가

되가고. 엄마는 증조할머니 나이가 되간다.

 

 

생로병사의 엄중함으로

난 아직도 큰 공부중이다.

어디 햄릿뿐이겠는가. 사는가 죽는가 이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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