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찬 논설위원....한겨레신문. |
그런데 엊그제 통 큰 두 여인의 호령이 명치 끝에 걸린 뒤로는, 영 쪼잔함을 위로받을 길이 없다. ‘감히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라는 한 여인의 일갈과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사람은…’이라는 다른 여인의 호통이 그것이다. 누구는 국가관을 앞세워 세상을 호령하고, 누구는 대한민국을 지휘봉처럼 휘두르는데, 고작 한다는 짓이 변기에 앉아 물 한 통 아끼려 지지리 궁상이라니!
사실 두 여인이 아니더라도, 이 쪼잔함을 매일 아침 확인시켜 주는 처와 아이들의 배포가 밉다. 큰 일을 치르건 작은 일을 치르건 여지없이 쏟아지는 물 소리, 그들에겐 시원할지 몰라도, 신경을 쓰기 시작한 나에겐 억장 무너지는 소리다. 샤워기는 왜 그리 자주 그리고 오래 틀어놓는지…. 바깥은 벌써 40여일째 가뭄으로 초목이 늘어졌는데도 우리 화장실은 시도 때도 없이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는 우기다.
열불 나지만 어쩌랴. 쪼잔함을 일부러 드러낼 순 없다. 이런 충고조차 입밖에 내지 못했다. 변기 처리 방법은 뺐는데도 말이다. “나는 말이야, 샤워할 때 수도꼭지 밑에 대야를 받쳐 놓지. 수온이 적당해질 때까지 나오는 물을 먼저 받아 놓고, 그걸로 머리도 감고 1차 샤워도 하고. 샤워할 때도 대야를 받쳐 놓았다가 받은 물로 화장실 청소를 하지.” 말 못 하는 까닭은 실은, 용기를 냈지만 변화는커녕 비웃음만 사면 어쩔거나 하는 걱정 탓이었다. 지들도 다 컸는데, 오줌 누고 어찌하고, 똥 누고 어찌하고, 샤워할 때는 어찌하고, 그런 잔소리 들으면 맘이 어떻겠나, 억하심정 발동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귀가 있으면, 조금씩 이해하고 배우겠지.
가뭄이 깊어지면서 그런 증상은 더 심해졌다. 손바닥만한 마당의 풀들이 늘어진 채 숨넘어간다. 그렇다고 사람 마실 수돗물을 생으로 뿌릴 순 없다. 그래서 부엌에서 나오는 물을 모았다. 그것으로 모자라, 아침저녁으로 마당 수돗가에서 세수도 하고, 발도 씻는다. 이목이 있으니 목욕까지는 안 되고 등멱도 한다. 등을 밀어주는 아내의 측은한 눈빛이 갈수록 깊어지지만, 생긴 게 그 모양인데 어쩌랴. 어릴 적 펌프가에서 세수하고 발 닦고 목욕하고 물장난 치지 않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시라. 풀은 내 몸을 거쳐간 물을 먹고 자라고, 그런 그 풀로써 나는 일용할 양식을 삼고, 그거야말로 자연의 이치이고 진인의 삶이 아닌가. 호기 있게 개숫물을 하늘로 흩뿌린다. 혹시 알아, 무지개라도 생길지.
엊그제는 회사 옥상 정원에서 토종 매발톱 씨를 추슬렀다. 메마른 날씨 탓인지 어느새 씨방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씨방은 부스러졌고, 씨들은 흩어져 사라졌다.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그 씨앗들의 가벼움이란…. 그 가벼운 것들이, 바람보다 먼저 날아가고, 바람보다 먼저 흙 속에 눕는다.
그러나 어느 봄날 저 견고한 시멘트 균열을 비집고 새싹을 올리고, 굳은 땅에서 꽃을 피우
는 건 바로 저 쪼잔한 것들일 터. 매 발톱보다 더 날카롭고 억센 부드러움일 것이다. 새 세상을 여는 게 혁명이라면, 새 우주를 여는 것은 무엇인가.
양극단에 있어 보이지만, 두 여인이 웅변하는 애국과 변절이란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과 국가관, 이념과 정체성, 국민과 동지 따위도 그렇다. 그 거창한 말들 앞에서 작고 가벼운 말들을 떠올린다. 이웃, 관심, 배려, 이해, 존중, 감사…. 말 못하는 손주 업고 온갖 이야기꽃 다 피우는 뒷집 나희 할머니를 생각한다. 굳은 땅을 뒤엎고 꽃을 피워 새 세상을 여는, 세상의 쪼잔한 꽃씨가 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 물아끼자. 겨우내 변변한 눈이 안내렸고
봄미마져 감질나게 와서. 가뭄 심각하다.
종이컵 쓰지 말자. 생각나는 대로 전기도 아껴보자.
한의원 경쟁력도 별로 없는데 에어컨마져 안키고 있음...참 민망하지만.
선풍기로 참아주시라.
정말 두려운것은 중국과 원전이다.
우리가 사상 이념따위 남북피터질때
중국이 웃고 있지 않는가. 티벳을 보라.
수십개 소수민족들을 보라.
우리가 속국이 아닌 남북한으로라도 있는걸
다행으로 알아야지
고구려성도 만리장성. 아리랑도 자가네가 문화유산등록
이젠 한글까지 넘볼참인데...
약국장님이 이 동네 사랑방 코디네이터 시니
고자질을 하러 간것이다.
상가 화단에 철쭉과ㅑ 나무가 시들시들 낙엽이
지고 있는것. 불쌍해서 못보겠다.
가뭄이 심해서 그런줄 알고 신고를 했더니.
병이 들어 그런단다.
식수한 조경사를 불러 약을 주고 치료중이란다.
참견도 병인...나. 저나 잘하지...
그러나 발걸음이 가볍다.
재들이 아픈걸 인간들이 알고있고 돌봐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