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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전- 그 한없이 따뜻하고 잔혹한 이름

2012.05.04 10:42

약초궁주 조회 수:1405 추천:119



어머니전-강제윤/ 호미출판사.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소설이다-

 

한국의 섬 250개를 발로 걷고 있는 섬학교장샘

강제윤 시인이. ..섬에서 만난 엄니 이야기를 썼다.

남자, 아들들이 읽고 운단다.

박진강 그림이 좋아서 색연필을 손에 잡고 싶은 충동이 인다.

 

부모님 선물용 쵝오~~~~~~~~~~~~~~~~

 

 

어머니, 그 한없이 따뜻하고 잔혹한 이름  (어머니 전 중에서)

 

무화과 익어가는 시절

 

 

목포 버스터미널, 코앞에서 진도행 버스를 놓쳤다. 버스나 배를 놓치는 것이 꼭 그렇다. 사람 인연도 늘 간발의 차다. 단지 몇 초 늦었을 뿐인데 차도, 사람도 이미 떠나고 없다.

남도의 가을은 본격적인 무화과 철이다. 목포버스터미널 입구, 오늘 여자의 노점에 나온 무화과는 맛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 껍질이 파랗다. 물론 잎 그늘 아래에서 자란 것은 잘 익어도 파랗지만, 대부분의 무화과는 검붉게 익는다. 잘 익어야 과육도 달다.

 

''''' 영암 들판은 온통 무화과나무 천지다. 영암 농민들은 고추나 콩, 깨 농사 대신 무화과 농사를 짓는다. 무화과는 쌀보다도 열 배나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

“농약도 안 하고 순만 쳐 주면 돼. 옆 순 나면 열매가 작아지니까 열매 굵어지라고 순을 쳐 주는 거지.”

무화과는 면역성이 강해 굳이 농약을 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저 퇴비만 잘 주고 순만 잘 쳐 주면 된단다. 다른 과수나무에 비해 수확도 빠른 편이다.

“요게 삼 년만 되면 수확을 엄청나게 많이 해부러. 심음시로(심으면서) 딴당께.”

다른 과일과는 달리 무화과는 햇빛 받으며 익지 않는다. 물론 햇빛을 많이 받아야 과육이 단 것은 여느 과일과 같다. 하지만 먹기 좋게 빨갛게 벌어지는 것은 낮이 아니라 아침 시간이다.

“요것이 아침마다 비 오고 이슬만 맞으면 익어. 밤이슬 먹고 살아. 낮에 가면 딸 것이 하나도 없는데 잠자고 나면 다 익어 있어.”

 

........

“치매 걸리면 묵고 죽을라고 그라요. 자식 안 성가시게”

 

 

오늘은 무화과를 사가는 손님이 드물다. 그 때문일까. 여자는 무화과 파는 일은 뒷전이고 양동이 가득 물을 떠놓고 약초를 씻는데 몰두해 있다.

“지금 씻는 것이 무슨 약촌가요?”

“임금님이 사약 내릴 때 쓰던 ‘초오’라는 약초요.”

초오草烏. 초오는 예부터 비상과 함께 사약 재료로 사용되던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인 투구꽃의 뿌리다. 단방으로 먹으면 위장 안에서 점막 출혈이 일어나 피를 토하며 죽게 되는 무서운 독초다.

“근데 그걸 어디에 쓰시려고요? 사약이라도 내릴 사람이 있으세요?”

여자가 빙긋 웃는다.

“치매 걸리면 묵고 죽을라고 그라요.”

 

 

내가 살던 섬의 노인들은 환갑만 지나면 다들 ‘시안’(청산가리)을 몰래 지니고 살았다. 노인들이 그 맹독의 화공약품을 지닌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함이었다. 노인들은 혼자 밥 해먹을 기력마저 잃게 되면 자식들한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약을 준비한다고들 했다. 그리고 실제로 마지막 순간이 오면 약을 먹고 목숨을 끊는 일이 흔했다. 스스로 치르는 고려장. 그런데 오늘 목포에서 자신의 고려장을 준비하는 여자를 만났다. 설마 농담이지 싶으면서도 여자 말에서 진심이 묻어나니 웃을 수만은 없다.

 

“초오가 독약으로만 쓰여요? 다른 약으로는 안 쓰고”

“관절에도 좋다 안하요. 다리 아프고 삭신이 쑤실 때, 오리나 마른 명태에다 넣고 끓여 먹는대요. 이것만 먹으면 죽으께.”

 

독은 약이고 약은 독이다. 잘 쓰면 독도 약이 되고 잘못 쓰면 약도 독이 된다. 무릎관절 약으로 쓰려는 걸까. 여자는 해남의 산에서 약초를 캐서 팔러 다니는 약초꾼에게 초오 오천 원어치를 샀다. 저만큼의 ‘초오’ 독이 목숨을 끊을 정도라면 사람 목숨 값은 참으로 헐하다. 한목숨 살리기는 억만금으로도 어려운데, 목숨 하나 죽이는 데는 단돈 오천 원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여자는 초오를 깨끗이 씻어서 말린 뒤 빻아서 하얀 가루로 만들어 놓을 거라 한다.

“풍 오고 치매 오고 그런 거 나도 모른 순간에 와 빌더라고. 그럴 때는 얼릉 이걸 먹고 죽어 버려야제. 그래야 자식 안 성가시제.”

간난신고를 견디며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온 이유도 자식을 위해서였는데, 이제 목숨을 버리는 이유도 자식을 위해서다. 어머니. 그 이름이 한없이 따뜻하면서도 잔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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