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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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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와 엄마

2012.04.24 14:15

랄라 조회 수:1282 추천:171





금요일 아침 동사무소에 갔다. 아들녀석 장애등록증을 받기 위해서다.

자폐성장애3급!

자폐성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서류화되어 나온 것을 보니 가슴이 쿵 내려 앉는다.

처음엔 담담했다.

아침밥도 잘 먹고, 동네 친구랑 수다도 떨고.

괜찮아 묻는 녀석에게 그래 얼른 가서 돈벌자면서 웃으면서 지하철에서 헤어졌다.

친구는 버스를 타고 나는 지하철을 타야했으니까.

녀석의 뒷모습을 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주루룩 눈물이 흐른다.

걷잡을 수 없는 마음.

현재시각 12시 15분!

수업시작은 2시 50분!

역곡역에 내려 마음을 추스리려고 애를 쓴다.

안된다.

애를 쓰면 쓸쑤록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솟구쳐 오른다.

도저히 수업불가!

문자를 넣는다.

죄송죄송죄송!

어딘가 하염없이 눈치안보고 울데 없나.

목놓아 울고 싶다.

약초샘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품에 안겨 엉엉 울어버릴까!

에고 지금 쌤도 엄마땜시 힘든데, 일하느라 힘든데, 어디로 가지 어디로 가지.

냉담카톨릭신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구석 한군데.

절두산순교성지!

그래 그리고 가자.

성당 안에 들어가 신심을 핑계로 실컷 울다 나오자.

사람이 너무 많지만 절두산순교성지 정원이 넓어 나같은 것은 사람들이 신경도 안쓴다.

기도하는 사람.

꽃구경하는 사람.

정원가꾸는 사람.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기도.

뭐라고 되내지.

걍 걸었다.

십자가의 길.

아무생각없이 15처를 돌아볼 생각이다.

그리고서 3처!

십자가를 메고 성모님과 맞따트릭 예수님!

그곳에서 정말 펑펑 울었다.

제길 정말 엄마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어.

잘사는 모습만 보이고 싶었는데.

제길 숨겨지지도 안찮아.

예수님과 성모님의 눈빛교환!

 

오셨습니까 어머니!

저는 가야합니다.

이게 제 운명입니다.

그래 안다 예수야~~

네 운념을 안다.

피할 수 있었으면 피하게 해달라고 그렇게 기도했었어요.

안다. 그래 안다 예수야~~

이런 모습 어머님께는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 안다. 안다 예수야~~

감추어지지 않는 커다란 십자가가

예수에 걸매어진 커다란 십자가가

아들의 운명을 수용한 여인의 아픔도 보인다.

자기의 운명을

자기의 죽을 운명을 향해가는 예수의 아픔도 보인다.

 

 

수녀대신 선택했던 특수교사의 길이었다.

평생 수절할 자신도 없었고,

결혼해서 자식낳고 오손도손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보고자 했다.

제길~~

하느님 뜻이라고 하는데

수두룩 장애인이 세상에 태어나는 게 싫어

나는 특수교육과에 들어간 25살이후에 성당에 다니다 말다 한다.

종교에 대한 회의 대목이

주기자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칫!

세례도 받지 않고 본인을 루카라고 부르는 주기자나.

힘들때,

사람 찾지 않고 이 빈 순교지에 와서 펑펑 울고 있는 나나.

 

엄마가 보였다.

나는 그냥 나니까.

재서엄마니까.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감당할 수 있다.

피한다고 피해지지도 않는 운명!

미룬다고 미뤄지지도 않는 내 숙제!

그래 지금까지는 기쁜 마음으로 받지 못했다.

내다 버리고 싶었다.

내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마지 못해 했다.

하지만 외면하고 아니라고 부정해도 나는 안다. 그것은 이미 내 숙제 내 십자가.

 

그런데

그날은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보다

두손을 합장하고 예수에게 다 안다 외치는 성모님이 더 뼈저리게 아프게 다가온다.

엄마는 다안다.

자식의 운명을.

악도 써보고

안보이려고 발버둥쳐보고.

괜시히 투정도 부려보지만.

이미 다안다.

내 자식이 어떤 운명인지를.

 

그래 나약한 나라도 좋다.

위선자로 그득한 카톨릭집단 그게 싫어 한발 빼고 있었는데

이날은 다 무너져버린다.

엉엉 울었다.

주기자도 보이고,

나도 보이고,

엄마도 보이고.

 

참 펑펑운 그날을 누구는 축복이라 하더군!

제길~~~

 

p.s. 매주 성당에 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뾰루꾸 카톨릭 신자라고 내게 비난의 돌을 던진다.

그럼 나는 대거리를 한다.

바리세이 당신들.

성당에서 제사 지내는 것으로 그리스도의 의무를 다했다고 하는 바리세이 당신들이 예수를 매달았노라고.

나는 목숨걸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목숨걸고 싸우는 주기자의 모습에서

예수의 모습을 본다.

세례도 받지 않고 루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예수의 모습을 본다.

비대해진 신교(개신교)도, 보수적인 구교(카톨릭)도

정말 참 그리스도는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참 그리스도가 많다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지 않을테니까.

내가 성당에 돌아오기를 바라는 동네언니는 매일미사책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걸 읽고 나는 언니에게 읽은 달 매일미사책을 돌려주기로 했는데,

이번달 언니에게 돌려줄 4월매일미사책에는 주기자의 책도 함께 일것이다.

4월은 온통 매일미사의 너주리너주리 복음보다는 주기자의 까는 소리가 더 와닿았으니까.

그를 위해 기도해줄거다.

정말 예수님이 살아계시다면 그를 지켜줘야한다고 하느님께 협박해본다.

 

p.s.

주기자가 가는 그 길을 그 어머니나 그 가족도 다 고스란히 알것이다.

아들이 가는 고난의 길을.

그래도 그는 간다.

그래서 더 응원하고 싶다.

그에게도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그리고 감사하다.

그래도 세상과 싸워주는 이런 사람이 있어 참 살맛나게 하지 않는가.

그를 응원한다.

나도 이제 내 고통을 주변에게 느끼지 않게 하려고 애쓰지 않으련다.

어짜피 내가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다.

의연히 지고 가리다.

한번, 두번, 세번 쓰러져도 다시 지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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