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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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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30분의 7

2011.12.22 16:19

랄라 조회 수:928 추천:121

특수교육대상자와 장애진단은 다르다.

읽고 쓰기가 가능한 내 아들의 경우 장애진단을 받으면 지적장애3급정도 나오려나. 중증이 아니어서 별혜택도 없기 때문에 장애등록 안한다(아니 혜택이란 생각해본적도 없다. 내가 너무 형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여느 보통의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서 가르치고 먹이고 하는데 비용을 들이듯 나도 그러하고 싶기 때문이다). 보통 장애진단은 복지혜택의 근거자료가 되니까.

장애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들어감과 동시에 특수교육대상자가 되어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 소속되어 학력에 따라 일반학급에 완전히 통합되어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일부시간은 일반학급에서 공부하고 일부는 특수학급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장애정도가 심해서 도저히 일반학급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때에는 완전히 분리되어 특수학급에서 공부하게 된다.

내 아들은 경계선급에 있다.

물론 순전히 내 생각이 아니라 읽고 쓰기가 어느정도 가능하면 그렇게 분리된다.

나는 처음부터 특수학급에 소속되는 것은 내 아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제한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1년 정도는 지켜보면서 녀석의 적응상태를 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일반학급에 잘 적응할 수도 있고 쳐질수도 있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 눈에는 내 아들이 너무 잘 적응했다.

물론 녀석의 교과서는 낙서투성이가 되었고, 수학도 어렵다고 짜증을 부렸지만.

받아올림 받아내림 더하기 빼기도 빨라졌고. 문장식 수학문제도 풀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내년 서울시서부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특수교육대상자 진단평가를 아들에게 받게할 생각이다.

아니 그 과정을 밟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기 위해서 내년 2월에 담임샘과 특수샘 그리고 우리 부부 이렇게 상담일자를 잡아놓은 상태이다.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 일일이 이 지면에 표현해내기가 힘들다. 내 아들과 관계된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게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일반교사와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상주보조교사정도 붙을 수 있는 학교시스템이 되지 않으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어느 한사람에게 원망의 돌을 던지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걸 결심하는 날 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특수교육대상자라고 진단이 나와버려 특수학급에 내려간다는 것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지만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니어서 일반학급에 있는다고 해서 내 아들에게 적합한 교육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이미 알 고 있기 때문이다. 경계선급의 아이는 그렇게 애매하다. 빼버리자니 좀 그렇고 그렇다고 데리고 가자니 손이 많이 가고.

개념없는 엄마가 될까!

그냥 들이밀어볼까!

......, 그럴 수 없다.

나는 지금 8살배기 우리 아들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데 연극 30분의 7은 그런 아이들이 훌쩍 30살이 되어버렸을 때의 상황극이다. 30살은 되었지만 여전히 지능은 7살인 성인장애인들! 물론 내 아들은 경계선급이니 이 사람들보다는 조금 나을까~~~

쌤 아들 특수학급에 입급시켜야겠어요.....,

다시 회복될수는 있고?

선생님의 그 말이 먹먹하게 가슴을 쳤다.

아니요.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건데요.

누굴 위해서 그렇게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저 아이는 저런아이라고 하면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을거에요.

제가 망설이고 미루고 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는데.....,

제게 조금더 뻔뻔할 얼굴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힘들어하는 담임께 조금만 더 뻔뻔해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폐성향있는 아이 겁내지 마라고 설득할 수 있는 언변이 있는 저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제 언변에 설득당해줄 선생님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저는 제 직업도 말하지 않았네요.

선생님들 부담스러워할까봐.

그저 열심히 하는 엄마로.

한없이 작아지는 엄마!

제가 제 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요.

그저 응원해주고

그저 부족한 공부 프로그램 짜서 하루하루 성실히 해 나가는 것 말고 제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그날 한약을 짖고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저는 마포에서 신촌까지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무언가 가슴안에서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데

도저히 이런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 말이지요.

며칠 뒤 선생님이 보내신 한약에는 30분의 7이라는 연극표가 들어있었습니다.

당신이 어찌어찌 손들고 얻게된 표라고.

분명 제값주고 사셨을 것이면서.

남편과 이 연극을 보자고 했을 때, 남편은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었습니다.

20일날이 그표로 연극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

결국 연극을 봤고.

우리 부부는 참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조금 나을까? 우리 아들은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나와 남편이 같이 들고 있는 힘의 균형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라도 하면 저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가 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

보지 않으려고 했어.

우울해지잖아.

남편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그가 시간을 내 주어서 나는 더없이 고마웠다.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하니까.

그게 진정 용기있는 부모의 자세일테니까.

연극을 보고 나서

우리부부는 서로 닭살이 되었다.

살아줘서 고맙다는 둥.

지금 곁에 있어서 감사하다는 둥.

사실 정말 그렇다.

나든 그든 혼자 아들과 동행할 때는 참 가슴이 많이 시릴테니까.

각자들 살기 바빠 남의 이야기에 그리 공감해줄 사람들도 없을테니까.

현재 같이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어제도 아이 아빠는 나랑 밥을 먹고 나서(결혼기념일 14주년)먼저 집으로 빨리 들어가자고 한다.

몸에 좋치도 않은 햄버거 아들이 너무 좋아할 거라 한세트 사가지고 말이다.

나는 그가 아들을 위해 그것을 살 때는 굳이 말리지 않는다.

자주 먹이는 것도 아니고.

맛나게 먹는 아들보면서 그가 행복해할 권리가 있으니까.

어제까지도 심장을 벌벌 거리게 만들었던 연극을 우리는 봤다.

굳이 우리들의 이야기일까봐 피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가슴으로 울면서 진실되고 용기있게 감상해냈다.

그이야기로 다음날 하루내내 심장이 아팠지만 아픈만큼 마음이 단단해진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부부들은 무엇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사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현재 같이 있다는 이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

난 요새 말한다.

당신보다 하루먼저 세상을 뜨고 싶다고.

정리하고 와줄 수 있어?

그게 그렇게 이남자를 행복하게 하는지.....,

자기를 깊게 믿고 있다는 의미로 남편은 받아들인다.

인생은 예측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우리는 처음에 대학교 cc로 만나서, 꽤 머리 좋은 아이를 낳을 줄 알았고 남들보다 빨리 집도 장만하고 우리보다 한단계 높은 아이로 키워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쳤더랬다.

그런데 그것과는 많이 멀어진 삶!

그런데 마냥 슬프고 절망이냐!

그렇지 않다.

내가 연극을 보고 막막히 울었다고 지금 내가 우울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뜻하지 않은 아이선물을 받아서 아쉬움은 많다.

그러나 덕분에 우리는 햄버거 하나를 놓고 오골오골 밥상에 둘러앉아 먹는 자리가 한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늘 이혼하겠다고 입에 달고 살던 랄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당신이 있어 고맙다 러브러브러브를 달고 산다.

다 아들 덕분에 더욱 내면이 깊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것이다.

누군가 나더러 행복한 척하는거 아니냐고 묻는다.

난 말한다.

결코 나는 척은 못하는 사람입니다.

척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매순간순간이 이렇게 소중해본적인 내 생에 없었던 것 같다.

내년 2월에 진단하는 날이 올까도 싶고 또 온다해도 또 많이 울겠지만 잘 헤쳐나갈 것이고.

너무 먼 미래까지 계획하지 않고 하루하루 지금을 소중하게 살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겐 우리에겐 응원해주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약초샘을 비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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