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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쓰기2011.10.19 22:03
왔다 올해도 가을이
이가을 울 외숙모 레파토리 푸념
" 저놈에 영감 마누라 다리 빙신 허리 빙신 됐는데도 일시키지 아이고 이놈에 이짓을 언제나 그만두나"
사고 후유증으로 다리관절과 허리 디스크로 고생중이신 외숙모
시골에서 농사아니면 더이상 두분이 돈나올곳이 없으니 농사일을 놓으시지 못하신다
올해는 백수놀이중이라 봄부터 시간이 날때마다 외가로 출동했다
봄에는 일단 빈땅에 죄다 뭔가를 심고 비퍼대는 여름이 지나 수확철이 왔다
전쟁이다 정말 이때쯤 시골은 전쟁이다 시간과의 전쟁.... 속도와의 전쟁이다
죄다 거두어 들여야할것 뿐이니 다리 아픈 우리 외숙모 아침부터 호출하신다
" 고구마 부터 캐야하니 얼렁 캐줘"
우리 외숙모 도착하자 마자 우리손에 호미를 쥐어 주신다
엄마랑 둘이 덜렁 덜렁 호미를 들고 밭에 간다
고구마를 캐려고 땅을 파니 호미가 튕겨나온다
우째 이런일이 이거 오늘일 만만치 않겠다 ....
작년에 이밭에서 고구마 케려고 트렉터가 쟁기질을 했는데 얼마나 밭이 딱딱한지
쟁기 날이 두동강이가났었다 ㅠㅠ
엄마랑 쌔가 빠지게 호미질을 하고 나니 간신히 죙일 두두둑을 켔다
여름에 오지게 비가 와서 고구마 두둑이 다깍여 내려가는 바람에 고구마가 재대로 들지도 못하고
든것은 작년 크기의 반도 안됀다 그래도 첫날 5자루를 캤다
골빠지게 고구마 캐는데 울외삼촌 마구 부르신다
얼른 뛰어가니 콤바인에서 수확한 벼를 부려야 하는데 마대를 잡아 달라신다
외숙모가 들밥을 내오시면서 엄마랑 막 외삼촌 흉을 보신다
" 저놈에 영감탱이 일요일에 갑자기 트렉터 몰고 나갔다 둥글어서 온몸이 결린댜
그냥 일요일은 쉬지 왜 기계를 끌고 가서 저렇게 결려서 애써 !!"
안타까우셔서 하는 소리다 외삼촌 3년전에 크게 교통사고가 나신뒤로
회복은 하셨지만 후유증으로 기억력이 많이 감소하셨다
예전에는 집안에 있는 농기계를 끌고 다니며 온동네 일을 다 하셨을정도로 짱짱하셨지만
지금은 집안일만으로도 벅차신단다 왜 그러셨냐 물으니 그 전날 저녁에 우박이 오더란다
수확철 우박은 재앙이다 나락이며 모든 곡식 열매가 우박에 다떨어지니 어떻게든
손을 써야 하기때문 마음이 급해지신 외삼촌 급한 마음에 기계를 끌고 나가시다 일을 내신것이다
속상하신 울외숙모는 엄마한테 하소연 ㅋㅋㅋ 아픈몸으로 일하는 삼촌이 안타까우신 외숙모
그리고 다음날 다시 외가로 갔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손님 아닌손님까지 끌고갔다
어제 캐다가 만 고구마를 끝을 보기로 했다
호미에서 곡갱이로 곡갱이에서 쇠스랑과 삼지창으로 연장을 계속 바꿔가면서
그 돌땡이 같은 땅에 있는 고구마를 캐들였다
" 외숙모 이제 여기다 고구마 심지 마요 작년에는 쟁기 두동강이 내고 올해는
삼지창하나 해먹고 생질녀 팔 빠질라네!!!"
시위 아닌 시위를 했더니 우리 외숙모 가라사대
" 고구마는 이렇게 척박한 땅에 심어야 단거야 거름 많이 주고 기름진땅에 심으면
실없이 크기만 크고 달지가 않아 이렇게 캐기 어려워도 우리집 고구마는 달어 땅이 박토라"
와 진짜? 난 뭐든 기름진 땅에서 잘되는줄 알았는데... 고구마는 아닌란다
고구마는 심을때 두둑만 높이 올려주고 땡이란다 북주기와 중갅에 한번 잡초제거를 해주고...
거름이 많은 땅에서 키운 고구마는 크기는 크지만 안에 심이 박히거나 맛이 잘 안든단다
또하나 배웠다 척박한 땅에 자라기 때문에 목숨걸고 크는구나 고구마도 ...
점신을 먹고는 인원을 두개로 나누었다 이모님까지 오셔서
엄마 서울에서 온 손님아닌 손님 그리고 이모는 다시 고구마 밭으로 나랑 우리 외숙모는
들깨밭으로 갔다 서리가 온뒤라 마음이 급하신 우리 외숙모
서리가 또한번 오면 들깨가 알맹이를 모조리 밭에 쏟는단다 그러니 그전에
얼른 거둬야한다고 낫을 들고 장갑을 끼고 들깨 밭에들어가 열심히 벴다
" 얼레 우리 생질 낫질 잘하네?"
외숙모가 보시더니 놀라신다
" 이거 ? 울압지 때미 배운거레요 중학교때 일요일마다 낫하나씩 들고
버스타러가는데까지 풀깍는거 시켰슈 안하면 하루죙일 잔소리 하셔서 어거지로 했어ㅠㅠ"
그때 배운 낫질이 이렇게 써먹힐줄이야 ㅠㅠ
뚱뚱배 이모라는 말처럼 뚱뚱한 내배때문에 숙이고 하는 낫질이 힘들었다
그래서 깔의자를 다리사이에 끼고 앉아서 깨를 벴더니
이번에는 뒤로 넘어간다 중심을 못잡아서 ㅠㅠ
우뚝이마냥 낑낑거리는것을 보신 우리외숙모 박장 대소를 하신다
우리 외숙모는 내가 하는 모든게 재미 있으시단다 ㅋㅋㅋ
다 베려고 으쌰 으쌰 했는데
벼 건조기에서 나오는 꺼럭때문에 눈코입이 다따갑다 외숙모가 작업 종료를 외치신다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가려니 우리 외숙모 뭐를 주섬 주섬 내오신다
어제캔 고구마 한망 아이고 이게 돈이 얼마인디....
홈쇼핑서 7키로에 3만 5천원하더라 그정도 크기는 안나왔지만 맛하나는 기가 막혀서
2만원 정도 받으실텐데....
" 봄부터와서 마늘케고 또 심고 콩심어줘서 고마워서 주는겨
건희 오면 한두개 쪄서 간식으로줘" 외숙모가 뭔가 더가져가라고 하시는데
울엄마가 손사레를 친다 " 해마다 꽁짜로 김장하는데 시려 언니나 돈사서 써요 "
이번에는 내게 자꾸 가져가라 하신다 " 고구마랑 상추 가져 가면 됐어요 나중에 김장때
그때 거덜내러 올테니까 그때 줘요 " 자꾸 뭔가를 챙겨주시려는 마음은 알지만
내가 농사일을 거들어드려보니 이거 장난아니다 얼마나 귀한것인지
알기에 뭘달라고 못하겠다 저게다 돈인데...
집에 돌아와서 뜨거운물에 몸을 삶았다 그렇게 안하면 다음날 일어나지도 못하게 아프다
평소 안쓰던 근육들을 썼더니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난다
하지만
이상하게 몸이 가볍다 뭔가 뿌듯하고 지그시 누르건 어께의 무거움도 많이 없어졌다
몸을 쓰는일이 이런거구나 평소 안쓰던 근육을 쓰고 몸을 움직이고 땀을 내니
기분이 상쾌하다 저녁에는 기절하듯이 누워서 자는것도 좋았다
몸을 재대로 쓴거 같다 이런 몸쓰기라면 앞으로도 자주 해야지
누군가는 말한다 직장 생활을 안해서 어쪄냐고 수입이 있냐고 뭐먹고 살거냐고 한다
이러고 사는게 젊은 사람이 할짓이냐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이것도 내 삶의 일부라고
조금만 벌어서 조금만 쓰면서 자연씨가 변하는것도
보고 사람사는것도 관찰하면서 살고 싶다고
남들이 보기에는 몸시 위험한 발상같지만 나는 좀 그렇게 살아야 겠다 ㅋㅋㅋ
우리 이것만은 지켜요
외가에서 추수를 거두어 드리며 정말 열받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그게 뭐냐 길가의 농작물을 슬쩍하시는 분들이 많더라는 겁니다
등산객이 또는 근처 아파트 단지에서 운동나온 사람들이 꼭 그렇게 미운짓을 합니다
올해 고추며 상추 들깨잎이 많이 비쌌답니다 그래서일까요? 밭 한두둑이 휑할정도로 가져가더군요
왜가져 가냐 소리지르면 시골인심이 뭐 이러냐며 되려 승질을 부립니다
적반하장이죠?
그래서 우리 이것만은 지키기로 해요
1. 길가에 있는 밭작물 따가지 마세요
-> 현장에서 신고하면 절도죄로 경찰서행입니다
2. 공터에 널어 놓은 농작물 퍼가지 마세요
-> 잡곡값이 고공 행진이다 보니 전문적으로 훔쳐가는 사람도 있다네요
3. 고구마를 캐고난 밭에 함부로 들어가 캐지 마세요
-> 대부분은 그냥 두시지만 요새처럼 고구마값이 폭등할경우에는 1차적으로 캐내고
재차 캐러갑니다 미쳐 캐지못한 것을 전부 캡니다 그러니 주인없는 밭이라고 들어가지 마세요
요즘 까칠 합니다
4.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치지 말고 배밭에서 갓끈 고치지 말란말 아시죠?
밭작물이 있는 밭에는 근처에서성이거나 머물지 마세요
-> 곡물값과 채소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농작물을 좀도둑질 하는 사람이 많아서
들에서 일을 하시다 말고 또는 농기계를 모시다 말고도 낯선사람이 밭이나 논근처에 얼쩡거리면
신경이 곤두서신답니다 거기에 신경쓰시다가 크게 사고도나구요 농기계 사고는
안전 장구 없이 오토바이 타다 나는 사고와 맞먹는 상해라네요
은수가 이틀간 외가에서 수확을 도와드리면서 느낀 것들입니다
농기계를 모시면서도 아직 수확못한 밭작물이 있는 밭을 계속 주시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동네 밭마다 " 약을 뿌렸으니 따가지 마시오" " 야 이 도둑 년놈들아 고만좀 훔쳐가라"
이런 팻말이 대문짝 만하게 꽂혀 있더라구요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오죽하셨으면 이러셨을까하구요 ... 정말 맛있게 보이고 탐이 나시면
주인들이 있을때 좀 나누어 주십사 부탁을 드리시던가 아니면 현장에서 살수 있나 묻고
값을 지불해보세요 분명히 시중보다 더 많이 좋은것으로 주실거에요
그리고 " 와 농사 잘지으셨나와요 채소들이 참 때깔이 곱네요 " 이러시면
더 많이 주십니다 ㅋㅋㅋㅋ 저희 외숙모님과 외삼촌은 이러면 많이 주시더라구요 ㅋㅋㅋ
이상 간만에 몸쓴 은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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