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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게 철드는 부부이야기

2011.07.14 01:18

랄라 조회 수:1190 추천:134

애가 세상의 중심이어서 애를 낳은게 아니었다.

그 남자의 애를 낳고 싶어서 그 남자의 분신을 품어보고 싶어서 애를 낳았다.

그러니 그 애를 낳고 난 그 애한테 올인하지도 애지중지하지도 않았다.

그는 어쩌면 결혼도 내게 떠밀려 했고,

애도 그랬다 내게 떠밀려 정자를 제공하고, 아빠가 되었다.

그 상태에서 아이가 중심일리가 없지.

우린 그렇게 부족한 부모로써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일생일대 중요하다던 0~3세를 고스란히 까먹었다.

낳고 보니 원래 틈이 있었던 우리부부의 틈은 더 벌어졌다.

애가 보여야하는데

내가 행복하냐 안하냐 하는 문제가 그땐 더 중요했다.

한마디로 우리는 정말 준비안된 좌충우돌 그런 부모였다.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아이의 반응을 보고 그때서야 우리부부는 어라하고 아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전적으로 아이의 문제에 몰입하지 못했다.

우리는 여전히 아이보다 우리들 자신이 더 중요했다.

철든 모든 부부는 너무도 쉽게 경제적 통합도 이루어지는데 우리부부는 자아도 강해서 그렇질 못했다.

난 그의 단점만 보였고,

그도 또한 내 단점에 사내못사내.....,

27살에 우리는 결혼을 했고,

어느덧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41살!

여느 부부가 신혼초에 이루었을 통합을 우리는 이제사 이루어간다.

사내못사내 해도 우리부분 부족한 아이를 외면하지 않는 철학은 같고,

저새끼 건강한 아이 딴데서 낳고 싶은거 아냐하는 못난 생각은 이제 하지 않는다.

그가 이대로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깊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철없는 우리 부부는 어느 연구소 소장이고, 어느 모기업 점장인데

집도 절도 없다.

서로의 마음을 합일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우리 부분 돈지랄들좀 했다.

그런데 이제 조금 마음을 합치기 시작한다.

서로 공동 재산도 구축해가고, 서로 이런 버릇이 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쪼들려 힘들지만 이제사 우리는 서로에게 맞추는 법을 배워나간다.

우리는 장남이고 장남며느리인데,

졸라 장남노릇 장남며느리노릇 같은거 하지도 못한다.

서로 사내못사내 했는데 그런 노릇이 들어올리 만문!

하여 우리는 철딱서니 없는 며느리요 아들이요 딸이요 엄마요 아빠였다.

그런데 요새 드는 생각이

조금씩 철들더란 말이지.

나를 더 사랑했었는데,

결혼해서 내가 더 손해보는 장사였느던거 같아 억울했었는데.....,

하여 일찍 합일하는 마음을 같지 못해

집이고 나발이고 아직 마련도 못했는데......,

하여 서로 부정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좀 못난 부모도 되어보고

그런데 진짜로 있는 그대로 우리들을 드러내고 아웅다웅했더니

어느덧 진짜로 철들어가고 있더란 얘기지.

적어도 우리부분 서로 희생하고 있다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도 나도 절대로 희생하지 않았기에.

희생이 아니라

때가 되니 이제 조금은 엄마아빠 노릇할 여력도 생기고

사위 며느리 노릇할 능력도 생기더란 얘기지.

결혼한지 14년차가 되었는데

우리는 이제가 진짜루 신혼같다.

야 너 연봉얼만데?

야 너 연구소 수입얼만데?

그래 한번 서로 봉급 수입 트고 진짜루 파트너 되봐!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진정한 동반자라는 걸 확인하는데 14년이란 시간이 걸리더란 얘기다.

딴 놈 딴 년이 서로에게 잘 맞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허는 생각들도 해보고,

왜 내가 아들위해 희생해야해 서로들 그렇게 자기를 중하게 생각하면서 철없이 굴었는데

정말 그 세월이 철없이 구는 시간들이었는지

아니면 진실한 관계를 위한 몸부림 시간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이제 그가 내곁을 떠나리라는 불안한 마음은 없다.

아니 이제 내가 그 곁을 떠나야겠다는 방방한 마음도 없다.

이제 정말 부부가 된거같다.

그런데 참 늦되는 우리 부부다.

하여 그 마음 합일하지 못해 좀 특별한 아들을 키우는 댓가도 톡톡히 치루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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