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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환자를 때려줬다. 퍽 퍽퍽!!!

2011.06.09 17:44

약초궁주 조회 수:1123 추천:92

오늘 환자를 때려줬다!!!! 퍽 퍽 퍽

 

딱 한달만이다.

아침 첫 진료에 술냄새 풀풀 풍기며

들어온 중년남.

밥은 죽도록 안먹고 술로만 살길 오래.

무슨 보리심을 내었는지 살려고

찾아온 만남이....한달이 지났다.

 

영양실조인 몸에 입맛도 살아나고

살도 붙어서 미모가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체중은 2킬로쯤 불어서 봐줄만 하고

불콰한 안색이 뽀얗게 되어.

나로서는 고맙고 기특하고 대견하고

오기만 하면 토닥거려 애정을 기울였다.

 

치료란 우측으로 45도쯤 올라가는 그래프가 아니다.

아마도 후퇴 퇴행 물러남 주저앉기가 반드시

올것이다 라고 나는 각오했다.

그러나 나는 실망하지 않으리라. 포기도 안할것이라

마음 먹었었다.

 

한달만에 갑자기 -예상은 했었지만

다시 술을 드시고 또 드시고 곡기를 끓었다는

비보를 들었다.

담담했다. 실망하지 말아야지

믿음을 집어치지 말아야지

무엇보다 그의 편에 서야지.....

전화를 걸고 핸펀을 걸고 문자를

주고 받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아요. 오늘 희부연 눈썹달님 마음이 시려요.

선생님 자신이 없다면 실망...말씀을 못드리겠어요

-아니지요, 한달동안 훌륭하게 증명해준 자신을 생각해봐.

오늘 물 마니 마시고 푹자.

나도 오늘 울듯이 힘들었어 에잇 어디로 도망치려다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뜬다 난 위로하며 자려구.

샘도 푹자고 낼 만나.

 

담 날도 안나타났다. 계속 푸는중.

-살다가 살다가 .주님 죄송해요.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버럭 얼렁 와야지 뭐하삼...난 기다리는데!!!

 

오늘 아침 멋쩍은 얼굴로 나타난 환자.

살이 다시 쭈욱 빠지고

 

여기저기 아프단다.

 

반가워서 얄미워서  등짝을 때려줬다.

 

-어이구 드라마 너무 많이 봤어. 시를 써요 아주.

뭘 용서하구 말구가 있어. 죽을죄 진것도 아니고

아파서 그런건데...한대 맞으니까 속은 시원하지

나이가 딱 내동생 같으니까 다음부턴 때려줄거야.

 

흐흐흐 웃는다,. 얼굴이 펴진다.

-힘들면 빙빙 돌리지 말고

회사 다시 나가려니 겁난다고 조금 더 쉬겠다고

아내한테 나한테 말로해요. 남자답게 돈벌어야하고

울지 말아야하고 그럴 필요없어. 회사도 중요하지만

내가 아직 덜 회복되었으니 더 쉬고싶다고

이타적말고 이기적으로 살아야할 권리 있어요.

-면역계는 난리부르스--세균이 아니라 내전이 일어나서

자기 몸을 공격해서 통증을 일으키고 있는거니까

나를 위해주는게 먼저여.

 

혈액검사 하려고 피뽑고 나서 귀를 잡아땡겼다.

신경정신과에 협진 하려고 예약도 시키고

나갈 때, 약속하면서 팔을 꼬집었다.

아마 아프면서도 시원했을것이다.

야단 맞는 마음이 후련했을것이다.

누나같은 선생님한테 좀 맞았다고 삐치겠나.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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