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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행복

2011.06.02 10:45

행복한동행 조회 수:1428 추천:261

"다들 예쁜 이름들을 쓰고 계셔서 저두 개명을 했습니다, 궁주님."

윗글로 시작한 글을 제법 길게 썼거든요.

얼마나 썼는지는 기억을 살려서 비슷하게쓸꺼니까 보면 아시구요,

근데 다쓰고 나서 확인을 하니까 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는 메세지와 함께

사라져버렸어요.

좀 황당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쓰고 나서 저장해 두고 올려야겠슴다.

 

'행복한동행'이라고 개명했습니다.

이름 얘기를 하니까 첫딸을 낳고 이름짓기를 고민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순 우리말로 지어진 친구 아이들의 예쁜  이름을 보고 많이 부러웠던 터라

순 우리말 예쁜 이름 짓기를 일주일간 고민한 끝에 기권하고 말았습니다.

금씨 성을 가진 친구의 딸 이름이 '잔디'였어요.

성을 붙여 부르면 '금잔디' 정말 예쁜 이름이죠.

기권한 이유를 짐작 하시겠나요?

제 성이 '안'씨임을 염두에 두신다면 혹 짐작하실지도.ㅎㅎ

둘도 없는 보물로 제게 온 딸을 위해서 가능한 일이라면

한달을 고민해도 무슨 문제이겠습니까마는

제 성이 우리말 뜻으로 부정의 의미를 담은 접두어가 되는지라

'예쁜'으로 지으면 '안예쁜' '햇님'으로 지어도 '안햇님'

아무리 예쁜 이름을 찾아도 성만 붙이면 아닌거예요.

제 아내 성씨가 '양'이니까 궁주님처럼

두성씨를 몰아써서 '안양' 혹은 '양안'으로 시작하면 가능한 이름이 떠올랐을지 모르지만

그 때는 그런 성씨 몰아쓰기-표현이 좀 거칠죠, 남자라, ㅋㅋ 함께쓰기라 하는게 더 낫겠네요-

그런거 꿈도 못꾸던 시절이라 일주일만에 포기하고

'성은'이라 이름했고 둘째는 '수인'이라 이름지었는데

너무 착하고 자랑스럽고 이쁘게 잘커주었습니다.

 

제 엄마 시집 오던 나이만큼 훌쩍 자라버린 딸들입니다.

머잖아 시집을 갈테고 외할아아버지인 제게 작명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못다한 고민을 다시 해볼 수도 있을거라는 행복한 기대를 가져봅니다.

글 제목이 '가까운 행복'인데 딴 얘기만 싫컷했군요.

아침에 친구에게 보낸 문자에 담은

이해인 님의 시제목입니다.

소아마비이기는 했지만 무척 공부를 잘했고

탁구는 건강한 친구들 보다 잘치곤 했던 그런 중학동기생이지요.

명문대 의대를 나와서 잘나가는 개업의로 지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석달 전에 오래 잊고 지낸 세월의 벽을 넘어 알게된 친구의 근황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동서와 장인이 경영하던 회사에 보증을 섰다가

회사가 파산하며 보증채무자가 되어 수년간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었지요.

그런 가운데서도 아내와 처가를 원망하기 보다는

줄줄이 신용불량에 처하고 어려운 처가 식구들에게

가게 하나라도 차려줄 욕심으로

자기 병원 일을 마치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일주일에 세번은 큰 병원 야간 당직의로 뛰고 있는

친구에게 가끔은 메일을 보내고 문자를 보내고 합니다.

그는 인천에 저는 부산에 있으니

일상을 접어두고 달려가 만나기가 쉽지 않은 친구로써

해줄 일이 많지 않더군요.

 

가까운 행복

 

선 너머 산

바다 건너 바다

마음 뒤의 마음

그리고 가장 완전한

꿈 속의 어떤 사람

 

상상 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멀어서

아름답지

 

그러나 내가

오늘도 가까이

안아야 할 행복은

 

바로 앞의 산

바로 앞의 바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

 

놓치지 말자

보내지 말자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잔잔한 기쁨이

그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더 윤택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친구로서의 마음을 담아 보냈습니다.

이 시간에 이런 글을 올리는 걸 보고

어떤 분들은 놈팽이인가 하실지도 ㅎㅎ

그건 아니구요,

전공은 안했지만 오래 전부터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학교 선생님은 아니구요.

아이들의 방과 후라야 일이 시작되고

야자 마치고 오는 고딩들까지 감당하구 나면 아내의 표현대로

'깜깜한 밤'이라 지금이 제게는 쉬는 시간이지요.

이런 글 써두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거창한 생각을 글로 써내기에는 훈련되지 않은 초보이고

분주하게 세상 나들이를 하지 않으니 세상에 대해 열린 눈은 제한적이고

그저 일상 속의 작은 이야기들 밖에 소재가 없군요.

혹시 아니다 싶으면 궁주님이 귀띔해 주세요.

 

햇살 가득 숲 님의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제 얘기더군요.

수학 가르치는 일만 잘하면 되었을 것을

친구들도 만나고, 아내와 함께 좋아하는 프로야구도 보러 가고 싶고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낮에 일하고 밤에 쉬는 일상에 대한 동경 때문에

학원 접고 시작한 사업으로 많이 어려워져서

홈리스의 시절을 보낸적이 있지요.

실패했을 때 비난하기 보다는

함께 아파해주기를 먼저하는 가족의 울타리를 든든히 지켜준 아내 덕에

망가지지 않은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힘내시라고 전하고 싶고,

...

다음에 또 쓰죠.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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