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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발-제주올레 그 길에서2011.05.13 14:31 그녀에 대한 심리적 이미지가 커서인지 나에게 그녀는 언제나 큰 산이다. 그러다가 치료를 받기 위해 그녀 옆에 서면 에게 이 여자가 이렇게 작았나 하고 늘 놀랜다. 걷기를 좋아하는 그녀 그래서 그녀는 근육질일것이다라는 내 편견은 이번 올레에서 완전히 깨졌다. 애순민박에 짐을 내려놓고 자불자불 서귀포 주위를 걷다 들어온 그밤 그녀는 잠을 못자고 뒤척인다. 물론 이래저래 신경 쓸일이 많아서도 그랬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녀에게 걷는 것은 고된일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 정도. 그래서 그녀의 발을 슬그머니 끌어당기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렇게 작은 발에 이렇게 가느다란 뼈대에 아이고 흐느적흐느적 어쩜 이렇게 근육한오라기 없을수가 있을까? 그동안 늘 그녀는 걷는 여행의 대가라 하지 않았던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녀의 종아리와 발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이래서 사람을 이쯤에서 알았다고 하는 것은 오산이 있으리라. 약한게 싫었다한다. 약하게 프로그래밍되어 태어난 자신이 싫었다한다. 편식증이 심한 자기가 싫었다한다. 그래서 그녀는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 어쩌면 우리와 함께 평범한 밥상을 나누고 걷고하는 나눔에 올라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겐 일종의 커다란 도전미션이었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래서 늘 그녀는 그랬다. 지금이러니까 이렇게 살수밖에 없어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지. 배우고자 변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끊임없이 노력하면 자기의 빈약한 근육덩어리 쯤 뛰어넘을 수 있고, 짧은 편식 쯤 다시 재프로그래밍해서 바꿀수도 있는 것을! 부끄러워졌다. 재서를 자꾸만 자꾸만 이런 아이다 가두려 한계를 지으려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스마트폰 배우기를 꺼려하며 나는 아날로그 방식 알파맘이다 신포도식 주장을 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사실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용기가 부족한 것을 핑계를 내세우는 비겁함이 내 속에 숨어있는 것을 정상화 궤도에 들어올때까지 끊임없이 아이를 지원해주는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을 아! 핑계대지 말자. 내 거짓을! 내 위선을! 살면서 계속해서 벗어던져야할 위선은 자꾸만자꾸만 발견된다. 이쯤 벗었으면 되었다고 생각해도 어디선지 자꾸만 자꾸만 위선이 자라고, 나는 그 거짓에 또 다시 부끄러움을 느낀다. 올레가 좋았냐고? 먹거리가 좋았냐고? 써니가 좋았냐고? 물론이다. 감동 그 자체! 그러나 늘 여행은 같이하는 사람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준다. 결혼과 아기 출산후 한결 친밀감이 생긴 것은 압살을 느끼고, 수가 저렇게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이었나 새삼 감동하고, 이 여자 정말 굉장히 멋진 노력파 그 자체구나 명호한테 부끄럽고. 여행의 뒤끝에 풍경은 아스라히 사라지고, 진한 사람들의 향기가 내 마음에 진동을 한다.
p.s. 나 늙었나보다. 이제 여행의 뒤끝 풍경이 가슴에 남는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가슴에 남는다. 감동의 밥상을 선사해준 애순이모가 그립고, 푸짐하게 전복죽과 해물탕을 마련해준 할망뚝배기집 사장아드님(이제 그가 사장이지만)이 그립고, 친구가 부부가 되어 포장마차 횟집을 운영하는 씨발조발 입도 거칠지만 인정이 넘치는 올레시장 한켠 그 횟집부부가 그립다. 그 사람들이 그리워져 다시 한번 제주에 가게될것만 같다. 풍경이 있어 그곳이 그리워지는게 아니라 짧은 순간 내 입을 황홀케하고 마음을 나눠준 그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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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이가 몇살 더 크면 가능할까요?
꿈쩍하기 싫어하는 남편두고 , 홀가분하게 떠날 그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