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자들은 왜 <마이 웨이>를 부르지 못하는 것일까? 라는 긍금증이 든다. 세상이 말하는 여자의 길, 누군가의 딸-아내-어머니-며느리 등으로 이어지는 현대판 삼종지도에 얽매이지 않은 채 그저 자기 자신으로 세상과 직면하는 삶은 여자에겐 불가능한 것일까?
문정희님의 시처럼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 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한때 자신의 본색에 걸맞은 꿈을 가졌던 그 많던 여학생들이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로 사느라 아줌마라는 무리 속에 묻혀 버리고 만 것일까? 나의 길이 곧 정해진 여자의 길이라는 집단최면에 빠진 것일까? <마이 웨이>를 부를 주제가 못되는 게 여자의 본색일까?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속설, 어버이날이면 쏟아져 나오는 헌신적인 모성 찬양론 속에 개봉한 <써니>는 그런 궁금증을 돌파하며 답을 준다. 80년대 고등학생이었던 7공주파 ‘써니’가 25년 만에 친구의 죽음을 앞두고 재회한다.
먹고 살 만하지만 아내와 엄마란 신분으로 맥없이 살아가던 나미는 화가가 꿈이었다. 쌍꺼풀 만들기에 매진했던 장미는 실적 부진한 보험설계사로 고달픈 삶에 치여 산다.
입에 욕을 물고 살던 활력소녀 진희는 성형 여왕이자 부자 사모님으로 변신했다. 문학소녀 금옥은 시집살이에 눌려 눈치보기 9단이 되버렸다.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국희는 술집 여자로 전락하여 알콜중독자가 되버렸다.
냉정한 얼음공주 수지는 행방불명이다. ‘써니’의 대장이었던 춘화는 독신 사장으로 성공했지만 시한부 암말기 환자이다.
25년간 저마다의 이유로, 아마 여자의 길을 가느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 채 살았던 여자들이 소녀시절에 접속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전환점에 들어선다. 우정의 힘이다. ‘여자를 살리는 건 여자친구’라는 당연한 명제가 신나는 디스코 음악에 실려 웃고 울리며 인생 역전 드라마를 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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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써니 보고 게시판에서 수다토크
나가수 보고 또 수다토크.하자구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