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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2011.03.23 18:06 곤욕이다. 공개수업, 학교행사이런거. 선생님들 시선은 오히려 받아낼 수 있는데, 다른 엄마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늘 조마조마하다. 이게 재서랑 내가 사는 오늘의 삶의 방식이다. 니 마음이 불편하면 가지 말라던 언니의 충고는 따르지 않았다. 보고 싶었다. 재서가 어떻게 수업을 따라가고 있는지. 보지말껄 그랬나! 눈으로 직접보니 부족한 구멍이 더 커보인다. 속상하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깨친 재서이지만, 학교생활을 잘하려면 하나하나 선생님의 지시에 잘 따라야하는 아이가 되어야하는데 내 아들은 그렇칠 못하다. 흥미로운 것에 반짝 관심을 드러냈다가도 불라불라 말이 길어지면 이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에고 녀석! 재서를 키우면서 내 마음에 커다란 죄의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냥 담임쌤께도 너무 죄송하고, 재서와 같은반이 된 어머님들께도 너무 죄송하고. 살면서 누구에게 피해주지 않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렇게 자만했는데. 내 아들과 사는 사람은 늘 이렇게 여러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사는 삶이다. 조금더 사람의 배려를 기다리며 살아야하는 삶 참 불편하고, 또 자존심도 상한다. 나름 깔끔하다고 했던 내 성미하고도 맞질 않는다. 그냥 평범한 아이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학교일을 한다. 녹색어머니에도 들고. 학급임원도하고. 어째튼 담임쌤을 좀 거들어드려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한편으로는 내 아들을 좀 잘봐달라는 청탁을 의뢰한 사람마냥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몸으로 뛰는 봉사는 하겠지만 금전적인 것은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 재서의 구멍을 숭숭 심하게 느낄때마다 난 늘 시골로 낙향하자는 제안을 남편한테 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의 말대로 그것은 나중에 스무살이 넘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살아내야한다. 뒤에서 누가 수근거릴 것이라는 것도 이겨내야한다. 뭐 사실 수근댄다고 생각하는 것도 전적으로 내 못난이 마음 탓이라는 것도 안다. 일종의 자격지심이지. 연구소 수업을 많이 줄여놓기는 했다. 사실 중간중간 가슴이 휑해지는 마음 때문에 많은 일을 해낼 수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퇴근후 되도록 빨리 집으로 닿자 그렇게 결정해놨다. 그리고 아주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재서와 책을 함께 읽고 셈하기를 도와주기로. 하루에 한시간! 엄마로써 재서에게 해줄 수 있는 그것을 흔들리지 말고 천천히 해내자 그렇게 다짐해본다.
p.s. 참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세상에서 평범이 제일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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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것은 아닌데 열린 내 눈물샘을 타고 물이 흐른다.
나는 비우지 못했다.
아들을 낳으면서 꾸었던 내 꿈들. 아들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내 꿈들.
내가 늘 어떤 모습이어도 부모님께 그래 너를 믿고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하여 나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데도
나는 어리석게도 내 아들에게 가끔 상처의 원흉이 된다.
녀석이 뚜욱 내뱉는 말을 한다.
'엄마 나에게 힘을 주세요.'
어?
'엄마 나에게 힘을 주세요.'
산고에서 뼈가 물러나는 고통 속에서도 내 아이가 나보다 다섯배 이상 힘들다는 말에 정신을 집중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 인지가 거의 자란 나도 나름 힘겨운데
내 아들은 나보다 늘 힘들게 사실인데.
엄마가 너에게 힘을 주지 못하고 있구나 어리석게도.
비질비질 우는 모습이나 보여주고.
그러나 재서야!
아니 슬프고 그냥 절망하려고 우는게 아냐.
엄만 이래야 이래야 맑아지거든.
내 속에 오물들을 다 토해내야 내가 맑아지거든.
내가 맑아지고 고요해져야
그래야 엄마가 너에게 진짜로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거든.
미안해.
있는 그대로 널 사랑해주지 못하고 있어서 미안해.
엄마가 많이 흔들리고 있어서 정말 미안해.
엄마도 약한 존재라 그래.
한없이 위선적이고 약한 존재라 그래.
하지만 엄마니까 힘을 내볼께.
재서 엄마니까 힘을 내볼께.
니 말대로 너에게 힘을 줄께.
뒤에서 든든하게 너를 밀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