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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기-쓸쓸해서 책보는거 아닐까.

2011.02.07 12:54

약초궁주 조회 수:993 추천:100

쓸쓸-

 

홍윤숙 시인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주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버린 커피를 괜히 홀짝거릴 때에도

목구멍으로 오롯이 넘어가는 쓸쓸!

 

손 글씨로 써보네. 산이 두 개나 위로 겹쳐 있고

그 아래 구불구불 강물이 흐르는

단아한 적막강산의 구도

 

길을 걸으면 마른 가지 흔들리듯 다가드는

수많은 쓸쓸을 만나네

사람들의 옷깃에 검불처럼 얹혀 있는 쓸쓸을

손으로 살며시 떼어주기도 하네

 

지상에 밤이 오면 그에게 술을 권할 때도 있네

이윽고 옷을 벗고 무념(無念)의 이불 속에 알몸을 넣으면

거기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 나를 끌어안는 뜨거운 쓸쓸

 

 

~~~~

 

이 시를 오래 묵혀두고 읽고 또 읽다가

살며시 올려보네.

 

 

면장갑을 끼고서 많은 책들을

꺼내고 닦고 하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수많은 책을 읽었으면서

아직도 난 훌륭한 사람이 안될까

책은 그럼 뭐땀시 읽었나 말이다.

 

이참에 돌고돌아 책고픈 사람들이

같이 읽게하는 거라도 하자.

그게 나의 작은 손으로 꿈지럭거리면서

할수있는거니까.

 

 

북카페-책을 읽는것도 모자라서

사람들 버글거리길 원하는 북카페를 여는게

이 노무 '쓸쓸' 때문이 아닐까

의심하는중.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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