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에서 정권이 자유주의·진보 세력으로 넘어간다고 가정하고, 어떤 사람들이 입각하면 좋을지 상상해본다. 이것은 최근 서울대 조국 교수의 인터뷰 발언에서 실마리를 얻은 것이다. 그는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할 경우 어떤 사람들로 내각을 짤 것인지 상상해보자며, 이것을 ‘드림팀 놀이’라고 불렀다. 나는 여성에 대해서만 상상해보겠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 조직이 개편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명박 정권의 정부 조직이 그대로 간다고 가정하고 몽상을 펼쳐본다. 이름 뒤에 적은 나이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13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총리 김선주(66): 김선주씨는 퇴직 언론인이다. 공직 경험이 전혀 없다. 그가 총리로 임명된다면 파격 중의 파격일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상상 놀이 아닌가? 김선주씨가 그간 글로써 보여준 시민적 양식, 비록 정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 조직이기는 하나 신문사에서 보여준 부드러운 리더십(물론 나를 포함해서 그를 겪어본 사람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은 개혁적 내각을 이끄는 데 크게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외교통상부 장관 추미애(55):추미애 의원은 지금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지만,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네 해 동안 정치 활동을 쉬면서 동아시아를 비롯한 국제 관계에 폭넓은 지식을 쌓아왔다.
국방부 장관 피우진(57):대한민국의 첫 여군 헬기 조종사 피우진씨는 육군 중령으로 전역했다. 그는 현역 복무 시절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당했다가 소송 끝에 군에 복귀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 박영선(53):기획재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아우른 것이다. 박영선 의원은 성실하고 듬직한 의정 활동에 비해 언론의 주목을 덜 받아왔다. 그가 주로 활동한 곳이 재정경제위원회이니만큼, 기획재정부 장관에 알맞을 듯하다. 그는 정계에 들어가기 전 언론계에 있을 때에도 유능한 경제부 기자였다.
지식경제부 장관 제정임(49):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인 제정임씨도 경제부 기자 출신이다. 그의 저서나 칼럼들에서는, 평범한 저널리스트 이상의 경제적 식견과 경제 정의에 대한 감수성이 돋보인다. 지식경제부는 노무현 정부 때의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의 일부를 합친 것이다. 제 교수의 이력과 딱 들어맞는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크게 보면 경제적 시각이 긴요한 부처인 만큼 제정임씨가 감당할 만하다.
행안부 장관 문경란,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희…
행정안전부 장관 문경란(54):문경란씨는 한나라당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되었다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반인권적’ 행보에 항의해 상임위원직을 사퇴했다. 그가 행정안전부 장관이 된다면, 인권 의식과는 거리가 먼 경찰 수뇌부를 적절히 제어할 수 있을 듯하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심상정(54):교육과학기술부는 노무현 정권 때의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 일부를 통합한 것이다. 심상정씨는 17대 국회 때 재경위에서 일했지만, 18대 총선 출마를 계기로 교육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더구나 그의 ‘학습 능력’은 이미 소문난 바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희(44):민주노동당 대표로 일하고 있는 이정희 의원이 고용노동부 일을 맡는 데 부적합하다고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상이다. 중요한 것은 내각에 포진한 여성의 수 못지않게 그들이 맡은 일의 성격이다. 국방부나 외교통상부나 행정안전부나 경제 부처처럼 남자만의 영역으로 여겨져온 부처의 여성 수장을 상상해본 것은 그래서다. 국가정보원장이나 검찰총장·경찰청장도 여성이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해보니, 조국씨 말대로 재미있는 놀이다. 더불어 조금 허무한 놀이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이런 ‘여성 정부’를 하루빨리 보고 싶다.
나두 천거를 해본다.
건설교통부 장관---김진애 의원.
문화관광부 장관--조선희 전 영상자료원장
검찰총장---진선미 변호사.
국정원장....이걸 누가 하면 좋을꼬
궁리만으로도 신나네.
나는 미역국한의원이 소망이었잖아.
그 꿩대신 닭으로
'되는'연구소 하나 꾸릴려고.
요리되고
바느질되고
공부되고
연구되고
만들기되고
말되고 몸되고
여러가지가 다되는 공부방이자 놀이터.
기다려주시라~~개봉박두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