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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 우린 사라지지 않아

2010.11.08 11:08

강위 조회 수:1102 추천:144

 

쌤. 강위에요.

언니네트워크에서 비혼에 관한 특집을 진행했는데요,

새로운 정보도 전할 겸, 쌤에 대한 그리움도 전할 겸 글 퍼다 올립니다.

 

이 글은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밈》이란 책에서 모티브를 따온 건데요,

왠지 쌤도 관심 있어 하실 것 같아서요. (여기에 오시는 다른 분들도)

저는 개인적으로... '밈'에 대한 정보는 좋았지만 전체적인 논지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았어요.

 

올해가 가기 전에 인사 한 번 드려야지, 하고 있습니다.

꼭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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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unninet.net/channel/ch_special_vw.asp?ca1=1&ca2=468&ct_Idx=2585

 

 

걱정마, 우린 사라지지 않아

 

(강위 / 언니네트워크 편집팀 , danz@naver.com)

 

 

출산?결혼하지 않는 여자들에 대한 ‘우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결혼도, 출산도 수행하지 않고 제 멋대로 사는 인생에 대한 걱정 혹은 지탄,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늙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것이다. 이 얘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하기도 하거니와, 모든 부모가 책임감이 끓어 넘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자식이 부양의 의무를 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속속들이 확인하고 있으니, 가볍게 패스.

 

다소 생소하고 조금 신선할 수 있는 두 번째 우려는 이런 것이다. 비혼 여성들이 저토록 훌륭한데, 그 훌륭한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전사회적, 인류적 자원의 소실이라는 우려에 밤잠을 설친다면(이것은 외부적인 걱정만이 아니라 너무나 훌륭한 비혼 여성들의 내적 갈등일 수도 있다) 걱정 마시라. 방법이 있다.

 

밈 : 복제되고 전이되는 문화적 속성

 

자신의 훌륭함을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생물학적인 유전자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시대에 뒤처진 지식을 가진 것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언가를 주고받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고 심정적인 것이라 생각해 왔다면, 자신이 가진 생각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그것이 바로 밈meme이다.

 

마치 유전자gene처럼 복제되고 전이되는 문화적 속성을 밈meme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이기적 유전자’로 명성을 떨치는 리처드 도킨스였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의 속성을 실컷 설명하고 끄트머리에 슬쩍 밈의 개념을 던져 놓았는데, 이후 수전 블랙모어는 오로지 밈만을 이야기하는 한 권의 책을 펴냈다. 그게 1999년의 일인데 우리나라에 이 책은 2010년 10월에 번역 출간됐다.

 

그렇다면 밈이라는 게 정확히 뭘까. 수전 블랙모어가 쓴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밈》에서는 기본적으로 ‘타인으로부터 전달되는 무언가’라고 소개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모방하면, 그 사람으로부터 내게로 무언가가 전달된다. 그 ‘무언가’는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고, 거기에서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다. 이렇게 계속 전달되면서 저만의 생명을 지닐 수 있다. 그것을 발상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지침, 행동, 정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 그것을 연구하고자 한다면 우선 이름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이름이 있다. 그것이 ‘밈’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 이름을 몰랐을 뿐, 우리는 이미 수차례 밈의 이동을 경험하며 여기까지 왔으니까. 단적인 예로, 물리적, 정신적 접점이 많은 커뮤니티 안에서는 사람들은 말투나 손짓, 옷차림이 비슷해지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최근 언니네트워크 편집팀에는 강력한 밈이 떠돌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적’이라는 말투다. 편집팀 활동가 모 님이 처음 쓰기 시작한 이 말은 ‘명사+적’으로 구성되며, 때로는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돋네’라는 표현과 결합된다. 실례로는 “참으로 고민‘적’이네요” “배려 돋는 발언이군요” 등이 있다.)

 

 

매력적인 대상을 모방한다

 

따라하기밈의 개념이 성립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는, 인간이 모방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누구를, 어떤 것을 모방하는가. 내 눈에 매력적인 대상을 모방하는 것이 인지상정. 따라서 유명인이나 연예인의 밈이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유명인의 옷차림이나 말투를 따라하는 것을 넘어서서 가치관이나 인생의 방향이 설정되기도 한다. 한 예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인 레드걸의 경우, 오노 요코에게서 영향과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으며, 실제 오노 요코의 퍼포먼스 ‘컷 피스’를 자신의 무대에서 실현한 바 있다. 오노 요코의 밈이 레드 걸에게 전달되면서, 다르지만 닮은 양식이 구현되는 것이다.

 

한데 우리는 ‘저 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에게서만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근접 거리에서 친밀감을 나누는 대상들에게도 여러 가지 영향을 받는다. A에게 영향을 받은 영향을 C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D에게 받은 영향을 A에게 전달을 하는 것. 이런 식으로 밈은 자유롭게 이동하기 때문에 하나의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이 비슷한 말투, 옷차림,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밈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지당한 사실이다.

 

이러한 영향이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만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수여될 수 있다는 생각은 상당히 좁고 위험한 것이 될 수 있다. 각자의 성장기를 돌아보자면, 부모만큼이나 치명적인 영향을 준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은가. 대표적으로 이모, 혹은 고모의 영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이모나 고모는 생물학적인 관계를 지칭하는 것이지만, 엄마의 친한 친구 혹은 다양한 커뮤니티 내의 친구나 선배,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밈을 전파하고, 나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한편 새로운 세계로 이끌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 (포괄적인 의미의) 이모와 고모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출산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여성들은 가족의 대척점에 서거나 가족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보는 것은 지극히 편협한 사고인 셈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육아에 필요한 손을 빌리자는 의미로 국한되지 않는다. 부모가 채워줄 수 없는 지점, 보여줄 수 없는 세계를 다양한 인적 구성원들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하나의 존재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사회가 더 풍요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내 아이’가 아닌 ‘우리의 아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도 부담감을 줄이고 여유로워질 수 있게 한다는 걸, 왜 모르냔 말이다.

 

비혼 여성이 이기적이라고?

 

어떤 대상이 매력적일 경우 그 밈이 더 강한 파급력을 가지는 것처럼, 밈은 접촉면이 많을수록 더 큰 확산 가능성을 가진다. 쉽게 말해, 많은 사람을 만나는 사람의 밈이 적극적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읽기 모임몇 해 전부터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 둘씩 아이를 낳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삶과 내 삶은 본격적으로 결을 달리하기 시작했다.(물론 결혼과 동시에 달라지는 이들과 있었지만 구체적인 차이는 출산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한다. 출산을 통해 달라지는 지형은 직업에서의 경력 단절 등 다양한 면이 있겠으나 여기서는 단순히 외부 활동의 범위와 여기에 쏟는 에너지의 차이에 국한해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친구들이 자신의 아이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기, 나는 다양한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의사 이유명호 선생님이 비혼 여성을 대상으로 꾸린 책읽기 모임, 언니네 소모임들(함께 꾸는 꿈 너머 꿈, 여행 소모임)과 언니네트워크 소모임(그냥 읽는 책), 언니네트워크 편집팀 활동, 스윙 시스터즈, 여성주의 학교에 이르기까지, 내 일상을 채우는 사람들의 수와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일차적으로는 수많은 매력적인 여성들의 밈이 내게 전이되고, 내가 가진 밈을 전달한다. 이것이 나만을 위한 것, 혹은 우리만을 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들의 매력적인 밈을 통해 매력 강화가 된 나는, 내 친구들의 아이들에게 매력적인 이모가 될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또한 친구들이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를 걱정하고 내 아이의 건강과 학습에 공력을 쏟을 동안, 나는 수많은 조카들에게 ‘좋은 이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비혼인 내가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에 비해 우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비혼 여성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구성원들에게 집중하지 않는 대신,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가서 자신의 밈을 전달하고, 새로운 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집중점(=가정)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훨씬 더 자유롭고 풍성하게 서로를 살찌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밈으로 이뤄진 밈플렉스”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밈》에서 수전 블랙모어는 ‘무엇이 진짜 나인가’를 질문한 뒤 밈학이 자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자아는 거대한 믹플렉스다. 아마 그 어떤 밈플렉스보다 교묘하고 침투성이 강한 밈플렉스일 것이다. 나는 이것을 ‘자아 복합체 selfplex(셀프플렉스)’라고 부르겠다. (…) 앞서 말했듯이, 밈플렉스는 상호 이득을 꾀하면서 하나로 뭉친 밈들의 집합이다. 밈플렉스 안의 밈들은 홀로 있을 때보다 집단의 일부로 있을 때 더 잘 생존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유전자로 이뤄진 생물체나 뉴런 덩어리가 아니라 셀 수 없이 다양한 밈들의 복합체라고 한다. 이 다양한 밈 중에서 “자아 안에 똬리를 튼 생각들, 즉 ‘내’ 생각이나 ‘내’ 의견이 된 밈들은 승리자”라는 것이 블랙모어의 주장이다. 더군다나 이것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집단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니, 여기서 번쩍,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 나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밈들 중에 가장 빛나는 밈이 나를 좌지우지 한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밈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이렇게 획득한 매력 충만한 밈을 널리널리 전파하여,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어야겠다는 베리 굿 아이디어!

 

이미 언니네의 수많은 자방들과, 이를 묶어서 펴낸 《언니네 방 1,2》, 채널넷 글들을 모아서 펴낸 《언니네 태그놀이》, 다양한 비혼의 삶을 담아낸 《언니들, 집을 나가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밈은 활자를 타고 다른 이들에게 침투하기 시작했다. 그뿐이 아니다. 비혼여성축제와 같은 신나는 한판과,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우리는 살과 살을 맞대며 서로의 매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으니, 이런 매력이 물씬물씬 퍼져나가고 있으니, 이런, 비혼 여성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면, 꽤나 위협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매력적인 밈 충만!하지만 그것이 막는다고 막히는 것도 아니고, 가랑비에 옷이 젖듯 우리의 매력은 야금야금, 스리슬쩍, 때론 벌처럼 날아서 번개처럼 번쩍이며 다른 이들의 삶을 침투할테니, 이왕이면 우리의 매력이 어느 정도까지 파급력을 가지는지 호기심 정도를 가져주면 어떨까 한다. 그래도 못내 마뜩치 않은 눈길을 보내는 당신, 혹시 당신은 자신의 밈에 그 정도의 자신감도 없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밈을 독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괜히 그것이 진리인 척 거드름 부리거나 울타리를 치는 것은 아닌지.

 

허허참, 그러지 말라니까. 나는, 우리는, 그런 위협에 굴하지 않을 만큼의 심지와 매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기억하자. 밈은 매력을 타고 흐르고 흐른다는 걸. 내 한 몸은 죽어 없어질지 모르나, 내가 가진 밈은 죽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누구의 밈이 더 멀리, 더 오래 살아남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미지 출처] <BR>1) 2) 3) 4) http://www.gettyimageskorea.com/<BR><BR>

* 글을 퍼 가실 때에는 출처를 꼭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BR>언니네 채널넷(www.unninet.net) 2010년 가을특집 '비-혼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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