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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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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것도 참 이상하다. 마음이 마구니같으면 절대로 책 속의 글들이 내 영혼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올8월에 산 책이었는데 유치원에서 재서의 부적응이 매일같이 들려오는 통에 이 책을 읽어낼 수가 없다. 태권도장에서의 즐거움을 아이들한테 가서 그대로 재현해내는 재서가 그 버릇을 내려놓기까지 장장 6주가 걸렸다. 아이들을 때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묵고할 수 없어서 회초리로 대고 말그대로 매일같이 전쟁! 유치원에서는 유치원대로 담임 보조담임이 재서와 전쟁이었다. 재서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야단맞고, 또 그로 인해 좋아하는 활동이나 먹거리를 박탈 당하면 온몸으로 선생님을 맞서 저항했다. 손과 팔을 할퀴고, 머리등을 잡아당기고. 오늘은 누구누구를 때렸고 선생님들 부상이 어떠어떠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연구소 어머님들께 긴급한 상황을 알리고 나는 또 수업조정에 들어갔다. 상황이 종료되어 버린 것을 가지고 소급해서 훈육을 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았지만 글을 읽을 줄 아는 재서이기에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메세지를 읽게하고 벌을 주고. 그러구서 그 좋은 계절 8월과 9월이 갔다. 10월이 되자 재서는 언제 그랬냐싶게 그 문제가 사라졌다. 친한 친구에게 한두번 한번 그러더니 전혀 때리는 버릇이 없어지고 태권도는 태권도장에서만 해야한다는 것을 완전히 인식했다. 태권도를 그만하게 할까 고민도 수없이 했지만 너무 좋아하는 활동이라 끝까지 밀고 나갔는데 재서는 유치원에서 친구들을 때리는 행동도 하지 않게 되었고 태권도장은 즐겁게 다니게 된 것이다. 설리반이 헬렌켈러에게 제대로 포크를 쥐고 밥을 먹게하던 행동치료의 사건처럼 녀석은 어느순간 쑤욱 그렇게 점잖아져 버린 것이다. 더글더글하던 마음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물론 공허해지기도 하고. 정말 사라진걸까 여전히 의심하는 마음도 가득했는데 너무 잘지낸다는 선생님이 메세지가 간간히 들어올뿐 정말 그 문제는 완전히 재서가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 투쟁이 지나가고 완전한 고요가 찾아온 다음 이책을 다시 펼쳐든 날이 10월 21일! 책을 구입한 시기가 8월 19일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요해진 내 마음에 서명숙 선생님의 책은 은총 그자체였다.

 

간세다리처럼!

게으름뱅이처럼 느릿느릿 걷고싶다는 욕망이 내 속에서 일었다. 당장 모든 것을 때리치고 제주도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일도 재서도 매어있어 그리 할 수도 없고. 걷기를 통해서 선생님의 마음이 치유됐다는 고백이 내 마음을 울렸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어느덧 자글자글 주름은 늘었지만 영혼만은 맑아졌다는 고백이 또 내 가슴을 쳤다. 지난 두달동안 재서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치료받고 싶었다. 그냥 걸으면 하염없이 자연속에서 걸으면 내 마음에 위로가 올것같은 기분! 또옥 그런 기분일때 언니가 북한산 둘레길을 걷자는 제안을 해왔다. 망설일이유가 없다. 재서를 데리고 독바위에서 구기동을 넘어 평창동까지 걸었다. 그날 얼마나 행복하던지. 사정이 있어 매주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 다음다음주는 우이동에서 수유동까지 또 걸었다. 재서도 나도 너무 행복하다. 아니 재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깊은 평화가 내 마음에 깃들었다. 그래 북한산 둘레, 또 경기도부근에 생기는 둘레들을 걷자. 그리고 봄이 되면 재서와 제주에 가자.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보니 우연찮게도 제주도까지 날아갈 항공권을 얻을 행운도 찾아왔다. 내 둘레길 걷기는 재서 친구네에게도 전염이 되었다. 물론 동행은 못하겠지만 여자와 아이도 쉽게 걸을 수 있다는 말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하는 부부. 그들에게 북한산 둘레길 지도를 냉큼 던져줬다. 함 재잘재잘 셋이서 걸어보라고 말이지.

 

서명숙 선생님!

참 대단하다 했다. 대한민국 산행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었으니 말이다. 물론 첨엔 둘레길이 올레길 흉내낸 짝퉁인가 싶어 뭐 완전히 따라하는 거네하는 생각이었는데 그러면 어떤가. 결국 그 올레길에 영향을 받아 서울경기부근에 여자들과 아이들이 걷기 좋은 길들이 생긴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것 아닌가 하고. 둘레길 걸으면서 좋은 것은 졸망졸망 아이들 데리고 나온 부부들을 쉽지 않게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둘레길이 열리기전부터 나는 산을 좋아하여 답답하면 재서랑 북한산을 찾았었다. 그러나 수직으로 자꾸만 높아져만 가는 산길은 아이와 걷기는 역부족. 걷기라는 것이 한 내다섯시간 쉼없이 걸어야만 아 걸었단 느낌도 들고 기분도 좋아진다. 그런데 늘 한시간도 못되어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와야 하니 이것은 늘 뭐 싸고 뒤 닦지 않은 기분처럼 찝찝! 괜히 아이에게 짜증만 나고. 그런데 이 길은 아이한테도 또 엄마인 나한테도 무리가 되지 않으니 자불자불 너다섯시간은 족히 걸을 수 있다. 또한 안전한 길이니 일일이 아이한테 신경쓰지 않아서 좋고 나 나름대로 상념을 정리해볼 기회도 되고. 특히나 우이동에서 수유동을 지나 정릉으로 내려오는 길은 폭이 넓어 아이와 나란히 걷기도 좋다. 또 흙길이라 아이가 마냥 뛰어가도 제지하는 말을 하지 않아서 좋고. 마을과 가까우니 무리다 싶으면 언제든지 내려와 걷기를 중단해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서명숙 선생님은 당부한다. 모두 가까운 집 근처에서 자기만의 올레길을 만들어가라고. 굳이 제주올레에 오지 않더라도 걸을 수 있는 길이면 좋다는 얘기다. 나도 그 얘기에 기꺼이 동의한다. 우선을 내 가까이에서 걸을 이 길들을 걸어보고 그래도 산티아고길을 통해 영감을 얻어 만드신 올레길을 꼭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간세다리처럼 게으름뱅이처럼 느릿느릿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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